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박기' 방지법 미비 1기 신도시 등 노후 단지 '사각지대' 여전
여의도 대교, 속도 위해 '상가 제외' 단독 재건축
'통합' 압구정 미성 여전히 갈등…분리 재건축 소송전도 이어져
'상가 쪼개기' 투기 성행…조합원 분담금 '폭탄' 우려
'상가 쪼개기 방지법' 시행됐지만…1기 신도시 등 '구멍' 숭숭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재건축 현장에서 아파트 단지와 상가 간 갈등이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조합원 규모가 작은 핵심 단지를 중심으로 정비계획 단계부터 '단독 재건축'으로 속도를 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조합 설립 전 상가 지분을 잘게 나눠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확보하려는 이른바 '상가 쪼개기'가 사업성을 떨어뜨리고 투기를 조장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1기 신도시 등 노후 단지 재정비 현장에서도 상가 쪼개기 방지법이 적용되지 않는 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만큼, 투기 차단을 위한 제도 정비가 향후 주택 공급 정책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 여의도 대교, 속도 위해 '상가 제외' 단독 재건축…'통합' 압구정 미성은 여전히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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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대교아파트가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가는 가운데, 단지와 인접한 대교 A, B상가와 따로 재건축을 실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교아파트는 재건축 사업을 궤도에 올리면서 상가를 제외한 단독 재건축 계획을 세워 정비 속도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독립 재건축이 가능했던 것은 상가와 아파트의 행정구역상 주소가 분리돼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아파트와 맞닿은 상가를 같이 재건축하지 못한다는 점도 부각된다. 지난 15일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조합 집행부와 현장을 답사하기도 했던 헤더윅 스튜디오의 수장 토마스 헤더윅은 상가와 분리 재건축을 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조합에서 단독 재건축을 진행한 이유는 통합 재건축 시 예측되는 상가 조합원과의 갈등 때문이다. 이 단지는 아파트 조합원이 약 563명에 불과한 중형 단지인 반면 상가 소유주는 A, B상가를 통틀어 이날 기준 70명을 넘어간다. 만약 통합 재건축을 할 경우 상가 조합원의 비율은 11%를 넘는다.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총회에서 의결이 성립하기 위한 최소 직접 출석 비율은 전체 조합원의 10%이다. 따라서 상가 소유주만으로도 의결을 성립하기 위한 최소 조건을 충족하며, 조합 임원 해임총회 등 일부 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는 숫자가 되는 것이다.
특히나 이들에게 입주권이 배정될 경우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들어 단지 내 조합원의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 역시 단독 재건축을 하게 된 이유다. 원칙적으로 상가 소유주는 재건축 뒤 상가를 받지만, 상가 권리가액이 최소 주택 분양가 이상이거나 조합 정관에 명시돼 있고 요건을 충족하면 주택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상가 소유주들은 자주 아파트 소유주와 대립각을 세운다. 다수 조합 집행부에서 "아파트 조합원 500명을 설득시키는 것보다 상가 조합원 50명을 설득하는게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같은 입장 차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력 재건축 사업일수록 단지 조합원과 상가 조합원이 결성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간의 분쟁이 잦아지며 사업이 늘어진다. 앞서 압구정 미성아파트는 1차, 2차 아파트와 상가(특히 2차 부속 지번인 뉴타운상가)가 필지를 공유하면서 1, 2차 간의 주도권 갈등뿐 아니라 상가의 분양권 요구 갈등으로 재건축 속도가 심각하게 지연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서울시가 고시한 분할 가능선을 근거로 1차 주민들이 분리 재건축을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해 분쟁이 이어지는 중이다. 여의도 대교 역시 인근 도로 문제 등으로 통합 재건축 논의가 오가기도 했지만 결국 단독 재건축을 감행했다.
◆ '상가 쪼개기' 투기 성행…조합원 분담금 '폭탄' 우려
유력 재건축 단지에서 발생하는 '상가 쪼개기'도 상가 갈등을 심화시키는 주범이다. 상가 쪼개기란 재건축 아파트의 신규 입주권을 확보할 요량으로 조합설립인가 전에 하나의 상가 전유 부분이나 지분을 다수의 소규모 지분으로 분할하는 행위를 말한다. 현행법상 상가 소유주도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상가 지분 쪼개기로 전체 조합원 수가 급증하면 배정될 아파트 물량이 줄어들면서 조합원들의 개발 이익이 저해된다. 또한 그 손실은 기존 아파트 조합원의 분담금 폭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도정법상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전체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와 더불어 각 동별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통상 주택단지 안 복리시설 전체를 하나의 동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투기 세력이 상가 쪼개기를 한 뒤 과반수 의결권을 장악한 경우에는 투기 목적을 위해 사업을 지연시키는 반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같은 투기 행태는 법적 규제가 미비하던 시기에 성행했다.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전국 아파트 단지서 발생한 상가 지분 분할 건수는 12건에서 77건으로 6.4배나 급증하기도 했다. 2022년 부산 해운대구 대우마리나 1차 아파트 지하 상가 1실을 한 법인이 123개로 쪼개 매도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1평 남짓의 지분을 소유하고도 아파트 분양권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 '상가 쪼개기 방지법' 시행됐지만…1기 신도시 등 '구멍' 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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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분당 양지마을(상가 450여개) 등 1기 신도시 단지들은 상가 규모가 기존 강남권 단지들과 비교할 수 없이 막대해, 쪼개기 우려가 상당한 편이다. 지난 9월 15일 분당 양지마을 단지와 단지 사이 대형 건설사의 사업 추진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5.09.15 chulsoofriend@newspim.com |
급기야 상가 쪼개기 방지법도 제정됐다. 지난해 국회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통해 지난 1월 분양권 기준이 되는 권리산정기준일 대상에 상가 분할을 포함했으며, 시점 역시 기본계획 수립 후에서 공람 공고일로 앞당겼다. 만약 기준일 이후 상가 쪼개기를 하면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다. 기존보다 평균 3개월 정도 이른 시점에 투기 수요 유입을 차단한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투기 세력이 지어진 지 30년이 지난 유력 재건축 단지를 물색하기는 어렵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상가 쪼개기가 완료되는 시점만 앞당긴다는 지적도 제기되곤 했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도정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자체 규제를 통해 투기 세력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 지난 2023년 강남구의 '개발행위허가 제한'이 대표적이다. 당시 강남구는 '상가 쪼개기' 정황이 감지된 대치동 미도·선경, 압구정 미성, 개포현대1차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 대해 건축물의 분할(집합건축물 전유부 분할) 행위 자체를 고시일로부터 3년간 제한하는 내용의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지역으로 지정했다.
또한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재건축이 급물살을 타면서 상가 쪼개기 움직임이 포착되자, 국토부와 경기도는 이례적으로 주거용이 아닌 상가(부속 토지)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고 개발행위 제한 고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당 양지마을(상가 450여개) 등 1기 신도시 단지들은 상가 규모가 기존 강남권 단지들과 비교할 수 없이 막대해, 쪼개기 우려가 상당한 편이다. 특히 1기 신도시와 같은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에는 별도의 특별법이 적용돼, 권리산정기준일을 앞당겼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난 3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등은 권리산정기준일을 재정비하는 것을 골자로 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상가 독립정산제 역시 갈등 해소의 대안으로 활용된다. 아파트와 상가가 각각 수익과 비용을 분리해 정산하는 방식으로, 다수의 단지가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독립정산제는 도정법에 명확히 규정된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구속력의 한계가 있다. 또한 단지마다 기준이 제각각이라 분쟁의 여지도 남아있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독립정산제 표준안'을 마련하고, 상가협의회의 법적 지위와 권한을 도정법상에 명확히 규율할 필요가 제기된다.
해결책으로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최소 면적을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일정 기간 동안 사전에 지분 쪼개기를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재건축 설립추진위가 설립되기 전부터 지분 쪼개기를 금지하고, 분양권 역시 대표자 1명으로 제한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비정상적으로 쪼개진 상가 지분으로는 애초에 분양권을 요구할 수 없게 하는 과소필지 분양권 금지 원칙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