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영 서울성모 가정의학과 교수 건강팁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최단 7일, 최장 10일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민족 명절인 한가위를 맞아 송편, 전, 잡채 등 높은 열량의 전통 음식들이 귀성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너무 오래 쉬는 기간도 생체 리듬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건강한 추석'을 보내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신현영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건강한 추석'을 위한 '3적(三適, 적당히 먹고·쉬고·움직이는)의 원칙'을 강조했다. 이른바 '혈당 스파이크' 음식의 고혈당 공격을 완화하는 요령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 |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시내 모 백화점 식품관에 형형색색의 송편이 진열돼 있는 모습. 2025.10.02 calebcao@newspim.com |
-추석 명절 요리 중 이른바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이 무엇이 있나?
▲추석의 느낌을 더해주는 떡과 한과 (송편, 약과, 유과) 등은 정제 탄수화물과 당분이 많아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키는 주범이다.
추석 상차림의 대표 음식인 송편은 1개당 약 50kcal, 약과 1개는 약 170kcal, 중간 크기 유과 1장은 90kcal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흰 쌀밥 한 공기 (210g 기준)의 열량이 300kcal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과 2개 정도만 섭취하면 탄수화물 함량이 쌀밥보다 높아 혈당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다.
각종 전과 갈비찜도 혈당이 급격히 치솟는 '혈당 스파이크' 현상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명절 음식이다. 잡채는 당면 자체가 전분으로 만들어지는만큼 고혈당 지수 식품이며 조림류는 간장과 설탕으로 달게 조리돼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9월 30일 질병관리청에서 공개한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이 남성 13.3%, 여성 7.8%에 달하는 만큼, 명절 음식 섭취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한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에 일어나는 변화는 무엇인가?
▲적절히 오른 혈당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만 식사 후 혈당 수치가 급격히 오르면 과도한 혈당은 지방 형태로 축적돼 체중이 증가한다.
이런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하면 췌장에서 과도한 인슐린이 분비되고 이후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피로감, 집중력 저하, 공복감이 나타난다. 반복적인 혈당의 급등락은 인슐린 저항성이 높여 당뇨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경우 명절 전후 혈당 수치가 평소보다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급성 합병증 위험을 높인다. 장기적으로는 혈관 손상, 신경병증, 망막병증 등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럼 아무것도 먹지 말아야 하나? 먹고 나서 해결책을 알려달라.
▲명절 음식을 완전히 거부할 필요는 없다. 혈당 조절을 위해 음식 섭취 순서를 조정해 흡수를 늦추는 방식을 고려할 수도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나물과 채소를 먼저 섭취하면 장내에서 당 흡수 속도를 늦춰준다. 단백질은 탄수화물보다 소화가 느리고 포만감이 크다. 이를 감안해 '나물 → 갈비찜 → 송편·전'과 같은 순서로 먹으면 혈당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또한 떡과 한과를 조금 줄이고, 흰 쌀밥 대신 잡곡밥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식후 30분 이내 가벼운 산책이나 설거지, 청소 등의 신체 활동도 혈당 상승을 완화시킬 수 있다. 집안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으며 가족들과 함께 동네를 산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혈당 관리가 필요한 분들은 식전에 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단 7일 최장 10일, 연휴가 시작됩니다. 건강에 유의할 점은?
긴 연휴 동안 생활 리듬이 깨지면서 건강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식사 시간을 유지하고 과식을 피하며 하루 세 끼를 거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명절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연일 먹기보다는 소량씩 조리해 신선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장시간 운전이나 성묘 활동으로 인한 근골격계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 중간중간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또한 충분한 수분 섭취와 7-8시간의 수면 시간 확보가 필수적이다. 만성질환자는 약물 복용을 잊지 말아야 하며 여행 시 평소 복용하는 약을 충분히 챙겨가야 한다. 코로나19 등 호흡기 감염병 예방을 위해 실내 환기와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도 지켜야 한다.
밤 늦게까지 깨어 있거나 과음, 과식하는 행동, 신체활동이 오히려 줄어드는 연휴를 보낸다면 연휴 이후 일상생활로 복귀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므로 평소와 비슷한 수준의 생활리듬으로 건강증진을 위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각자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
-독자들에게 끝으로 전하실 말은?
명절은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지만 건강을 소홀히 하면 명절 후유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특히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1명 이상이 당뇨병 환자인 만큼 혈당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음식을 준비하는 분들은 무리하지 말고 가족들과 역할을 분담하며 완벽한 상차림보다는 함께하는 시간 자체에 의미를 두시기를 바란다.
건강한 명절을 위해서는 적당히 먹고, 적당히 쉬고, 적당히 움직이는 '3적(三適)의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따뜻한 명절이 돼야 한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