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고대 아테네는 전쟁을 앞두고 신탁(神託)을 구했다. 기원 전 480년 페르시아 전쟁 때 나온 신탁은 살라미스 해전의 대승을 이끈 촉매가 되기도 했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역할을 하는 곳은 요즘으로 치면 바로 인공지능(AI)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물어봤다.
정규시즌 2위로 직행한 한화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준플레이오프를 잇달아 돌파한 상승세의 삼성은 17일 대전 1차전을 시작으로 5판3선승제의 플레이오프(PO) 맞대결을 펼친다. 두 팀은 1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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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 [사진=한화] |
한화에겐 부담이 되고, 삼성에겐 정신이 번쩍 들 신탁이 나왔다. 무려 4개의 AI(챗GPT, 제미나이, 그록, 퍼플렉시티)가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답을 내놨다. 한화가 3승 1패 또는 3승 2패로 삼성을 물리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는. 물론 전망은 전망일 뿐이다. 미래는 변한 게 하나도 없다. 그냥 재미 삼아, 참고 삼아 살펴보자.
◆ 챗GPT "한화 3승 1패, 투수진의 완성도가 승부를 가른다"
챗GPT는 단기전 승부를 좌우할 결정적 변수로 마운드의 능력과 체력 관리를 꼽았다. 코디 폰세–라이언 와이스–류현진–문동주로 이어지는 한화 선발진은 "리그 최강이며, 충분한 휴식 후 시리즈에 들어가는 이점까지 안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반면 삼성은 "르윈 디아즈가 이끄는 타선이 매섭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준플레이오프 4경기를 치른 투수진의 피로 누적이 4차전 이후 약점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봤다. 네 개의 AI 중 챗GPT만 "한화가 5차전까지 가지 않고 3승 1패로 끝낼 것"이라고 콕 집어 예상했다.
◆ 제미나이 "한화 3승 2패, 5차전 혈투 불가피"
제미나이는 "삼성의 모멘텀을 절대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준플레이오프 전문가 전망에서 절대 우세를 보였던 SSG를 꺾고 올라온 삼성은 "타선이 절정의 타격감을 유지 중이며, 특히 디아즈의 장타력과 김영웅의 클러치 능력이 위협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1·2차전 한화의 홈 어드밴티지와 2경기 이상 선발 등판할 수 있는 폰세의 압도적 구위가 시리즈 후반 균형을 깰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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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만 감독. [사진=삼성] |
◆ 그록 "한화 3승 2패, 삼성의 공격력은 시리즈를 5차전까지 끌고 갈 힘 충분"
그록은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규정했다. 삼성은 디아즈, 구자욱에 베테랑 박병호까지 힘을 보탤 수 있는 중심 타선의 파괴력이 최고라고 봤다. 그러면서 "한화가 초반 두 경기를 홈에서 잡지 못하면 삼성의 기세가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투수력에서 앞선 한화의 우세를 점치는 데는 예외가 없었다. 그록은 "한화가 삼성에 비해 장타력은 떨어져도 컨택트 능력과 주루 플레이가 강점인 균형잡힌 타선에서 크게 밀릴 것은 없다"고 했다. 32홈런 101타점을 기록한 노시환의 해결사 능력도 주목했다.
◆ 퍼플렉시티 "AI 네트워크의 공통 결론은 한화 3승 2패"
퍼플렉시티는 주문하지도 않은 다른 AI 분석 모델의 예측값을 종합해 "시리즈는 5차전까지 이어질 확률이 63%"라고 산출한 뒤 "한화가 3승 2패로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승부의 포인트는 "한화의 체력과 선발진 운영 능력, 삼성의 타선 집중력과 박진만 감독의 작전 싸움"으로 요약했다.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두 팀은 8승 8패로 균형을 이뤘지만, 휴식과 로테이션 관리 면에서 한화가 약간 앞선다는 게 결론이었다.
한화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AI 신탁은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가을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zangpab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