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유업-농진청, 직접 개발한 서리태 두유 출시
전략작물 제품개발 지원사업…국산콩 산업 지원
전통 장류 업체 맥꾸룸 "한국 발효식품 알릴 것"
콩 수급을 둘러싼 오해와 불신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생산 기반 확충과 안정적 공급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산콩 재배 확대, 전략작물 지원, 수매·비축 강화, 기업 협력 모델 발굴까지 정책 효과가 현장에서 가시화되는 흐름도 뚜렷하다. <뉴스핌>은 콩 공급 논란의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국내·외 사례를 통해 국산콩 산업이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전환되는 과정을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콩리포트
① "콩 대란이라고?"…정부, 수입콩 안정 공급으로 혼선 차단
② 농식품부 정책 성과…전문가 "품질 강화·수요 확대 병행돼야"
③ 오사카 두부 명가에서 본 '국산콩의 힘'… 일본의 전략은(르포)
④ "프리미엄 시장 열린다"…정부·기업 손잡고 상생 모델 구축
⑤ 한국 된장으로 미슐랭 3스타…국산콩 두부젤라또 '열풍'(르포)
[세종=뉴스핌] 이정아 김기랑 기자 = 국산콩을 활용한 식품들이 프리미엄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두유와 음료류에 이어 간장과 된장 등 장류까지 국산 원료를 전면에 내세운 제품이 늘면서다.
정부 정책과 기업 전략이 맞물리며 국산콩을 둘러싼 시장 구조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현장에서는 국산콩 기반 제품이 가격 경쟁을 넘어 '왜 이 원료를 썼는지 설명이 되는 상품'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프리미엄화되는 콩 시장…맥꾸룸 "외국서 된장 등 발표식품 매력적으로 받아들여"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산콩은 그동안 수입 대두에 비해 높은 가격 탓에 가공식품 원료로 쓰이는 비중이 제한적이었다. 농식품부가 추산한 장류업계의 국산콩 사용 비중은 8%대 초반에 머물러 있으며, 두유와 음료류를 포함한 가공식품 전반에서도 수입콩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다만 최근 들어 시장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국산 원료를 전면에 내세운 제품이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경쟁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가격만 놓고 보면 국산콩은 여전히 불리하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원산지와 제조 방식, 브랜드 스토리가 함께 평가되면서 국산 원료 자체가 차별화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산콩 기반 제품군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두유에 집중됐던 활용 범위는 간장과 콩기름, 단백질 파우더 등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매일유업은 국산 검은콩을 활용한 콩함량 99.9% 고단백 두유를 개발 중이고, 건국유업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서리태 품종 '청자 5호'를 자사 농장에서 직접 재배해 서리태 두유를 출시할 계획이다. 발효콩 가공품과 양조간장, 단백질 파우더 등 국산콩을 활용한 신제품도 연내 순차적으로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전통 장류 시장에서도 국산콩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장류는 메주를 기반으로 한 한국 식문화의 핵심 품목으로, 원료의 국산화는 곧 품질과 신뢰도로 직결된다. 전통 장류 업체 맥꾸룸은 이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맥꾸룸은 간장과 된장 등 전 제품에 국산콩을 사용하고 있다.
권해나 맥꾸룸 홍보실장은 "회사 이름 자체가 '한국의 맥을 이어가는 꾸러미'라는 뜻인데, 수입콩을 쓰는 건 브랜드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수입산을 써서 가격을 몇 푼 낮추는 건 오히려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에서는 불리하지만 시장 반응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통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애초에 구매 의도가 분명한 경우가 많다"며 "한국 장을 먹고 싶어 찾는 소비자에게는 국산 원료 자체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라고 했다. 맥꾸룸의 주요 수출 국가는 미국과 캐나다로, 전체 수출 물량의 70~80%를 차지한다. 아랍에미리트와 싱가포르, 홍콩, 영국 등으로도 수출이 이어지고 있다.

맥꾸룸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약 56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수출 비중은 8% 안팎이다. 수출액은 연간 약 5억원 수준이다. 권 실장은 "현지에서는 교민이나 주재원 수요가 중심이지만, 체험 행사와 시식을 통해 외국인 소비자 반응도 확인하고 있다"며 "간장과 된장 같은 발효식품을 의외로 매력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농식품부, 전략작물 제품개발 지원사업…국산콩 활용 기업 21곳
이 같은 시장 변화의 배경에는 정부 정책 방향 전환이 있다. 농식품부는 밀과 콩, 가루쌀을 전략작물로 지정하고, 이를 활용한 가공식품 산업 육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쌀 수급 불균형 완화와 식량자급률 제고라는 구조적 과제를 산업 정책과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올해 '전략작물 제품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식품기업 60곳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국산콩을 활용한 기업은 21곳이다.
전략작물 활용계획과 판매·유통 역량, 사업성을 종합 평가해 참여 기업을 선정했으며, 선정된 업체에는 국산 원료를 활용한 시제품 생산과 포장, 소비자 평가, 홍보까지 신제품 개발 전 과정을 패키지로 지원한다. 관련 예산은 2023년 40억원에서 지난해 84억원, 올해는 99억원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원료 공급과 판로 지원도 병행된다. 농식품부는 전략작물 가공식품이 연내 출시되면 대형마트와 홈쇼핑 등 주요 유통채널과 협업해 공동 판촉을 진행하고, 온라인에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전략작물 가공식품 판매몰'을 개설해 소비 촉진에 나설 계획이다. 국산 원료 사용이 실제 판매 성과로 이어지도록 정책을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국산콩 물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 경우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류를 포함한 대부분 품목에서 국산 원료 사용 비중이 아직 낮은 만큼, 프리미엄 시장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국산콩을 활용한 프리미엄 시장 형성은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략작물 제품개발 지원사업은 농가의 안정적 판로 확보와 식품기업의 제품 경쟁력을 동시에 겨냥한 정책이다.
권 실장은 "기업이 국산콩을 꾸준히 사용해야 생산도 늘고 품질 투자도 가능해진다"며 "정부 정책과 현장의 선택이 함께 가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산콩이 프리미엄 시장을 여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가격과 공급, 가치 경쟁력을 함께 키워야 한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