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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의 진화] ① 농산물 유통의 진화…새벽 경매에서 온라인 거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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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중심의 도매시장 구조→온라인 도매시장으로 전환
유통구조 2~3단계로 감축…유통비용↓·농가 수취가격↑
"2030년까지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규모 7조원으로 확대"

[도매의 진화]는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 변동을 단기적인 기후 요인으로만 설명해 온 기존 논의에서 벗어나 농산물 유통구조 자체를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기획이다. <뉴스핌>은 농안법 개정과 온라인 도매시장 도입이라는 제도 변화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국내 사례를 통해 점검한다. 또 일본 도쿄 토요스시장 현장 취재를 통해 공영도매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해 왔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유통구조 개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이정아 기자 = 경매 중심으로 운영돼 온 국내 농산물 도매시장 구조가 변화를 맞고 있다. 정부가 농산물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구조적 요인 가운데 하나로 유통 체계를 지목하며 제도 개편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과 함께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이 본격 도입되면서 경매 중심 거래 구조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정부는 온라인 도매시장을 통해 유통 단계를 줄이고, 거래 참여 범위를 넓혀 가격 안정과 유통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 경매 중심 도매시장 구조…온라인 플랫폼으로 거래 다변화

7일 정부에 따르면, 국내 공영도매시장은 지난 1970년대 이후 농산물 거래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생산 농가가 안정적으로 출하할 수 있는 시장을 구축하고 경매를 통해 가격을 형성하는 구조는 농산물 유통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도 가락시장을 비롯해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경매 중심 유통 구조의 한계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도매시장 거래는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만 이뤄지고 참여 주체 역시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등으로 제한된다. 거래가 새벽 시간대 경매에 집중돼 시간적 제약이 크고 수도권 중심 도매시장 구조로 인해 불필요한 물류 이동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찾은 시민이 과일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국회예산정책처도 농산물 유통 구조 변화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내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최근 10년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44.8%였던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2024년 49.2%까지 높아졌다.

이 기간 출하단계 유통비용률은 같은 10.0%에서 9.4%로 소폭 감소했지만, 도매 단계는 11.6%에서 14.2%로, 소매 단계는 23.2%에서 25.6%로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정책처는 농산물 유통이 오프라인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경쟁이 제한되고 물류 이동이 늘어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정부의 산지 규모화 정책 등에 따라 도매시장 거래 비중은 과거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농산물 유통의 절반 이상이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구조가 물류 비효율과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온라인 도매시장 사업을 담당하는 엄경원 부장은 "기존 도매시장 제도는 농가가 안정적으로 출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장점이 있지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이어 "예를 들어 안동에서 출하된 사과가 가락시장에 반입돼 경매된 뒤 다시 대구로 이동하는 거래도 발생한다"며 "이 같은 물류 비효율을 줄이고 더 많은 참여자가 원하는 시간에 거래할 수 있도록 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온라인 도매시장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판매자가 상품 정보를 온라인 플랫폼에 등록하면 구매자가 원하는 시간에 접속해 거래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물류는 산지에서 소비지로 직접 이동하거나 최소 단계만 거치도록 설계됐다.

기존 유통 구조가 산지→도매법인→중도매인→소비지로 이어지는 4단계였다면, 온라인 도매시장에서는 산지와 소비지를 직접 연결하거나 도매법인을 한 번만 거치는 2~3단계 거래가 가능하다. 유통 단계가 줄어들면서 물류비와 거래 비용을 동시에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산지 직거래·예약거래 확대…온라인 도매시장 성공사례 등장

실제로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유통비용 하락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제주조공과 다담리테일은 약 1억7800만원 규모로 무·양배추 직거래를 체결했다. 온라인 도매시장을 통해 산지와 소비지를 직접 연결하면서 유통비용률은 19.6%포인트(p) 감소했고, 농가 수취가격은 15.8% 상승했다.

가락시장 도매법인이 소비지 유통업체에 직접 판매하는 거래도 나타났다. 도매시장 반입 이후 중도매인을 거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소비지로 바로 배송하는 구조다. 한국청과가 서우리테일에 약 2억8900만원 규모의 수박·양배추를 직접 판매·직배송하면서 유통비용률은 12.7%p 감소했고, 소비지 구매가격은 7.8% 낮아졌다.

특히 온라인 도매시장은 새로운 거래 모델도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라인 셀러와 연계한 직배송 방식이다. 온라인 판매업체가 플랫폼에서 상품을 구매한 뒤 산지에서 소비자에게 바로 배송하는 구조다.

엄 부장은 "온라인 셀러가 플랫폼에서 상품을 구매한 뒤 산지에서 바로 택배로 소비자에게 보내는 거래도 등장했다"며 "도매시장 물류를 거치지 않고 산지에서 바로 배송하는 방식이어서 물류 효율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소형마트 공동구매 모델도 등장했다. 경남 거제 지역 슈퍼마켓 협동조합이 온라인 도매시장을 통해 방울토마토를 공동구매하면서 유통비용률은 13.7%p 감소했고, 농가 수취가격은 6.8% 상승했다.

농산물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예약거래도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배추 수확 전에 판매가격과 물량을 사전에 계약하는 방식이다. 김치 가공업체와 산지가 배추 거래를 예약 방식으로 진행한 사례에서는 유통비용률이 13.4%p 감소했고, 농가 수취가격은 7.6% 상승했다.

온라인 도매시장 확대는 물류 효율 측면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연구용역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청과 거래 약 6061억원을 기준으로 물류 이동거리가 약 288만km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액은 첫해인 2024년 6737억원에서 작년 약 1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엄 부장은 "온라인 도매시장은 사업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구조"라며 "기존 도매시장보다 참여 범위가 넓어 다양한 거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온라인 도매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 규모는 6737억원으로, 오프라인 도매시장 거래액 18조811억원과 비교하면 약 3.7%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온라인 도매시장 참여 품목과 거래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농산물 유통 구조 개편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30년까지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 규모를 7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상인이 과일 판매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plu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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