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 부과하면 미국도 전면 관세 따라서 부과할 것"
트럼프 "이번주 내지 다음주 초에 푸틴과 통화할 것"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중국과 인도를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할 것을 압박했다. EU가 나서면 미국도 이들에 대해 새롭게 관세를 부과할 의향도 내비쳤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대해 인도와 중국산 제품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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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화요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EU 고위 당국자 회의에 전화로 참여해 이러한 이례적 요구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회의는 러시아에 전쟁 비용을 더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 미국 관리자는 "우리는 지금 당장이라도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유럽 파트너들이 우리와 함께 나서 줄 때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미국 관계자는 EU가 중국과 인도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도 이를 "동일하게 따라갈(mirror)" 준비가 되어 있다며, 그럴 경우 양국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평화협상 교착과 러시아의 강화되는 우크라이나 공습에 대해 백악관 내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오늘 아침 대통령이 회의에 들어와서 밝힌 입장은, '분명한 해법은 모두가 극적인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할 때까지 관세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 원유가 갈 수 있는 다른 곳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인도와의 무역 협상이 진행 중이라면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훌륭한 친구라고 표현하며 조만간 대화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U 측에서는 대외 제재를 총괄하는 데이비드 오설리번을 중심으로 워싱턴 회의에 참석했으며, 미국 재무부 고위 당국자들도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 유럽 각국 정부 관계자들은 FT에 EU가 중국과 인도에 대해 러시아산 석유·가스 구매와 관련한 2차 제재 가능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국 및 인도와의 무역관계 때문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관계자는 "결국 유럽인들이 전쟁을 끝낼 정치적 의지가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이런 조치들은 물론 비용이 따르며, 대통령이 실행하려면 EU 파트너들, 이상적으로는 모든 파트너들이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 함께 고통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제안이 사실상 EU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됐다면서, 과거 헝가리를 비롯한 일부 회원국들이 러시아 에너지 부문을 겨냥한 보다 강력한 제재를 막아선 전례가 있었고, EU의 이런 조치는 전체 회원국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과 유럽 관계자들이 논의한 다른 잠재적 조치에는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유조선에 대한 추가 제재, 은행 및 금융 부문, 주요 석유 기업에 대한 제한 등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가 이번 주나 다음 주 초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