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중장년 구직자들을 만나면 비슷한 고민을 자주 듣는다. "요즘 채용시장이 너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나이가 있어서 더 어려운 것 아닐까요?" "경력이 많은데 왜 연락이 없을까요?"
실제로 채용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다만 중요한 점은, 그 변화가 반드시 중장년에게 불리한 방향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준이 바뀌고 있는 과정에 가깝다. 최근 필자가 읽은 김난도 외 「트렌드 코리아 2026」는 2026년 사회 변화를 'HORSE POWER'라는 키워드로 설명한다. 소비트렌드 중심의 분석이지만, 채용시장 변화와도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기술, 조직, 소비 환경이 달라질수록 사람을 바라보는 기준 역시 달라진다는 점이다. 실제 채용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과거 채용시장에서는 연차와 직함이 중요해서 어디에서 얼마나 오래 근무했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의 질문은 조금 다르다.

"이 사람이 지금 우리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중장년 구직자에게 불리하기보다 오히려 유리하다. 역할 경험은 시간이 축적될수록 많아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경험의 양이 아니라 그 경험이 현재 트렌드에 적합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최근 만났던 한 50대 중장년 구직자는 오랜 기간 관리자로 근무했지만, 퇴직 이후 재취업이 쉽지 않았다. 경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경력을 구인 기업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직무기술서상 경력을 조직 안정화 경험, 갈등 조정 사례, 성과 개선 과정 등을 중심으로 재구성하자 면접 기회가 왔다. 새로운 능력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던 경험을 트렌드에 맞추어 현재진행형으로 바꾼 것이다.
중장년 채용시장의 또 하나의 변화는 고용 형태에 대한 인식이다. 정규직 중심 구조가 약해지고 프로젝트형, 기간제, 전환형 고용이 늘어나고 있다. 많은 중장년이 이를 안정적이지 않다고 느끼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역할을 즉각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로 단기 계약 경험이 이후 정규 채용이나 장기 협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따라서 중장년 구직자에게 중요한 기준은 고용 형태가 아니라 경력의 흐름이다.
"이 경험이 다음 기회로 연결되는가?" 이 질문이 훨씬 현실적이다.

기술 변화 역시 비슷하다. 인공지능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기술 역량이 중요해졌지만, 동시에 경험 기반의 판단 능력의 가치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중장년이 가진 강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조직은 여전히 사람의 판단을 요구한다. 따라서 문제 상황을 읽고 조정해 본 경험,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해결해 본 경험은 즉각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다. 인공지능이 확산할수록 인간의 판단이 중요해진다는 'Human-in-the-Loop' 개념은 채용시장에서도 나타난다.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하나다. 예전에는 경력의 길이가 경쟁력이었지만, 지금은 경력의 구조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연차가 아니라 '지금 바로 투입이 가능한 핵심역량(Ready-Core)'을 찾는다. 따라서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해졌다.
그래서 중장년이 재취업이나 전직을 준비할 때 점검해야 할 방향도 분명해진다.
첫째, 과거 직함이 아니라 수행했던 역할 중심으로 경력을 정리해야 한다.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무엇보다 특정 기간, 주요 내용 및 역할, 성과 등을 구체적으로 명기하는 것이 좋다.
둘째, 새로운 기술, 교육에 기존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무작정 남들을 따라가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여 타기팅을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셋째, 단기 일자리 기회는 우선 경력 설명이 가능한 경험인지를 판단해야만 한다. 단기간 프로젝트형 일자리에도 관심을 가지고 도전하되 향후 자신의 커리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

넷째, 기술 역량과 함께 문제 해결 경험을 강조해야 한다. 기술 역량도 중요하지만, 중장년의 풍부한 문제 해결 역량을 구인 기업에 어필해야 성공률이 높다.
중장년 노동시장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다만 시장에서 평가 기준이 바뀌고 있을 뿐이다. 변화는 언제나 불안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 트렌드 즉 방향을 읽는 사람에게 시장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나이가 경쟁력이 되지 않는 시대라는 말이 자주 나오지만 정확히 말하면 나이가 아니라 역할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리고 그 역할은 이미 각자의 경험 속에 축적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중장년 구직자에게 지금 필요한 준비는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이미 살아온 경력을 다시 잘 설계하는 일이다. 중장년 채용시장은 여전히 쉽지 않지만, 준비의 방향을 트렌드와 변화에 맞추어 바꾸면 기회가 달라질 수 있다.
2026년, 중장년에게 다시 기회가 오고 있다.
*장욱희 박사는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와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조교수를 역임했으며, (주)커리어 파트너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방송 관련 활동도 활발하다. KBS, 한경 TV, EBS, SBS, OtvN 및 MBC, TBS 라디오 등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고용 분야, 중장년 재취업 및 창업, 청년 취업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삼성SDI, 오리온전기, KT, KBS, 한국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서울시설공단, 서울매트로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전직지원컨설팅(Outplacement), 중장년 퇴직관리, 은퇴 설계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또한 대학생 취업 및 창업 교육,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공공부문 면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아웃플레이스먼트는 효과적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인사혁신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여가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비상임 이사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