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국영 석유 회사, 연간 220만t LPG 수입하는 1년 계약 체결
"인도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보다 정치적 이익 커"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가 미국산 액화석유가스(LPG)의 대규모 구매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데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서 나온 소식이다.
17일 CNBC 방송과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하딥 푸리 인도 석유부 장관은 이날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인도 국영 석유 회사들이 미국으로부터 연간 약 220만 톤(t)의 LPG를 구매하는 1년 계획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는 인도의 연간 LPG 수입량의 약 10%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인도가 미국산 LPG를 대규모로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은 "역사상 최초"라고 푸리 장관은 덧붙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도의 연간 LPG 수입량(약 2100만t) 중 미국산 비중은 0.5%에 불과했다.
인도는 그간 주로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연안 국가들로부터 LPG 및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해 왔는데, 2024/25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기준 총 2100만t의 LPG 수입량 중 UAE산이 약 40%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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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로이터=뉴스핌] 1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세르지오 고르 주인도 대사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
인도의 이번 미국산 LPG 대규모 구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타결함으로써 고율 관세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 출범 초기부터 인도와의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인도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를 원했다.
4월 25%의 국가별 상호 관세를 발표한 뒤에는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문제 삼으며 25%의 제재성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인도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은 50%로, 이는 미국의 주요 교역국 중 최고 수준이다.
인도는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기로 약속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선을 그으면서도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겠다는 뜻은 거듭 밝혀 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올해 2월 워싱턴 방문 당시 LNG를 포함한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것을 포함해 양국 교역 규모를 2030년까지 5000억 달러로 늘리는 데 합의했고, 9월에는 무역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이 에너지 제품에 대한 미국과의 무역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뉴델리에 본사를 둔 싱크탱크 옵저버 리서치 파운데이션의 리디아 파월 에너지 수입 담당 연구원은 "미국에서 LPG를 수입하는 데에는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 지리적 거리를 고려할 때 걸프 지역 공급 물량이 인도에게 더 저렴할 것"이라며 "경제적 이익보다는 정치적 이익이 클 것"이라고 FT에 전했다.
노무라의 에너지 부문 주식 분석가인 비닛 방카는 CNBC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조치는 현재 중동에 집중되어 있는 LPG 수입원을 다각화하고 미국과의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현재 가격으로 인도가 연간 수입량의 약 10%를 미국에서 수입한다면 미국은 10억 달러의 추가 수입을 얻게 되겠지만, 이러한 추가 수입은 미국의 대인도 무역 적자(400억 달러)와 비교해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은 지난달 러시아 정유 기업 로스네프트와 루코일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이들과 거래하는 기업들도 2차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아시아 최고 부호 무케시 암바니가 소유한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등 인도의 국영 및 민간 정유사들은 미국의 제재 이후 러시아산 원유 구매 계획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조선 추적 사이트인 케이플러(Kpler)가 공유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인도의 러시아 원유 수입량은 일평균 185만 배럴로, 10월의 일평균 160만 배럴 대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케이플러는 "구매자들이 로스네프트 및 루코일과의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11월 21일까지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인도 정유사들은 앞으로 며칠 안에 최대한 많은 배럴을 들여오기 위해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hongwoori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