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한국 야구사에 남을 '더 캐치'였다. '캡틴' 이정후는 온몸을 던져 한국 야구를 17년 만에 8강으로 밀어 올렸다.
9일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호주전 9회말 7-2. 한국은 단 1점이라도 더 내주면 짐을 싸야할 위기였다. 1사 1루에서 호주 릭슨 윈그로브의 빠른 타구가 우중간으로 날아가는 순간, 모두가 '맞았다'고 생각했다. 미국 통계 사이트가 산출한 그 타구의 안타 확률은 83.6%. 펜스까지 굴러가 1루 주자가 홈을 밟을 수도 있는 타구였다. 우중간 쪽으로 살짝 옮겨 서 있던 이정후는 타구가 배트에 맞는 순간부터 전력질주했다. 마지막에는 미끄러지듯 슬라이딩 캐치로 그 공을 끌어안았다.

이정후는 경기 뒤 "공이 날아왔을 때부터 무조건 잡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9회초 타석에서도 행운이 따랐고, 수비에서도 우중간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쪽으로 공이 날아왔다. 조명에 공이 잠시 들어갔지만 행운이 따라서 잡았다. 행운이 열심히 도와주는 것 같다"고 웃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1루수 문보경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공이 빨려 들어가는 순간, 이정후는 포효하며 외야 잔디에 그대로 쓰러졌다. 안현민이 전력으로 달려와 그를 끌어안았을 때도 이정후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제야 주장 완장을 찬 채 실패의 기억을 짊어지고 있던 4년의 무게가 한꺼번에 풀려나간 듯 환호했다.

이정후는 경우의 수를 충족해야 했던 힘든 경기를 돌아보며 "우리 선수단은 어차피 7점을 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며 "9회초에 7점째를 내고 9회말 수비에 들어갈 때가 제가 야구하면서 가장 몸이 많이 떨렸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우리의 승리는 한국 팀의 모든 구성원 덕분이며, 팬들과 취재진까지 모두 한마음이 돼 뜻을 모아서 행운이 찾아왔다"며 자칫 병살타가 될 뻔했던 9회초 타구에 대해서도 "제가 참사의 주역이 될 뻔했다. 과거 왕조의 주역인 류현진 선배님을 비롯한 다른 동료들의 기운이 강했다"고 공을 돌렸다.
psoq133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