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포럼 무대에 등장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패션이 정상 외교 이슈 못지않은 화제를 낳았다.
마크롱 대통령이 연설장에 푸른빛 렌즈의 반사형 비행사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등장하자, 회의장의 시선은 단숨에 그에게 쏠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영화 탑건의 전투기 조종사 '매버릭'을 연상시킨다는 반응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롱해온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선글라스 스타일을 차용해 트럼프를 은근히 비꼰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해석은 각양각색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유럽에서 누군가는 이제 트럼프에 맞설 준비가 됐다는 신호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국면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를 연출했다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아예 "마크롱의 선글라스가 서방을 구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을 달았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의 설명은 전혀 달랐다. 해당 선글라스는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 눈의 혈관이 터진 상태를 가리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진은 이미 세계로 퍼져 나갔다. 다보스 무대의 짙은 코발트 블루 배경과 선글라스의 푸른 렌즈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마치 '연출된 장면'처럼 보였고, 주요 외신의 1면을 장식했다.
온라인에서는 각종 밈이 쏟아졌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이미지 속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전투기 조종사가 돼 트럼프 대통령의 에어포스원을 추격하거나, 1980년대 액션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는 순식간에 '르 매버릭(Le Maverick)'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를 두고 "유럽이 갈망해 온 '강경함의 상징'이 우연히 연출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고 WSJ는 전했다. 실내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한 지도자는 서방 민주주의 국가보다는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등 권위주의 지도자들과 더 자주 연상돼 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다보스에서 "어제 그를 봤다. 그 아름다운 선글라스를 끼고 있더라"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그래도 꽤 강해 보이더라"고 농담 섞인 반응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그날 이후 미국은 유럽에 대한 추가 관세 위협에서 한발 물러섰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이 착용한 선글라스는 프랑스 쥐라 산맥 인근에서 생산되는 소규모 브랜드 앙리 줄리앵(Henry Jullien) 제품이다. 이 회사는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가 2023년 이탈리아 아이비전 테크에 인수되며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난 2024년 마크롱 대통령 측이 "100% 프랑스산 선글라스"를 요청하며 접촉했고, 금박 라미네이트 프레임과 푸른 렌즈를 적용한 700달러대 모델이 선택됐다.
회사 측은 대통령이 이를 다보스 무대에 착용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브랜드 홈페이지는 수차례 접속 장애를 겪었고 주문이 쇄도하면서, 회사는 해당 모델의 생산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