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최근 두 시즌 동안 K리그 무대를 누볐던 제시 린가드가 한국에서의 시간을 돌아봤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국가대표팀을 경험한 스타 플레이어였던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행을 결심했던 배경과 K리그에서 보낸 시간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린가드는 22일(한국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갑작스럽게 K리그를 선택하게 된 이유와 서울에서의 생활, 그리고 FC서울 선수로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을 차분히 풀어냈다.

린가드는 K리그 역사상 가장 화려한 이력을 지닌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스 출신인 그는 1군에서 성장하며 EPL 무대를 누볐고, 맨유 소속으로 리그 149경기에서 20골을 기록했다. 컵대회와 유럽대회를 포함한 공식전 성적은 232경기 35골에 달한다. 또한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며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 진출 멤버로 이름을 올렸고, A매치 통산 32경기에서 6골을 넣었다.
그런 린가드는 지난해 2월 FC서울과 계약하며 K리그에 입성했다. 데뷔 시즌에는 리그 26경기에 출전해 6골 3도움을 기록했고, 두 번째 시즌에는 34경기에서 10골 4도움으로 공격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두 시즌 동안 남긴 기록은 K리그1 통산 60경기 16골 7도움. 린가드는 계약 연장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며 이번 시즌을 끝으로 서울과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린가드는 인터뷰에서 한국행이 자신에게 있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음을 털어놨다. 그는 "처음에는 솔직히 충격이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곧 생각을 바꿨다. 린가드는 "맨체스터의 소음과 복잡함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리셋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라며 커리어를 재정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맨체스터에는 많은 방해 요소가 있다. 밖에 나가면 여러 일들에 휘말리기 쉽다"라며 "그래서 정말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원했다"라고 덧붙였다. 잦은 가십과 관심 속에서 부담을 느꼈던 잉글랜드 생활을 뒤로하고, 축구 그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행을 결정했다는 의미였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린가드에게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었다. 그는 음식 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영국 음식과는 확실히 다르다"라고 웃은 뒤 "산낙지를 먹어봤는데, 처음에는 움직여서 무서웠지만 시간이 지나니 괜찮아졌다"라고 말하며 K-푸드에 도전했던 일화를 전했다.
FC서울에 대한 애정도 인터뷰 곳곳에서 드러났다. 린가드는 "서울은 한국에서 가장 큰 클럽 중 하나"라며 "나는 항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비교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팀에는 언제나 이겨야 한다는 기대가 따른다. 그 압박감 자체가 빅클럽의 상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서의 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특별했다"라며 "축구의 수준, 경기장의 분위기, 그리고 클럽을 둘러싼 열정은 모두 최정상급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2년 동안 보내준 사랑과 지지, 존중은 정말 놀라웠다. 이곳에서 축구를 했던 기억은 평생 간직할 것"이라며 K리그에서의 시간을 소중한 추억으로 남겼다.

다만 모든 순간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린가드는 성적이 부진했던 시기의 압박감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이른바 K리그의 '버스 막기' 문화에 대해 "홈에서 연패가 이어졌을 때 팬들이 버스를 막고, 감독이 직접 나와 설명해야 했던 적이 있었다"라며 "정말 미친 순간처럼 느껴졌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서울은 항상 승리를 요구받는 팀이다. 그 압박감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매우 비슷했다"라고 덧붙였다.
훈련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린가드는 "겨울에는 추운 날씨 때문에 실외 훈련이 어려웠고, 인조잔디에서 대체 훈련을 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환경을 불평하기보다는 받아들이며 적응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현재 린가드는 고향인 잉글랜드 워링턴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다음 행보를 준비하고 있다.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다"고 밝히며 유럽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잠재적인 선택지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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