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유럽은 불량배(bullies)들에게 굴복하거나 (그들의 위협에)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연설을 통해 "프랑스와 유럽은 '힘이 곧 법'이라는 논리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그 같이 말했다. 강자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속국화(vassalization)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일제히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크롱은 유럽 정상 중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가장 비판적인 생각을 표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유럽과 미국 간 갈등이 더욱 심해지면서 그의 발언 수위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다른 유럽 지도자들이 대서양 양쪽 간 분쟁 격화를 막기 위해 신중한 어조를 유지한 것과 달리 마크롱은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이날 연설 때 선글라스를 착용했는데 이에 대해 프랑스 엘리제궁은 그의 눈 혈관이 터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를 강하게 표현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유럽에 대해 관세 위협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7일 그린란드에 병력을 보낸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달 1일부터 10% 관세를 부과하고, 6월부터는 세율을 25%로 인상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는 또 마크롱이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가자지구 '평화위원회' 참가를 거절하는 뜻을 밝히자 프랑스산 와인과 샴페인에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현재의 국제 정세를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전제주의로 회귀하며 규범이 사라진 세계"로 정의했다.
그는 "우리는 국제법이 발밑에 짓밟히고 오직 '가장 강한 자의 법칙'만이 통용되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에서) 제국주의적 야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성장에 더 많은 안정이 필요하다고 믿지만 불량배보다는 존중을 선호하며 야만성보다는 법치를 선호한다"고 했다.
이어 "미국의 끝없는 신규 관세 축적은 근본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영토 주권을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때는 더욱 그렇다"고 했다.
그는 또 프랑스가 덴마크·영국·독일·네덜란드·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등과 함께 그린란드에 병력을 보내 군사훈련을 실시한 것과 관련해서 "누구를 위협하려는 것이 아니라 유럽 국가이자 동맹국인 덴마크를 지지하고 그들의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은 이와 함께 중국 등과의 무역 관계를 언급하며 유럽이 더 이상 경제적으로 "순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시장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중국이나 미국 시장은 우리만큼 열려 있지 않다"며 "보호무역주의가 아닌 '상호 호혜성'에 기반한 경제 정책이 (국제사회에서) 실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법은 보편적이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미친 아이디어(crazy ideas)로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말라"고 했다.
ihjang6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