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볼넷 11개 이어 2차전도 볼넷 12개로 무너져
스트라이크존 적응 실패로 밀어내기 실점만 4차례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한국 야구대표팀이 일본과의 2연전에서 총 11점을 뽑아내며 타선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뒀지만, 그 빛은 23개의 사사구라는 뼈아픈 민낯에 가려졌다. 한일전 내내 투수진의 극심한 제구 난조가 드러나며 내년 3월 열릴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비 과정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류지현 감독이 지휘한 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K-베이스볼 시리즈 2차전에서 7-7로 간신히 비겼다. 경기 막판 9회말 2사에서 김주원(NC)이 때린 천금 같은 동점 솔로포가 아니었다면, 한국은 일본전 11연패라는 굴욕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장단 9안타를 기록하며 타선이 살아났지만, 그 과정에서 12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마운드는 또다시 불안함을 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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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지난 9일 열린 체코와의 평가전 2차전에서 오원석이 선발 투수로 나섰다. [사진 = KBO SNS] 2025.11.09 wcn05002@newspim.com |
하루 전 치른 1차전은 더욱 뼈아팠다. 한국은 4-11로 크게 패했는데, 이 경기에서도 11개의 사사구를 내줬다. 성영탁(KIA)을 제외한 6명의 투수가 모두 사사구를 허용했고 이는 전원 실점이라는 결과로 직결됐다. 결국 이틀 동안 나온 사사구만 23개. 일본이 같은 기간 허용한 사사구가 12개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차이는 더 뚜렷하다.
그럼에도 이번 시리즈가 완전한 실패는 아니었다. 국제 무대 경험이 많지 않았던 선수들이 오히려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안현민(kt)은 1·2차전에서 나란히 홈런을 기록하며 가장 주목받는 신예로 떠올랐고, 송성문(키움)은 3안타 3타점, 신민재(LG)는 4안타를 쏟아내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투수진에서도 성영탁(KIA·1이닝 무실점), 김건우(SSG·2이닝 무실점), 정우주(한화·3이닝 무실점), 박영현(kt·2이닝 무실점), 김서현(한화·1이닝 무실점) 등 일본 타선을 제압한 투수들이 있었다는 점은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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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지난 9일 열린 체코와의 평가전 2차전에서 정우주가 불펜 투수로 나와 역투하고 있다. [사진 = KBO SNS] 2025.11.09 wcn05002@newspim.com |
그러나 WBC를 대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너무 분명했다. 투수진의 '제구력 부재'다. 특히 2차전에서는 불펜 난조가 극심하게 드러났다. 4회 등판한 오원석(kt)은 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2점을 헌납하며 흐름을 내줬고, 뒤이어 오른 조병현(SSG)은 병살타로 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5회 다시 볼넷과 폭투로 흔들리며 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김영우(LG)까지 이어진 투수진은 또다시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리드를 허용했고, 결국 4-6으로 끌려가는 흐름을 자초했다.
반면 박영현(kt)은 예외였다. 세이브 1위다운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6회와 7회를 각각 10구와 11구로 깔끔하게 지웠다. 일본 타자들의 타구는 모두 야수 정면으로 향했고, 7회엔 삼진까지 곁들였다. 하지만 이후 등판한 배찬승(삼성)은 볼넷과 내야안타, 그리고 다시 밀어내기 볼넷으로 흔들리며 실점했고, 9회 김서현(한화)도 첫 타자에게 위험한 몸쪽 공을 던지는 등 불안한 제구를 드러냈다.
도쿄돔이라는 낯선 환경과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미적용으로 인한 주심의 좁은 스트라이크존이 투수들의 부담을 키웠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일본 투수들도 동일하게 겪는 조건이었다는 점에서 결국 한국 투수진의 기초적인 제구력 문제가 본질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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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지난 9일 열린 체코와의 평가전 2차전에서 배찬승이 불펜 투수로 등판했다. [사진 = KBO SNS] 2025.11.09 wcn05002@newspim.com |
오승환 MBC 해설위원 역시 "심판 존 탓을 하기보다 한가운데를 보고 던지는 과감한 투구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정민철 해설위원도 "'맞는다고 다 안타가 되는 게 아니다'라는 적극적 승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표팀이 베스트 전력으로 구성된 것도 아니었다. 포스트시즌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한 뒤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 원태인(삼성), 문동주(한화), 손주영(LG)은 결국 한 차례도 등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 3명의 공백이 이번 마운드 붕괴의 전부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시리즈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경험 부족'과 '소극적 투구'였다.
내년 WBC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4개월. 제구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기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코칭스태프가 보다 공격적인 투구 철학을 확립하고, 필요하다면 노경은(SSG), 류현진(한화) 등 베테랑 투수들을 통해 안정감을 보완하는 방법도 고려 대상이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