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유출 이후 美 본사 입장 듣는 첫 자리...보상대책 발표 여부 주목
정치권 "고발 검토" 강경 기류…쿠팡 대응 기조 전환 시험대 올라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청문회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쿠팡이 최근 모회사 쿠팡Inc의 해럴드 로저스(Harold Rogers) 최고관리책임자(CAO)를 쿠팡 임시 대표로 전면에 내세우면서 대응 기조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로저스 대표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핵심 참모이자 그룹 내 실질적인 '2인자'로 평가받는다. 법률 전문가인 그가 직접 공세를 차단하고 '미국 본사 직통'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으며 리스크 대응 매뉴얼 정리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피해자 보상대책, 유출 책임 공방, 재발 방지책 등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인 만큼 로저스 대표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받고 있다.

◆17일 청문회 난타전 전망…로저스 대표, 증인 출석
12일 국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는 17일 열리는 과방위 청문회에는 로저스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지난 10일 기존 박대준 쿠팡 대표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가운데, 미국 모회사인 쿠팡Inc는 로저스 CAO를 한국 쿠팡 임시 대표로 선임하며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로저스 대표는 김범석 의장의 핵심 측근으로, 이번 과방위 청문회는 미국 본사의 입장을 처음으로 공식 청취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지난 6월부터 5개월 간 이어진 내부자 정보 탈취를 적시에 파악하지 못했고, 사고 인지 후 대응도 미흡했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로저스 대표의 발언을 통해 김범석 의장의 의중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과방위와 정무위원회의 반복된 증인 출석 요청에도 김 의장이 응하지 않자 '책임 회피'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실제 출석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과거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국정감사 출석을 거듭 거부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김 의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할 경우 나스닥 상장사인 쿠팡Inc의 주가 변동성 확대, 미국 내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 자극 등 부담이 큰 점도 변수로 작용한다. 이에 미국 본사는 로저스 CAO를 '대리 등판'시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로저스, 피해 보상안 내놓을까
3300만건이 넘는 유출 규모를 감안하면 김 의장의 불출석이 반복될수록 정치권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미 정무위는 증인 요청에도 불출석한 김 의장에 대한 고발을 합의한 상태다. 과방위도 이번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을 시 고발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김범석 의장의 복심인 로저스 대표가 이러한 정치권의 강경한 기류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재발 방지대책 등 최소한의 대응책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 쿠팡 내부는 로저스 대표를 중심으로 청문회 대응 논리를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 유출 경위와 관리 책임, 재발 방지책, 피해자 보상책 등을 중심으로 대응 논리를 가다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자체 피해 보상안을 내놓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쿠팡은 약 3400만건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이후 지금까지 금전적 보상안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앞서 박대준 전 대표가 지난 3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 당시 피해 보상과 관련해 "피해자에 대해 합리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으나, 이미 사임한 만큼 이 약속이 실제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또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이 국내외 집단소송 가능성과 주가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국 조사와 수사 결과를 최대한 지켜보며 '최소 수준'의 보상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를 달래야 하는 쿠팡으로서도 수많은 경우의 수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3370만명에 달하는 유출 피해 규모와 2차 피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 수준의 대책으로는 정치권의 공세는 물론 여론 악화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쿠팡은 지난달 20일 고객 정보 4500건이 노출됐다고 신고했으나, 같은 달 29일 정보 유출 계정이 3370만건이라고 발표하며 피해 범위가 급확대됐다. 2차 피해 신고도 증가하는 흐름이다. 최근 열흘 사이 쿠팡 관련 피싱 신고만 229건이 접수되는 등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로저스 대표를 선임한 것은 김범석 의장이 국회 출석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며 "로저스 대표가 김 의장의 의견을 반영해 사법·여론 리스크 대응 매뉴얼을 정리하고 이를 청문회에서 발표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국민 눈높이에 맞춘 강력한 대책 발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r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