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적 목적에만 이용' 남북 합의와 충돌
"임박한 핵·미사일 위협 비해 한가한 소리"
혼란 수습 위해 대통령실·정부 나설 필요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사업은 핵에너지를 평화적 목적에 한정해 사용토록 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1991년 12월)에 위배될 소지가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7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공동선언 제2항에 담긴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는 남북 간 합의를 위반하는 결정을 해놓고 북한 혹은 한반도 비핵화를 계속 추진해나가겠다는 정부 방침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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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이 7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관련한 입장을 설명했다. [사진=전성훈 제공] 2025.11.07 yjlee@newspim.com |
핵‧국제 전문가인 전 전 원장은 "핵추진잠수함 문제와 관련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낸 건 성과일 수 있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이 너무 혼란스럽고 사안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며 "안보실 등을 주축으로 조속히 조율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성훈 전 원장의 인터뷰 주요 내용.
-(질문) 오랜 기간 추진해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던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족쇄가 풀린 건 반길 일 아닌가.
▲(답변) 분명한 성과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잠을 추진하니 우리도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 비례적으로 대응한다는 건 좋은 정신이다. 하지만 우선순위가 있지 않을까.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이나 전술핵 등 당장 급한 도발에 대응하기보다 10년, 20년 후 위협인 핵추진잠수함에 당장 많은 자산을 쓴다는 건 문제다. 임박한 북한 위협에 비하면 원자력은 너무 한가한 타령이다.
-핵추진잠수함 건조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말씀이신가.
▲핵잠이라는 건 미래의 위협인데 당장 당면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대응 안 하고, 왜 미래의 위협을 가지고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예산이 넘쳐나고 하면 모든 걸 다하면 그보다 좋은 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는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 예산을 짜임새 있게 써야 된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다시 그림을 그려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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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그래도 북한의 핵잠수함 위협에는 지금부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만약 북한이 핵잠수함을 만들어 실전배치한다면 우리가 가만 있는다고 해도 미국이 먼저 움직일 것이다. 북한 잠수함을 견제하기 위해 1선과 2선 핵잠수함으로 방어망 깔아서 서태평양으로 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란 얘기다.
-핵무기를 탑재한 핵잠수함(SSBN)이 아닌 원자력 추진 방식의 잠수함은 '비핵화'의 대상이 아니지 않은가.
▲비핵화 공동선언 제2항은 '남과 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실상 연료 추진체로만 이용하는 건데도 비핵화나 공동선언 위반이라 하는 건 좀 과도한 해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결과적으로 군사적인 용도로 쓰인다는 점이 중요하다. 어쨌든 무기체계로 움직인 거니까 문제가 된다.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이란 대목에 위배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면서도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만들 것을 언급한 대목은 어떻게 봐야 하나.
▲이재명 대통령은 사실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걸림돌이던 핵연료 공급을 위한 트럼프의 결단을 요구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를 승인해주면서 난데없이 미국 내 건조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를 기정사실화한 건 이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패착이다. 트럼프가 sns로 (미국내 건조)입장을 뱕혔을때 정부가 정중한 거절의사를 밝히면서 핵연료 공급 승인만으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단호하게 전달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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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3년 9월 6일 북한이 최초의 전술핵잠수함이라고 주장하는 '김군옥영웅함'의 진수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한국의 잠수함 기술이 세계적 수준인데다 소형원자로(SMR)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핵연료 문제만 풀리면 된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데...
▲기술적으로 다 갖춰져 있으니 '핵연료만 꽂으면 된다'는 인식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SMR과 잠수함 탑재 원자로는 오퍼레이션(작동) 환경 자체가 다르다. 잠수함의 높은 압력 속에서 계속 이동을 하고 유지보수도 쉽지 않다. 잠수함에 들어갈 원자로와 똑같은 모양의 '실증로'를 만들어 몇 년간 테스트를 해야 한다. 간단치 않은 문제다
-우리 내부가 핵추진잠수함 문제로 혼돈스럽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정부가 이번 사안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는가.
▲지금처럼 중구난방으로 떠들 게 아니고 정부와 대통령실에서 중심을 잡고 난무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좀 정리해 주고 사업의 우선순위를 딱 정해가지고 차근차근 해야한다. 지금처럼 놔뒀다가는 분란과 국민 혼란만 커진다.
yj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