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홍콩 민주화 운동가이자 언론인인 지미 라이(Jimmy Lai)에 대한 홍콩 당국의 징역 20년형 선고를 강력 비판하며 인도적 가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판결이 미·중 관계에서 새로운 갈등을 유발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지미 라이 빈과일보 창업자에게 중형을 선고한 홍콩 법원 판결을 "부당하고 비극적인 결론"이라고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이번 판결이 중국 정부가 1984년 중영 공동선언에서 확약한 국제적 약속을 저버렸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 당국이 홍콩의 기본적 자유를 옹호하는 이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얼마나 극단적인 조치를 불사하는지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루비오 장관은 2년간의 재판과 5년이 넘는 구금 생활을 견뎌온 지미 라이와 그의 가족이 이미 충분한 고통을 받았다며 중국 당국에 라이에 대한 '인도적 가석방'을 즉각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선고된 형량 가운데 가장 무거운 처벌이라며 중국 공산당이 본토에서 반체제 자산가와 지식인을 길들이던 방식을 홍콩에 그대로 이식했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법 체계의 사실상 '본토화'가 완성됐다는 평가다.
이번 판결이 단순한 인권침해를 넘어 미·중 간 핵심 외교 현안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CNN은 영국 여권을 보유한 데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지미 라이의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미·영 양국에서 결집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미국 내 기독교 우파 세력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며 정치적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지미 라이 석방 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향후 미·중 협상 과정에서 지미 라이 문제가 다시 협상 테이블 위로 올라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훙호펑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향후 협상 과정에서 지미 라이 문제를 재차 제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상했다.
라이의 나이가 78세인 점과 당뇨, 고혈압 등 지병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은 사실상의 사형 선고라는 지적이다. 무역 분쟁과 타이완 문제 등으로 이미 갈등이 깊어진 미·중 관계에서 고령인 지미 라이의 장기 수감 문제는 새로운 외교적 '화약고'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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