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산 콩 재배 면적 8만3000ha…12.3% 증가
표준화 재배 기술 개발·APC 계약 재배 확대 등 추진
농식품부 "산업 위한 농가·기업 노력 함께 이뤄져야"
콩 수급을 둘러싼 오해와 불신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생산 기반 확충과 안정적 공급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산콩 재배 확대, 전략작물 지원, 수매·비축 강화, 기업 협력 모델 발굴까지 정책 효과가 현장에서 가시화되는 흐름도 뚜렷하다. <뉴스핌>은 콩 공급 논란의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국내·외 사례를 통해 국산콩 산업이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전환되는 과정을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콩리포트
① "콩 대란이라고?"…정부, 수입콩 안정 공급으로 혼선 차단
② 농식품부 정책 성과…전문가 "품질 강화·수요 확대 병행돼야"
③ 오사카 두부 명가에서 본 '국산콩의 힘'… 일본의 전략은(르포)
④ "프리미엄 시장 열린다"…정부·기업 손잡고 상생 모델 구축
⑤ 한국 된장으로 미슐랭 3스타…국산콩 두부젤라또 '열풍'(르포)
[세종=뉴스핌] 김기랑 이정아 기자 = 정부가 국산 콩 공급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전략작물 지원과 비축 확대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국산 콩 재배 규모가 최근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정부의 자급률 제고 정책이 점차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생산 증가만으로 국산 콩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품질 편차 개선과 계약 재배 기반 확대, 소비시장과의 연계 등 현장의 대응이 병행돼야 산업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 국산 콩 재배 회복세…정부 정책 효과 가시화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산 콩의 자급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전략작물직불 확대와 비축 물량 확충 등 핵심 정책을 본격 추진하며 공급 구조 안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일부 업계에서 제기한 '콩 공급난' 주장으로 수입 콩 의존 체계와 국내 자급 정책을 둘러싼 혼선이 커지는 상황에서, 농식품부는 국산 콩 생산 기반을 튼튼히 하고 프리미엄 시장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식량 안보 중심의 농정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전략작물 지원은 국산 콩 공급 기반 확충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내년 전략작물직불 예산은 4196억원으로 올해(2440억원) 대비 약 1.7배 증가했다. 지원 면적도 17만6000헥타르(ha·1ha는 1만㎡)에서 20만5000ha로 늘어나 콩·밀 등 전략작물의 재배 여건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콩 비축 규모 확대 역시 국산콩 산업 안정화에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 공공비축 시행계획'을 통해 쌀 45만톤(t)과 함께 콩 6만t을 비축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생산 확대에 대비해 향후 가격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장치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제2회 추가경정예산에 콩 비축 예산 1021억원이 반영되며 수매 물량 확보를 위한 재정적 기반도 마련됐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연내 2만t의 콩을 추가 매입해 가격 안정과 가공 수요 증가에 대응할 계획이다.
내년도 전략작물 산업화 예산을 564억원으로 확대한 점도 소비 기반을 강화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이를 통해 국산콩 기반 가공식품 개발과 유통체계 보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예산 확대에는 생산·가공·소비를 아우르는 산업적 기반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담았다.
이처럼 정부는 직불·비축·산업화 예산을 종합적으로 확대해 국산 콩 산업의 구조적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런 정책적 지원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정체돼 있던 콩 재배 규모도 점차 회복되는 추세다. 올해 국산 콩 재배 면적은 전년 대비 12.3% 증가한 8만3000ha를 기록했다. 정부의 생산 기반 강화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 생산 늘었지만…산업화는 현장 손에 달렸다
전문가들은 국산 콩 재배 면적 증가가 산업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품질 경쟁력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같은 품종이라도 수분·단백질·입도 등 품질 편차가 발생하면 가공업체가 장기 계약을 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품질 안정화와 산지유통센터(APC) 기반 선별 강화, 계약 재배 비중 확대 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은 국산 콩의 품질 안정화를 위해 기계화에 적합한 품종과 용도별 특화 품종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기계화 작업에 대응하는 '밀양382'와 고단백 품종 '밀양408' 등이 개발돼 보급 중이다. 아울러 주요 기후대에서 재배 최적 모델 실증을 진행해 품종별 표준화된 재배 기술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연구는 국산 콩의 품질 균일화와 안정 생산성 확보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또 전문가들은 APC를 중심으로 한 계약 재배 기반 확대가 국산 콩의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변동 완화를 위한 핵심 과제라고 지목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APC 다수가 수익성이 낮아 생산자 조직화를 통한 계약 물량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품목별 수급 거버넌스를 구축해 정부와 관련 기관 등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수급관리 체계를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계약 재배를 통해 확보한 물량을 APC에서 통합 관리·선별해 가공업체에 공급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산업 구조 개선 방향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스마트 APC 보급 확대의 필요성도 제기한다. 현재 APC의 기능이 단순 집하·선별에 머물러 수급 관리 기능이 약화돼 있는 만큼, 재배 품목·면적·작황·출하기 등 생산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계하는 디지털 기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수확기 공급 과잉과 기후 변화에 따른 생산 불확실성 등 산지 혼선 문제를 예방하고, 국산 콩의 선별 정확도와 자원 배분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APC가 수급 관리를 위해 품목별 조직화와 저온 저장고를 활용하는 수단 이외에 마땅한 방안이 없어 마케팅 기능과 수급 관리 기능 간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며 "스마트 APC 보급을 확대하고, 품목별 농가 조직화를 추진해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계약 재배 비중을 높이는 것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그동안 현장에서는 생산량은 늘었으나 농가와 가공업계 간의 협력 구조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아 수급 예측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안정적인 수요·공급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계약 재배를 확대하고, 농가가 시장이 요구하는 규격과 공급 시기에 맞춰 생산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계약 재배는 가격이 크게 떨어져도 계약에 따라 대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리스크를 확실히 분산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콩은 소비처가 대부분 장류·두부 등 제조업체인 만큼 이미 계약 재배 사례가 적지 않고, 안정적 수익을 만들어온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콩으로 전환한다면 계약 재배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타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시장 확대 속도 역시 산업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국산 콩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 개발과 외식업체·프랜차이즈와의 협력 강화, 기능성 콩 등 품종별 용도 다양화가 소비 확대의 핵심이라고 분석한다. 전략작물 산업화 예산 확대로 기반이 마련된 만큼, 민간의 신제품 개발과 유통 연계가 산업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결국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반을 마련했다면, 나머지는 농가와 산업계의 대응이 좌우한다는 데에 한뜻을 모았다. 품질 관리 강화와 시장 변화에 따른 품종 선택, 가공업계와의 긴밀한 정보 공유 등이 이뤄질 때 국산 콩 산업은 생산 중심을 넘어 산업 중심 구조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견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재배 기반 확충뿐 아니라 유통·가공 단계까지 연결되는 산업화 구조를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농가의 품질 관리와 기업의 시장 개척 노력이 함께 이뤄질 때 국산 콩 산업이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