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에 글로벌 호평이 쏟아졌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K무비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까 주목된다.
지난 8월 29일(현지시간)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된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상영 직후 9분 동안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후 해외 언론들의 극찬이 이어지면서 영화제는 물론 내년 오스카(아카데미) 후보 가능성이 거론되며 전 세계 영화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 영화 평점사이트 로튼토마토에 따르면 31일(미 서부시간) 기준,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리뷰 평가를 내놓은 17개 매체가 모두 평점 100점 만점을 줬다. 앞서 오스카를 제패한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작 '기생충'의 99점 보다 높은 점수다. 이후 극장 개봉 이후 더 많은 비평가들이 점수를 매기면 내려갈 수는 있지만 첫 공개 이후 받아든 놀라운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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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문화스포츠부 차장 |
영국 BBC는 "'황홀하게 재미있는' 한국의 걸작은 올해의 '기생충'"이라는 제목의 리뷰를 통해 '어쩔수가없다'가 봉준호의 '기생충'만큼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평점 5점을 부여한 BBC에 이어 영국 가디언은 "박찬욱의 최고작은 아닐 지라도 현재까지 공개된 베니스 경쟁작 중 최고"라고 평가했다.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도 "박찬욱의 눈부신 살인 코미디는 통제된 혼돈을 보여주는 마스터클래스라는 제목의 리뷰 기사에서 "'올드보이', '아가씨', '헤어질 결심'을 만든 한국 감독이 해고의 광기를 풍자한 황홀할 만큼 재미있는 블랙 코미디로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을 빛냈다"고 평했다.
미국에서는 이번 영화제 뿐만 아니라 내년 오스카상(아카데미)의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영화 전문지 인디와이어는 영어 제목 '노 아더 초이스'라는 문구를 인용하며 "오스카 시상식은 마침내 박찬욱 감독을 후보에 올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타이틀로 높은 가능성을 점쳤다.
올해 500만 관객을 동원한 '좀비딸'과 337만이 본 '야당' 외에 흥행작이 없던 한국 영화계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등 출연 배우들은 "박찬욱 감독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라며 영화의 재미를 보장했다. 손예진을 비롯해 이성민, 염혜란은 박찬욱 감독과 작업 자체에 의미를 두며 영화의 작품성에도 짙은 애정을 드러냈다.
'기생충'의 완성도 높은 작품성과 세계적 흥행을 한 차례 경험했던 CJ ENM이 제작, 배급 투자를 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투자와 함께 CJ 이미경 부회장은 이 영화의 총괄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기생충'으로 K무비의 글로벌 확장을 이끈 CJ의 노하우가 이번에도 발휘될 거란 기대감이 끊이지 않는다.
100억대 이상의 예산이 드는 중예산 영화가 절대다수를 이루고, 1년에도 몇 편씩 대규모 영화들이 쏟아지던 과거 영화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찬욱, 봉준호 등의 뒤를 이어 더욱 개성이 강하고 독특한 감독들이 전면에 나서고, 다양화된 관객들의 취향에 따라 독립·예술영화나 작가주의 영화 등 웰메이드 작품이 오히려 주목받는 K무비의 체질개선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란 예측도 없지 않다.
OTT 위주로 재편된 K콘텐츠 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내일을 고민해 온 감독들은 항상 '웰메이드 콘텐츠'에 기대를 걸어왔다. 영화계가 늘 위기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왔듯 긴 터널 같은 불황을 딛고 박찬욱 감독이 글로벌 시장의 문을 다시 열고, K무비 업계의 재편과 변화의 신호탄이 될지 모두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