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건설 보유토지 협상가격 700억~800억원 추정
SH 기한 정하지 않은 검토…서울시, 토지 매입 여부가 SH가 결정해야
업계, 이미 정쟁화된 세운4구역 들어올 사업자 없을 것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세운4구역 개발이 다시 좌초 위기에 놓였다. 구역 내 토지 약 10%를 보유한 한호건설이 사업 이탈을 선언하고 해당 토지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매입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입 주체인 SH공사는 '기한 없는 검토'에 들어간 상태로 사실상 미온적 대응을 보이고 있다. 세운4구역 토지 매입의 최종 판단 권한을 가진 서울시는 민간이 주도하는 개발사업이라며 개입 불가 방침을 명확히 했다. 반면 한호건설은 토지 매각 방침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국무총리까지 나서 종묘 보존을 강조하면서 사안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공방으로 확산된 만큼, 한호건설의 매각 절차가 지연될 경우 세운4구역 사업이 다시 표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9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등에 따르면 한호건설이 요청한 세운4구역내 보유토지 매입 요청에 대해 서울시는 개입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운4구역 개발사업은 SH공사가 시행을 맡고 있지만 토지주들이 주체가 돼서 진행하는 민간개발사업인 만큼 서울시가 개입할 권한과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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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시장이 종묘와 세운4구역에 대한 이슈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
한호건설은 지난 1일 일부 언론에서 세운4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과 관련한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즉각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세운4구역 내 보유 토지를 전량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2일 SH공사에 보유 토지 매입을 공식 요청했고, SH공사는 현재 매입 여부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다만 SH공사는 조속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SH공사 관계자는 "한호건설의 요청 사항을 검토 중이나, 검토 종료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호건설이 보유한 토지는 세운4구역 전체 면적의 약 10% 수준이다. 개인 소유 토지가 약 30%인 점을 고려하면 이 중 3분의 1가량을 한호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나머지 토지는 SH공사가 60%, 국·공유지가 10%를 차지한다. SH공사가 한호건설의 토지를 매입할 경우 구역 내 지분의 70%를 확보하게 된다.
현재 SH공사는 1차적으로 매입 여부 자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토 기준이나 내부 지침 등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토지 매입을 요청한 한호건설은 아직 구체적인 매각 희망가격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SH공사가 해당 토지를 매입하려면 최소 700억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호건설은 2022~2023년 세운4구역 내 약 3135.8㎡(950평) 규모의 토지를 600억원대에 매입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호건설은 취득가에 부대비용을 더한 금액을 협상 기준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 총 매입비용은 약 7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한호건설은 과거 "부대비용을 제외한 원가 수준에서도 매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어, 약 650억원 전후에서도 거래가 이뤄질 여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50억~700억원의 금액은 부동산개발사업에서 큰 돈은 아니다. 하지만 SH공사가 자기자본으로 이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올해 기준 SH공사의 부채는 22조원 규모로 내년 27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지난해 195%를 기록한 부채비율은 내년 이후 250%선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더욱이 SH공사는 오세훈 시장의 공격적인 개발 사업 추진에 따라 용산 국제업무지구를 비롯해 영위하는 사업도 많을 뿐더러 한강버스 사업까지 투자한 입장인 만큼 막대한 액수의 토지대금 지불은 곧장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SH공사가 한호건설 토지를 매입하려면 공사채를 발행해야한다. 이는 서울시의 허가는 물론 시의회 승인도 필요하다. 절차도 복잡하며 시간도 상당히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시가 SH공사의 기채(정부·공공기관·기업 등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 발행을 허용할 사항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한호건설 토지 매입 여부는 SH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호건설 토지의 매입 여부는 전적으로 SH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해 공사채 발행 등 서울시의 개입 가능성을 차단했다. SH 역시 해당 토지 매입 여부는 공사가 결정할 부분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호 측의 주장대로 높은 공공기여 비율로 인해 사업성이 낮은 상태라면 전체 사업구역의 20%에 달하는 다른 민간 토지 소유주들도 SH공사에 매각을 요구하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계획대로라면 세운4구역 사업에서 사업 완료 후 총수입에서 총사업비를 뺀 금액을 종전자산으로 나눈 비율인 '비례율'은 103%에 이른다. 결국 3%의 수익도 얻기 힘든 사업구조라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한호건설은 SH 매각이 실패할 경우 민간에라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업성이 낮다고 스스로 인정한데다 불과 6개월 뒤인 내년 지방선거 이후 사업이 진행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 토지를 매입해 사업에 뛰어드는 민간 업체도 찾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한호건설은 해당 토지에 대해 무조건적인 매각 방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호건설은 앞서 시행한 세운3구역 사업에서도 박원순 전 시장의 시공중단 지시 등으로 1000억원 이상의 금융비용을 포함한 부대 비용이 발생하는 등 사업수익률도 크게 하락했다고 밝히며 4구역 사업에서 이탈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해당 구역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은 토지소유주 주도의 전형적인 조합사업으로, SH공사의 지분을 확대해 공공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운4구역은 토지소유주들이 추진하는 민간 개발사업으로, 사업 방향은 토지소유주들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SH공사는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시행자로 참여한 것일 뿐, 사업의 당사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호건설의 보유 토지 매각 결정으로 세운4구역은 사업자 엑소더스가 발생하며 장기 표류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정부가 압박하면서 세운4구역 사업은 이제 정쟁 요소가 됐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까지 제자리 걸음이 이어질 것이며 선거 이후에는 세운3구역이 그랬듯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