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사범대 교수 "국어 3번 정답 2개…시시비비 가려야"
포스텍 철학 교수도 "'칸트 인격 동일성' 문제 정답 없다"
2004학년도 언어 영역서 사상 첫 출제 오류…평가원장 사퇴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최근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영역 17번 문제에 정답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이어 정답이 2개인 문항이 있다는 서울대 사범대학 교수의 주장이 나왔다. 국어 영역은 지난 2004학년도(당시 언어 영역) 수능 시행 사상 첫 복수정답 인정 사태로 평가원장이 사퇴했던 영역이기도 하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능 국어 3번 문항 지문에 오류가 있고 정답도 2개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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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3일 목동종로학원에 마련된 수능 문제분석 상황실에서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와 국어과 강사진들이 국어영역 문제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해당 문항은 필립 고프 전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명예교수가 제시한 독해 능력 이론인 '단순 관점'을 다룬 지문을 읽고 틀린 선택지를 찾는 문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공개한 정답은 '갑은 학생 B가 단어를 올바르게 발음하지는 못하지만, 글 읽기 경험을 통해 중심 내용은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겠군'이라는 내용의 4번이다.
해당 이론을 10여 년 동안 연구해 왔다는 이 교수는 "언어 이해는 말로 듣거나 글로 읽은 내용의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이라며 "중심 내용 파악하기, 추론하기 등을 포함한다는 설명은 틀렸다"라고 설명했다. 문제와 답이 고프 전 교수의 단순 관점 이론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어 이 교수는 "글 읽기 경험으로 언어 이해 능력을 향상할 수 없기 때문에 3번도 답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이충형 포항공대(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임마누엘 칸트의 인격 동일성에 관한 견해를 다룬 17번 문항에 정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어 17번은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인격 동일성에 관한 견해를 담은 지문을 읽고 푸는 문제로, 두뇌에서 일어나는 의식을 스캔해 프로그램으로 재현한 경우 본래의 자신과 재현된 의식은 동일한 인격이 아니라는 '갑'의 주장을 제시한 뒤 이를 이해한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을 찾으라고 것이 문항의 요지다.
평가원이 공개한 정답은 선택지 중 3번 '칸트 이전까지 유력했던 견해에 의하면 '생각하는 나'의 지속만으로는 인격의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갑의 입장은 옳지 않겠군'이다. 이 교수는 갑의 입장은 옳기에 3번이 정답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어 영역의 출제 오류 논란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수능 시행 이후 처음으로 복수 정답이 인정된 과목이기도 하다. 2004학년도 수능 언어 영역에서 백석의 시 '고향'과 그리스신화의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에 관한 지문을 읽고 비슷한 의미의 단어를 찾는 문제였는데, 당시에도 해석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는 논란이 벌어졌다. 논란 끝에 결국 복수 정답이 인정됐고 이종승 당시 평가원장은 대국민 사과 후 사퇴했다.
교육계에서는 국어 영역 특성상 출제 오류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평가원에서 이를 인정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입시학원의 한 강사는 "국어 영역은 가장 옳은 것, 적절한 것을 고르는 선지판단형 구조가 대부분인데 이 '가장'이 참 애매하다. 출제자 의도와 응시자 판단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도 "한 과목, 한 문항의 정답 정정이 전체 시험의 신뢰성을 떨어뜨려 평가원은 극명한 사실관계 오류가 없는 한 엄격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오는 25일 국어 영역을 비롯해 이번 수능의 확정된 정답을 발표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의가 제기된 건에 대해 문항별, 과목별로 평가원에서 심사 중"이라며 "25일 오후 5시에 정답 결과를 발표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수능 이의신청은 모두 675건으로 지난해의 2배 수준이다. 영역별로 영어가 467건으로 전체의 69%를 차지했으며 이어 ▲국어, 사회탐구(각 82건) ▲수학(23건) ▲과학탐구(17건) ▲제2외국어·한문(2건) ▲한국사·직업탐구(1건) 순으로 집계됐다.
jane9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