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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해부] ① AI 버블 논란의 '정점' 500억달러 심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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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프레미스 DB에서 AI 인프라 변신
설비투자/매출 비율 급상승
주가에 드러나는 월가 불안감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의 정점에 자리잡은 종목 중 하나가 오라클(ORCL)이다. 

마켓워치를 포함한 외신에 따르면 최근 업체가 논란 속에서도 25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지만 불과 5개월 전 180억달러를 조달한 데 이어 또 한 차례 대규모 차입을 놓고 월가의 시선이 곱지 않다.

업체는 AI 인프라에 대한 '빅 베팅'으로 클라우드 설비투자와 차입을 동시에 키웠고, 그 결과 기업 가치와 재무 레버리지, AI 버블 논쟁이 한꺼번에 응축되는 실험 무대가 됐다.

◆ AI 버블 논쟁의 '교과서 케이스'가 된 이유 = 오라클은 전통적인 온프레미스 데이터베이스라는 영역을 벗어나기 위해 클라우드와 AI 인프라를 성장축으로 재편하는 움직임이다. 온프레미스란 기업이 자체적으로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를 사들여 자사 전산실에 두고 데이터베이스(DB)나 애플리케이션을 그 위에 직접 설치, 운영,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다.

오라클이 온프레미스 DB 강자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시장의 성장 축이 온프레미스에서 클라우드로 이미 넘어갔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 구조 측면에서도 온프레미스의 경우 라이선스를 한 번 크게 팔고 이후 유지보수료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매출이 경기나 도입 사이클에 따라 출렁이는 데 반해 클라우드는 매달 혹은 매년 사용량 기반으로 요금이 들어오는 반복 매출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AI 버블 논란의 교과서 케이스로 부상한 오라클 [AI 일러스트=황숙혜 기자]

고객의 수요 역시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기업들은 더 빨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필요에 따라 컴퓨팅 자원을 유연하게 운영하기를 원하는데 온프레미스 환경에서는 서버와 스토리지를 미리 사서 증설 계획을 짜야 하기 때문에 탄력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AI 도입과도 무관하지 않다. 대규모 AI 학습과 추론은 GPU(그래픽처리장치)와 AI 가속기, 대용량 스토리지, 고속 네트워크 등의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데, 이를 고객사마다 개별 온프레미스로 제공하는 것보다 클라우드에서 대규모로 모아 운영하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다. 

과거에는 전통적인 DB나 애플리케이션 유지 보수가 오라클의 핵심 매출이었지만, 이제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와 AI 관련 GPU 및 데이터센터 매출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사업 포트폴리오가 급격히 전환되는 시점에 레버리지와 설비투자가 동반 폭증하면서 오라클은 자연스럽게 AI 버블 논란과 재무적 파장을 관찰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됐다.

◆ 숫자로 드러난 재무 측면의 변화 = AI 도구를 이용해 최근 3~5년간 오라클의 재무 흐름을 종합 분석하면 매출의 질과 투자 구조가 동시에 바뀐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24~2025 회계연도 기준으로 오라클의 전체 분기 매출은 160억달러 안팎이고, 이 가운데 클라우드 매출은 약 80억달러까지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의 절반 수준을 차지했다. OCI 인프라 매출만 놓고 보면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GPU 관련 매출은 170% 이상 치솟았다.

설비투자(CAPEX)의 기울기는 매출보다 훨씬 가파르다. 2024 회계연도까지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였던 설비투자가 AI 인프라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선 2025~2026 회계연도에 들어 수백억 달러 선까지 '점프'하는 궤적을 보였다.

2025 회계연도 중반까지만 해도 연간 설비투자 가이던스는 약 350억달러 수준이었지만 2026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오라클은 이를 50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같은 분기 설비투자는 85억달러에서 120억달러로 급증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다.

투자은행(IB) 보고서와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추정한 설비투자/매출 비율은 2024 회계연도 10%대 초중반에서 2025년 30%대, 2026년에는 70% 안팎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이는 동일 기간 매출 성장률보다 설비투자 성장률이 훨씬 높다는 뜻으로, AI 인프라 구축이 본격적인 현금 유출 구간에 진입한 사실을 보여준다.

OCI 관련 미이행 계약 규모(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 RPO)는 2025년 기준 4500억 달러 이상으로, 전년 대비 수 배 증가해 장기 수주 잔고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오라클이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AI·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자로 변신하는 과정이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니라 기업 재무 구조 전체를 재편하는 차원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AI 분석 도구로 추산한 장기 설비투자 커브 역시 2029년까지 누적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 계획이 반영돼 있어 단일 테마에 대한 자본 집중도가 매우 높은 상태로 파악됐다.

◆ 설비투자 '점프' AI 전용 인프라와 수주 구조 = 오라클의 설비투자가 수십억 달러 단위에서 수백억 달러 선으로 뛰어오른 배경에는 대형 AI 고객과의 장기 계약이 자리 잡고 있다.

오라클 로고 구조물 [사진=블룸버그]

2025년 이후 오라클은 수백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AI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면서 RPO가 5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OCI와 AI 전용 데이터센터 용량 공급과 연동돼 있다. 특히 오픈AI와의 3000억 달러, 5년짜리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 등 초대형 딜은 오라클이 수년 간 일정 수준 이상의 GPU와 전력, 데이터센터 용량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구조를 초래했다. 대규모 딜이 투자 확대의 직접적 촉매로 작용한 셈이다.

오라클의 경영진은 실적 발표와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에서 "설비투자는 대부분 데이터센터 내 매출 창출성 장비에 투입되고 있으며, 고객이 이미 계약한 수요(backlog)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상당 규모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직접 소유하는 대신 장기 리스와 용량 임대 형태로 확보해 초기 현금 지출과 자산 인식 부담을 나누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SEC 공시에서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용량 관련 장기 리스 약정이 2480억 달러에 이른다는 수치가 제시, 재무제표상 부채 및 리스부채가 향후 수년간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그림이 확인된다.

AI 도구로 모형화한 현금흐름 시나리오에서 매출과 잔고가 계획대로 전환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설비투자/매출 비율이 내려가는 그림이 나오지만, 일시적인 부채비율 상승과 잉여현금흐름(FCF) 마이너스 구간은 피하기 어렵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 무엇이 'AI 전용' 인프라인가 = 오라클이 집중 투자하는 AI 인프라는 기존 클라우드 설비와 구조가 다르다. 기존 IaaS 중심 클라우드는 CPU 중심 서버와 범용 스토리지, 표준 네트워크로 구성돼 비교적 에너지 밀도와 냉각 필요성이 낮은 편이다. 반면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추론을 위한 인프라는 고성능 GPU/AI 가속기, 초고밀도 전력 공급, 수랭·침지냉각 등 특수 설비를 필요로 한다.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은 엔비디아와 AMD와의 협력 확대를 통해 수십만 개 단위의 최신 AI GPU를 OCI에 도입하고 있다.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에서는 A100·H100에 이어 차세대 GB200(Grace Blackwell)까지 대규모로 확보해 데이터센터 한 곳에만 수십만 개의 GPU를 투입하는 'AI 슈퍼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AMD와는 MI 시리즈 GPU 5만 개를 OCI에 도입하는 계획을 발표하며 대형 AI 언어모델 및 고성능컴퓨팅(HPC) 워크로드에 대한 선택지를 넓히는 움직임이다.

이 같은 AI 전용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냉각 측면에서도 기존 클라우드와 비교할 수 없는 스케일을 요구한다. 여러 분석에 따르면 1GW급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은 수백억 달러에 달할 수 있고, 오라클과 오픈AI 등이 함께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Stargate)급 AI 허브 프로젝트는 10~11GW 수준의 전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오라클이 오픈AI 등에 공급하기로 한 연간 4.5GW 규모의 전력·컴퓨트 용량은 단일 기업 기준으로도 전례 없는 수준의 에너지 인프라를 의미한다.

오라클·오픈AI가 미시간에서 추진하는 데이터센터 단지의 랜더링 이미지 [자료=블룸버그]

냉각 방식도 공랭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액침냉각이나 직접 수랭 등 고효율 솔루션 비중이 늘고 있다. 오라클의 일부 신규 리전은 연료전지와 재생에너지 PPA(전력구매계약) 등과 결합해 전력 수급 안정성과 탄소 배출 규제 대응까지 동시에 노리는 구조로 설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특성 때문에 AI 인프라 설비투자는 단순한 서버 구매를 넘어 전력 인프라와 냉각 설비, 네트워킹 아키텍처 전반으로 확대, 기존 클라우드보다 훨씬 자본 집약적일 수밖에 없다.

◆ 사업 포트폴리오와 장기 성장 스토리 재편 = AI 인프라 투자는 오라클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조적으로 바꾸고 있다. 우선 매출 구조 측면에서 전통적인 데이터베이스·온프레미스 라이선스 중심에서 클라우드·AI 인프라, 멀티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수익성 프로파일 역시 상당 부분 바뀌고 있다. 오라클은 AI 인프라 사업의 조정 후 매출총이익률을 30~40% 수준으로 제시하는데, 이는 기존 클라우드·소프트웨어 사업의 수치 40~60%에 비해 낮다. 즉, 오라클은 고마진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상대적으로 마진이 낮은 인프라·유틸리티 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그 대가로 수천억 달러 규모의 장기 매출 잠재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재무 위험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오라클의 총부채는 1000억 달러를 넘는 수준으로 평가되며,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추가 채권 발행과 장기 리스 약정이 더해지고 있다. AI 인프라 관련 계약, 특히 오픈AI와의 3000억달러 계약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존 수준을 넘어서는 차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버드대학과 주요 싱크탱크의 AI 버블 논의에서도 과도한 부채에 기반해 AI 설비투자에 나서는 기업이 향후 조정 국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AI 도구를 활용해 여러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면 AI 수요가 현재 전망대로 유지되거나 완만히 둔화되는 '소프트 랜딩'에서는 오라클이 장기적으로 설비투자를 매출에 비례해 줄이며 잉여현금흐름을 회복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결과가 나온다.

반면 AI 열기가 빠르게 식거나 오픈AI를 포함한 핵심 고객의 수요가 축소되는 이른바 스트레스 시나리오에서는 과잉 설비와 높은 부채 비율이 수익성과 주가에 장기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이미 불안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라클 주가는 지난 2월6일(현지시각) 142.82달러에 거래를 마감해 연초 이후 27% 급락했다. 특히 5일 기준 8거래일 사이 주가가 25% 폭락, 24년래 최악의 단기 조정을 연출했다.

shhw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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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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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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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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