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유 교수의 「청년이 없는 나라」 책은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문제의식이 분명했고, 그간 현장에서 일해 온 입장에서 외면하기 힘든 질문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청년이 없는 나라에서, 노동시장은 어떻게 작동해야 할까?'
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인구 구조다. 청년이 사라지는 사회는 단순히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이 변화가 노동시장 구조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 경험을 통해서 보면 이러한 진단은 중장년 노동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한국의 노동시장은 신규 인력이 꾸준히 유입된다는 가정 아래 설계됐다. 교육을 마치고 정규직으로 진입하고, 일정 기간 근속한 뒤 퇴직하는 경로가 표준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도 채용 기준, 직무 설계, 임금체계, 성과 평가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업의 직무 설계와 성과 평가 방식이 입사 시점과 연차를 중심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채용 구조 역시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 결과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중장년의 조기 퇴직과 노동시장 재진입의 어려움이다.
현장에서 중장년 구직자들을 만나보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할 수 있는데, 자리가 없다", "경험은 충분히 있는데, 막상 쓸 곳이 없다"라는 말은 중장년 개인의 역량 부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최근 만난 한 중소 제조기업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중견기업의 계열사인 이 기업은 수개월간 청년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생산 일정은 밀렸고, 현장 숙련도가 떨어지면서 불량률이 높아졌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단기 계약 형태로 급히 재공고를 내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중장년을 채용하였다. 처음에는 중장년의 조직 문화 적응을 걱정했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제조 현장에서 공정 안정화 속도가 빨라졌고, 기존 직원들의 이직률도 오히려 낮아졌다. 경험이 조직을 떠받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 사례는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중장년은 대안 인력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필요한 인력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중장년이 아니라, 중장년을 전제로 설계되지 않은 노동시장 구조다.
이 지점에서 김태유 교수가 강조하는 '국가 경제 이모작'이라는 개념은 현장에서 내가 느껴온 문제의식을 정리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인구 구조가 바뀐 사회에서는 한 세대, 한 집단만으로 경제를 떠받치는 방식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청년 중심의 단일 성장경로가 아니라, 기존의 경험과 역량을 다시 활용하는 두 번째 성장 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장년 고용 논의는 개인의 노력으로 축소되는 경우가 많다. 자격증을 더 따야 한다거나,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조언이 반복된다. 이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중장년의 재취업은 언제나 불안정한 선택으로 남는다. 최근 A 중장년은 자신의 이력서를 천 군데가 넘는 곳에 지원했지만, 일의 기회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중장년의 경험을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인구 구조 변화에 맞춰 노동시장을 재설계한다면, 중장년의 경험은 리스크가 아니라 자산이고 훌륭한 인적자본(human capital)이 된다.
이는 기업의 인력 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전략에 해당한다. 장기 고용이 아니더라도, 역할 중심, 단계적 및 유연한 인력 활용 방식은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노동시장에 대한 창의적인 상상력이 요구된다. 노동시장에서 경력은 한 군데서 한 번 쌓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고 재배치되는 구조로 이해되어야 한다. 고용 역시 단일한 형태가 아니라, 역할과 기여를 중심으로 재개편될 필요가 있다. 중장년은 이 변화의 주변부가 아니라, 변화를 떠받치는 축에 가깝다.
"청년이 줄어드는 사회에서 기존의 노동시장 구조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된 현실에 맞게 재설계할 것인가?" 이제 남은 것은 선택이다. 그리고 이 선택의 결과는 앞으로 중장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숙제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청년이 없는 나라에서 중장년마저 경험을 충분히 재활용하지 못한다면, 노동시장의 공백은 더욱 빠르게 확산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다.

*장욱희 박사는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와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조교수를 역임했으며, (주)커리어 파트너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방송 관련 활동도 활발하다. KBS, 한경 TV, EBS, SBS, OtvN 및 MBC, TBS 라디오 등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고용 분야, 중장년 재취업 및 창업, 청년 취업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삼성SDI, 오리온전기, KT, KBS, 한국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서울시설공단, 서울매트로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전직지원컨설팅(Outplacement), 중장년 퇴직관리, 은퇴 설계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또한 대학생 취업 및 창업 교육,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공공부문 면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아웃플레이스먼트는 효과적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인사혁신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여가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비상임 이사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