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전자, 고의 상장폐지 의혹 제기
"비용절감 등 이유로 자진 대신 강제 상폐"
액트 "고의 상폐 제재할 수단 없어"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최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대동전자는 2년 연속 적정한 감사의견을 받지 못해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소액 주주들은 경영권 승계, 비용 절감 등과 맞물려 회사가 고의로 상장폐지를 유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동전자가 남은 지분을 공개 매수하는 대신 강제 상장폐지로 절차·비용을 줄이려 했다는 것 게 주장의 주요 골자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 등은 상장회사들이 고의 상장폐지를 추진할 경우 막거나 제재할 수단이 없어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1일 대동전자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대동전자는 최근 2년 연속 감사보고서에서 '한정' 의견을 받았고, 회사가 제출한 개선계획에 대해서도 거래소는 불충분하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와 소액주주 사이에서 고의 상장폐지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대동전자가 상장폐지를 위해 고의로 회계자료를 누락한 것이란 주장이다. 통상적으로 감사의견 비적정에 따른 상장폐지는 기업의 재무위기, 적자, 부채 과다 같은 한계기업에서 발생하지만 이번 대동전자는 충분한 자산과 흑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상장폐지 사유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외부 감사인인 삼덕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서 '한정' 의견을 내면서 "회사는 관계기업 주식 308억원을 계상하고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감사 증거를 입수하지 못해 적합한 감사 절차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동전자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또한 소액주주들은 대동전자가 자사주와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93%(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60.4%, 자사주 33.36%)에 이른다는 점도 고의 상장폐지 근거로 제시한다. 대동전자는 지난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지만 목표로 한 지분을 모두 매입하지 못했다.
액트는 "회사가 작년에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자사주 매입을 추진했는데, 계획했던 물량을 모두 사들였다면 지분율은 95%에 도달하게 된다"며 "하지만 주가가 급등하자 회사는 돌연 매입을 중단했고 주주가치 제고가 목적이었다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소액주주들의 주식 공개매수에 자금이 들고 거래소의 까다로운 심사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강제 상장폐지를 당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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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소액주주 측은 "회사가 고의 상폐에 나서는 이유는 승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회사는 이미 지난 2013년 승계 과정에서 지분을 낮은 가격에 매각해 개인 주주에 114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이 대해 대동전자 측은 "외부 감사인에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거나 사전에 상장폐지를 의도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대동전자는 거래소의 상장폐지와 관련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대동전자 뿐 아니라 상장폐지가 결정된 다른 업체들에 대해서도 '고의 상장폐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문제는 회사가 고의적인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경우 이를 막거나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회계투명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기업의 퇴출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종전에는 감사의견이 2년 연속 비적정일 경우 개선기간을 거친 후 상폐 절차가 이뤄졌지만, 올해부터는 곧바로 상장폐지로 이어진다.
액트는 "고의 상폐가 사실이더라도 막거나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며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