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위탁업무 직접 수행은 행정권한 침해 소지"
금융위 "제도 정합성 검토 위한 의견수렴" 해명
감독·회계 해석 경계 모호…당국 간 권한 다툼 수면 위로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금융위원회가 삼성생명의 '유배당보험 계약'을 둘러싼 일탈회계 쟁점을 논의하기 위해 간담회를 추진했다가 돌연 취소한 가운데 금융위와 금융감독원·한국회계기준원 간 역할 충돌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위는 "일정상 연기된 것일 뿐"이라며 "회계기준 해석이 아닌 감독규정의 정합성을 검토하기 위한 의견수렴 자리였다"고 해명한 반면 회계처리기준 관련 업무는 이미 한국회계기준원에 위탁된 사안이어서 금융위의 직접 개입은 행정위임위탁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 법적 측면: 회계기준원 위탁사무 직접 수행은 '무효 행위' 우려
11일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외부감사법(외부감사법) 제5조 제4항과 시행령 제7조에 따르면 회계처리기준 관련 업무를 전문성을 갖춘 민간단체인 한국회계기준원에 위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 제8조 제2항은 "수탁사무에 관한 권한을 행사할 때에는 수탁기관의 명의로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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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삼성생명 회계쟁점 타임라인 [사진=손혁 회계지배구조투명성센터 소장] 2025.08.20 yunyun@newspim.com |
이에 따라 회계기준 해석과 질의·회신은 금융위가 아닌 기준원 명의로만 가능하며, 금융위가 이를 직접 수행할 경우 '권한 없는 행정행위'로서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국민권익위원회는 2014년 행정심판(2014-11498)에서 "위탁된 업무를 원청기관이 직접 처리한 처분은 권한 없는 자의 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
◆ 행정 측면: 금감원·회계기준원과 '권한 경합'
삼성생명은 새로운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2023년부터 유배당보험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로 취득한 삼성전자·삼성화재 지분 중 계약자 몫에 대해 금감원이 예외를 허용해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으로 적용해 왔다.
하지만 올해 2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일부 주식을 매각하면서 계약자지분조정 회계처리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에 이찬진 금감원장이 "국제 회계처리 기준에 맞춰 정상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보험부채' 또는 '자본계정'으로 처리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 일탈회계 문제는 금감원과 회계기준원이 연석회의를 통해 해석을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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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사진=삼성생명] 2023.09.20 ace@newspim.com |
외부감사법 등에 따라 금감원과 회계기준원 중 한 곳이라도 관련 질의서를 받으면 양 기관과 회계법인·교수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질의회신 연석회의를 열어야 한다. 금감원과 회계기준원에 각각 생명보험협회, 시민단체의 질의가 접수되면서, 두 기관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식 절차를 준비 중이다.
그럼에도 금융위가 별도의 간담회를 추진한 것은 사실상 회계 해석 절차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시민단체에서는 "간담회 참석자 상당수가 일탈회계 문제없다는 입장을 가진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감독당국이 특정 방향으로 여론을 형성하려 했다는 의심의 시선도 있다.
◆ 정책 측면: 감독체계 혼선·중립성 훼손 우려
금융위는 "감독규정과 IFRS17 간 정합성을 검토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회계기준 해석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별도 논의를 추진한 것은 감독체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제도 보완을 명분으로 회계 해석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행정 절차상 중복이자 제도적 혼선이 될 수 있다"며 "결국 당국 간 이견이 시장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간담회는 '일정 문제'라는 이유로 무산됐지만, 금융위의 직접 개입 시도 자체가 법률상 위탁 구조와 감독체계의 경계를 흔드는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평가다.
한편 금감원과 회계기준원은 이르면 이달 중 일탈회계 관련 연석회의를 열고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생명보험협회는 이미 삼성생명의 회계 처리 관련 질의서를 금감원에 제출했으며, 회계기준원 역시 시민단체로부터 IFRS17 해석과 관련된 질의를 접수해 검토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만약 일탈회계가 불허돼 계약자 몫이 자본으로 분류될 경우, 현행 감독규정과 이원화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며 "그런 경우 감독·제도 측면에서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를 미리 검토하기 위한 의견수렴의 취지로 금감원도 간담회에 함께한다"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