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확산 속 보안 체계는 구멍
해외는 이미 '안보 리스크'로 분류
현대차, 사이버 보안 전담조직 신설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통신사·카드사·플랫폼 기업까지 연이어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자율주행·커넥티드카 시대의 데이터 리스크가 산업 전반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차량이 이동 수단을 넘어 위치·영상·음성·운전 패턴·생체 정보까지 포착하는 '데이터 장치'가 되면서, 물리적 사고보다 더 빠르게 개인정보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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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주행 자동차가 개인정보 유출 위기에 놓여있다. [사진=챗GPT] |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그룹 차원의 사이버 보안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보안 역량 강화에 나섰다. 최근 통신·금융권을 중심으로 해킹 사고가 잇따르고,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 전환으로 차량이 사실상 '움직이는 디지털 기기'가 되면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자율주행·커넥티드카는 GPS와 실내·외 카메라, 마이크,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통해 운전자의 행동과 이동 패턴을 정밀하게 기록한다.
출퇴근 경로와 자주 방문하는 장소는 물론, 보행자 얼굴과 차량 번호판, 주변 상점 간판 같은 비(非)이용자 정보까지 수집된다. 일부 시스템은 심박·시선·표정 등 생체 신호까지 분석해 스마트폰보다 민감한 정보를 다룬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제조사·플랫폼·보험사 등으로 전송돼 서비스 개선과 알고리즘 학습에 활용된다.
이처럼 구조적 특성상 '데이터 사고'가 한 번 발생하면 피해가 광범위해질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는 폭스바겐·도요타에서 이미 대규모 차량 데이터 유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해 고객 연락처, 차량 위치, 주행 기록 등이 외부에 노출됐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과 KT의 해킹, 롯데카드의 297만명 정보 유출, 쿠팡의 개인정보 사고 등이 이어지며 한국의 전체 보안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그룹 차원의 '그룹사이버위협대응팀'을 신설한 것도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최근 3년간 정보보호 투자 금액을 231억원에서 621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렸고, 전담 인력도 105명에서 262명으로 2.5배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이 소프트웨어 중심차(SDV)로 전환되고 커넥티드 기능이 확장되는 만큼, 보안을 선제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 제기하는 더 큰 우려는 차량 내부 보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데이터 이동 경로 전체의 위험'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개인정보관리 전문기관 제도가 대표적이다.
전문기관은 다양한 기업에 흩어진 데이터를 수집·관리·결합하는 허브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지만, 지정 요건이 자본금 1억원 수준에 그쳐 보안 역량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SK텔레콤 같은 대기업조차 반복적으로 해킹을 당하는 상황에서 영세 기관이 방대한 자율주행·전기차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해외에서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최근 자국과 해외에서 운용 중인 중국산 관용차 내부에 '국방부 장비 차량 연결 금지', '공식 등급(OFFICIAL) 이외 대화 금지'라는 경고문을 부착했다. 차량 내 전자장비가 외부로 대화 내용을 전송하거나 감청에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스라엘 국방부도 간부들에게 지급했던 중국산 전기차 약 700대를 전량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마이크 기능을 비활성화했음에도 '백도어(backdoor·인증 우회 해킹)'로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근거 없는 소문에 기반한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시대에는 '보안이 곧 안전'이자 '산업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차량은 실시간 데이터로 운행되기 때문에 개인정보 침해는 곧 물리적 위해로 이어질 수 있고, 누적된 이동 패턴과 영상 정보는 정치적 신념·건강 상태·경제력까지 추론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비이용자 데이터 보호, 데이터 소유권, 자동화 의사결정 투명성 등은 한국 규제 체계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공백으로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는 스마트폰을 넘어선 '움직이는 데이터 센터'이기 때문에 보안 체계 전체를 새로 설계해야 한다"며 "내부 보안만 강화해선 부족하고 데이터가 이동하는 생태계 전체의 관리와 규제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