[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이탈리아는 다크호스가 아니라 우승 후보가 됐다. 약체로 분류됐던 '아주리 군단'이 미국에 이어 멕시코까지 제압하며 B조를 지배했다. 벼랑 끝에 몰렸던 미국은 탈락 위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났다.
이탈리아는 12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다이킨 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멕시코를 9-1로 완파했다. 3전 전승으로 올라온 이탈리아는 이 경기마저 잡으며 4전 전승, 조 1위로 2연속 2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전날 이미 미국을 8-6으로 잡아 충격을 안겼던 이탈리아는 멕시코까지 대파하며 이번 대회 가장 '뜨거운 팀'이 됐다.

이날 결과는 미국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기도 했다. 미국은 이탈리아에 패하며 3승 1패로 조별리그를 마쳤지만 이탈리아·멕시코와 3파전이 될 경우 실점률로 밀려 조 3위 탈락 가능성까지 있었다. 특히 '3개국 3승 1패 동률' 시나리오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한 마크 데로사 감독이 이미 8강 진출을 확정한 것으로 착각하고 이탈리아전에서 주전들을 뺀 사실이 알려지며 현지에서도 뭇매를 맞았다. 팬들은 "이탈리아-멕시코전 스코어를 보고 있어야 하는 처지"가 된 미국 대표팀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미국을 구한 건 이탈리아 방망이였다. 이탈리아는 멕시코를 상대로 2회 비니 파스콴티노(캔자스시티)의 솔로포로 포문을 열었다. 4회에는 메이저리그 대표 유틸리티 플레이어 존 버티(시카고 컵스)가 좌중월 솔로포를 보태 2-0으로 달아났다. 5회 1사 1·3루에서는 단테 노리가 스퀴즈 번트로 1점을 보탰고 이어 제이콥 마시의 2타점 적시타까지 터지며 스코어는 5-0으로 벌어졌다.
중반 이후에는 사실상 파스콴티노의 무대였다. 6회 우월 솔로포로 멀티 홈런을 완성한 데 이어 8회 다시 한 번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려 한 경기 3홈런을 기록했다. WBC 역사상 한 경기 3홈런은 처음으로 이 날 4타수 3안타 3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이탈리아는 7회 버티의 적시타, 8회 앤드루 피셔의 1타점 2루타까지 더해 9점을 쌓았고, 멕시코는 7회 1점 만회에 그치며 1-9로 완패했다.

마운드에선 애런 놀라(필라델피아)가 에이스의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제한 투구 수(65개)를 지키면서도 5이닝 4안타 무실점, 5탈삼진을 기록하며 멕시코 타선을 꽁꽁 묶었다. 선발 하비에르 아사드(컵스)가 4.1이닝 4실점으로 무너진 뒤 불펜까지 줄줄이 실점한 멕시코와는 대조적이었다.
이탈리아의 4전 전승 질주로 B조는 이탈리아 1위, 미국 2위가 확정됐다. 미국은 이탈리아에 덜미를 잡히며 조별리그 탈락 위기까지 몰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들을 잡았던 팀'의 대승 덕에 가까스로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탈리아가 남은 토너먼트에서 어디까지 돌풍을 이어갈지, 탈락 문턱이라는 지옥을 다녀온 미국이 얼마나 빨리 팀 분위기를 수습할지가 2라운드 관전 포인트가 됐다.
psoq133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