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계 미국 작가 응우옌의 자전적 에세이
이민자들의 현실과 차별, 정체성의 혼란 다뤄
어두운 유머 감각, 독특한 정치 풍자 어우러져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첫 소설 '동조자'가 퓰리처상을 받고, 박찬욱 감독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화제를 모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자전적 에세이 '두 얼굴의 남자'가 출간되었다. 베트남 북부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 가정의 둘째 아들인 비엣 타인 응우옌은 이번 책에서 '두 나라에 속하는 동시에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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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비엣 타인 응우옌의 '두 얼굴의 남자' 표지. [사진 = 민음사] 2025.11.12 oks34@newspim.com |
매우 사적인 작가의 이 에세이는 혼란스러운 이민자들의 현실과 차별, 정체성의 혼란과 아이러니를 이야기하며 가장 정치적인 고발로 나아간다. 독특한 문학적 형식, 작가 특유의 어두운 유머 감각, 독특한 정치 풍자가 어우러진 에세이다.
흔한 '아메리칸 드림' 공식에 따르듯, 이민 1세대인 부모의 헌신적인 지원 끝에 자녀인 응우옌은 USC의 미국 문학 교수, 형인 아인 뚱은 오바마 대통령 주치의 경력의 의사로 성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민자들의 '계급 상승 성공 신화' 이면에는 차별과 부조리, 침략적이며 배타적인 백인 중심의 대중문화가 만연했으며, 응우옌 또한 이를 피할 수 없었다.
저자는 이러한 자신의 삶과 이를 둘러싼 역사와 정치적 맥락을 연구하고 '두 얼굴의 남자'를 집필한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보던 어린 응우옌은 전쟁 장면 속 총을 쥔 백인 남자와, 총에 맞아 죽어가는 아시아인 중 자신이 어느 쪽에 속하는지 고뇌한다. 시간이 흘러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에선 백인 가해자의 망을 봐준 아시아계 경관이 베트남 므엉족 출신임을 알게 된다. 작가는 므엉족이 베트남에서 탄압받는 소수 민족이었다는 아이러니를 떠올린다.
한편, 베트남에서 거칠 것 없던 비즈니스우먼이던 그의 어머니는 미국에서 가게와 가정을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다가 우울증과 치매에 시달리며 세상을 떠난다. 응우옌은 산문, 시 등 다양한 형식을 활용하고, 글씨 크기와 정렬을 달리하며 문장의 주어를 '나'가 아닌 '너'로 설정하는 등 실험적인 방식으로 이 모든 과정을 서술한다. 트럼프 집권 1기에 집필되고 2기인 현재 한국 출간되어 의미가 있는 이 책은 개인의 삶을 통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만연한 전쟁과 차별, 폭력을 읽어내기 좋은 책이다. oks3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