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담보 능력 부족해도 판매실적 좋으면 대출
쿠팡파이낸셜이 직접 대출...쿠팡페이는 중개 역할
입점업체 일부 대상 파일럿 운영, 금융권 인력 영입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쿠팡이 사업자대출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입점업체에 직접 사업자금을 빌려주는 금융사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신용점수, 담보 대신 쿠팡 내에서 '얼마나 잘 파느냐'를 중심으로 심사한다. 쿠팡 생태계에 우수 입점업체를 단단히 '록인(LOCK IN·묶어두다)'하겠다는 구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쿠팡 계열사 쿠팡파이낸셜은 지난 8월쯤 일부 입점 판매자 그룹을 대상으로 사업자금 대출 사업을 시작했다. 대출명칭은 '쿠팡 판매자 성장 대출'이다. 현재 일부 판매자 한정으로 서비스가 소개되고 있으며 점차 노출 대상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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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입점사업자를 대상으로 직접 대출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쿠팡은 은행권과 협약을 바탕으로 입점사업자 전용 대출상품 등을 안내했다. 그런데 지난해 발생한 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와 함께 이커머스 입점 판매자들의 자금난 문제가 불거지자 자체 대출사업 추진을 서두른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으로 쿠팡파이낸셜이 할부금융사로 직접 대출 심사·실행을 담당하고, 핀테크 계열사 쿠팡페이가 자체 입점업체 플랫폼인 '셀러월렛'을 통해 대출상품에 신청하거나 가입할 수 있도록 중개 업무를 맡는다.
쿠팡파이낸셜은 쿠팡의 금융계열사로 2022년 여신금융업 목적으로 설립, 로켓배송 차량대상 할부금융 서비스 등을 전개하며 대출사업 기반을 다진 바 있다. 핀테크 계열사 쿠팡페이는 지난 5월 셀러월렛 이용약관에 '대출상품 모집 등 서비스' 관련 조항을 신설, 대출중개서비스 준비를 마쳤다. 현재 쿠팡은 이 같은 대출사업 본격화를 앞두고 금융권 경력자를 중심으로 관련 인력 보강에 나선 상태다.
'얼마나 잘 파느냐'를 핵심 기준으로 내세운 '쿠팡표 대출'의 특징도 주목된다. 기존 은행권 대출과 달리 신용점수나 담보를 따지지 않고, 쿠팡 내 판매이력을 최우선으로 반영한다.
쿠팡이 자체 보유한 매출 데이터를 고도화해 우수 판매자를 선별하고 그 기준에 따라 적격 금리, 한도 등을 조정하는 식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제1금융기관 대출이 불가한 판매자도 쿠팡페이를 통해 대출 신청해 승인 받을 수 있는 구조로 6개월 월 평균 매출 50만원 이상이면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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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이 일부 판매자들에 오픈한 '쿠팡 판매자 성장 대출' 신청 페이지. |
또 대출신청에서 승인, 수령까지 시간을 단 3분으로 단축한 빠른 심사 및 지급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또 매달 고정 금액을 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쿠팡에서 발생한 매출에 비례해 상환하도록 하고 중도상환료 부담을 없애는 등 영세 중소사업자들의 부담을 낮춘 점도 눈에 띈다. 금리의 경우는 제1금융권보다 높지만 제2금융권과 비교해 엇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재 초기단계라 거래 기업 일부를 대상으로 소개하고 있고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쿠팡의 진출로 '사업자대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23년 기준 쿠팡의 입점 소상공인은 21만명으로 거래액은 9조원 수준이다. 전체 입점 판매자 중 소상공인 비중은 75%로 알려진다. 기존 은행권의 사업자대출(신용) 평균 한도가 1억원임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해 약 21조원 시장을 겨냥한 셈이다.
romeo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