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타격' 2020년 이후 매년 100건 이하
최근 5년간 배제율 평균 34%…"제도 신뢰성 훼손"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도입 17년째를 맞은 국민참여재판이 전체 형사재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대면 절차가 제한되며 참여재판 건수가 급감한 데다, 여전히 피고인들의 신청 자체가 적고 현실적 제약으로 판사들이 배제 결정을 내리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참여재판 대상 사건을 확대하고 전담 재판부를 설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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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로 줄어든 참여재판…전체 재판 대비 0.037% 불과
법원행정처가 지난 9월 발간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참여재판 처리 건수는 2020년 96건, 2021년 84건, 2022년 92건, 2023년 95건, 2024년 91건으로 집계됐다. 2024년 기준 1심에서 처리된 전체 형사사건은 23만9981건으로, 참여재판이 차지하는 비율은 0.037%에 그쳤다.
도입 초기인 2011년부터 2017년까지는 연간 200~300건 수준을 유지했으나 2018년 180건, 2019년 175건으로 감소한 뒤, 2020년부터는 매년 100건 이하로 떨어졌다. 당시 코로나19로 배심원 선정이 어려워지며 위축된 참여재판이 아직도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1년 이상 참여재판을 열지 않다 보니, 일선 법원도 참여재판을 재개하는 데 행정적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문제는 참여재판을 신청하는 피고인 숫자 자체가 적다는 점이다. 참여재판을 받게 될 경우 법적 전문성이 부족한 배심원들의 평결을 받아야 하는데, 피고인들은 오히려 더 무거운 형량이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갖는 경우가 많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피의자 입장에선 여론의 영향을 받아 전문 법관보다 더 엄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불안이 있다"며 "제도가 시행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배심원단이 엄정하게 선정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배심원은 만 20세 이상 국민 중에 해당 법원 관할구역 내에 주소를 둔 사람 중에 무작위로 선정된다.
배심원 선정의 어려움으로 참여재판 절차가 통상 하루 만에 마무리되는 점도 피고인 입장에선 부담이다. 충분한 변론 기회 없이 재판이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 전문인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사실관계가 복잡한 사건일수록 참여재판을 신청하기 어렵다"며 "재판을 진행하다 보면 피고인 입장에선 (변론을 하기 위한) 자료가 한 번에 나오는 게 아닌데, 공판 한 번으로 결론이 나버리면 좀 더 혐의를 다툴 여지를 놓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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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심원 선정 부담·전용법정 부족…판사들도 기피
설령 피고인이 부담을 감수하고 참여재판을 신청해도, 재판부가 이를 배제하는 비율(배제율)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참여재판 배제율은 2020년 37.8%, 2021년 39.1%, 2022년 29.6%, 2023년 31%, 2024년 31.8%로 집계됐다. 최근 5년 동안 참여재판 배제율 평균이 34%에 달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재판부는 ▲배심원 등이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하지 못할 염려가 있는 경우 ▲공범 관계에 있는 피고인 중 일부가 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경우 ▲그 밖에 참여재판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배제 결정을 할 수 있다. 마지막 조항을 근거로 재판부가 임의적으로 배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일선 판사들의 배제율이 높은 원인으로는 ▲배심원 선정의 부담 ▲재판 일정 조율의 어려움 ▲전용 법정 부족 등이 꼽힌다. 또한 사실관계가 단순한 사건임에도, 피고인이 높은 무죄율을 노리고 참여재판을 신청할 경우 재판부가 이를 꺼리는 경향도 있다.
서울 지역의 한 지방법원 판사는 "성범죄의 경우 참여재판의 무죄율이 더 높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지면서 피고인들이 전략적으로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성을 갖춘 법관의 판단보다 배심원들의 감정에 기대려는 의도가 명확할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기준 성범죄 사건의 일반재판 무죄율은 3.7%이지만 국민참여재판 무죄율은 47.8%를 기록했다.
이재협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사들의 배제율이 유의미하게 높아진다면 참여재판 제도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배제 사유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면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