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비에이치아이(BHI)가 세계 최고 수준의 비(非)전지식 차세대 장주기 에너지저장시스템(LDES) 개발에 나선다. 비에이치아이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추진하는 '카르노 배터리 시스템 통합 기술개발' 연구과제의 총괄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선정에 따라 비에이치아이는 정부 지원을 받고 향후 5년간 '카르노 배터리' 연구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연구에는 비에이치아이를 포함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KAIST, 고려대학교, 군산대학교, 아주대학교, 국민대학교, 전기협회, 피레타, 삼현B&E, 포스하이텍,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삼성물산 등 총 15개 기관이 참여한다.
카르노 배터리 시스템은 재생 잉여 전력을 고온 열에너지로 변환한 뒤, 필요 시 저장된 열을 이용해 증기를 생산하고 터빈을 구동해 전력을 얻는 비전지식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이다. 이상적인 열동력 사이클을 의미하는 '카르노(Carnot) 사이클'에서 유래됐으며, 많은 전력을 10시간 이상 저장할 수 있으면서도 저비용이라는 장점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적극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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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이치아이 로고. [사진=비에이치아이] |
제11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오는 2038년까지 20GW 이상의 장주기 저장설비가 필요한 상황이나, 현재 배터리 ESS 및 양수발전 외에는 대안 기술이 부재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가적 차원에서 비전지식 장주기 ESS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카르노 배터리 시스템은 이차전지 기반의 ESS와 달리 화재 위험이 없으며, 폐지될 화력발전소에 적용할 경우 기존 증기터빈 설비와 송배전망 인프라를 재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양수발전 수준의 높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화력발전소 폐지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 문제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총괄과제 책임자인 신현철 비에이치아이 부사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확보될 기술은 향후 중소형 화석연료 발전소 및 열병합발전소의 레트로핏(retrofit) 사업에 적용할 수 있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표준 석탄 화력발전소로의 확장 적용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카르노 배터리 분야 최고 전문가이자 제1세부 과제 책임자인 조준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기술 개발에 성공할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고속도로의 '휴게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의 활용성과 효용성을 강조했다. 제2세부 과제 책임자인 김정철 한국기계연구원 박사도 "산·학·연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수준 높은 기술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여기관이자 수요기관인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동서발전 관계자는 "카르노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폐지 예정 화력발전소를 리트로핏하여 저비용 대규모 에너지저장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력망 안정성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총괄 주관기관 비에이치아이는 발전기자재 전문기업으로, 지난해 배열회수보일러(HRSG) 기술사·제작사 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비에이치아이는 우수한 고온·고압 열교환 시스템 설계 및 시공 역량을 기반으로 이번 연구개발을 주도할 예정이다.
nylee5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