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해외에서 제작된 K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골든'(Golden)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올랐다. K팝 걸그룹 곡으로는 최초, K팝 곡으로는 9번째로 정상에 오르며 글로벌 팝 컬처의 본진에 K컬처가 완전한 주류로 편입되는 모양새다.
빌보드는 11일(현지시간) 차트 예고 기사에서 '골든'이 전주보다 한 단계 순위가 상승하며 알렉스 워렌의 '오디너리'(Ordinary)를 제치고 차트 정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1위에 이어 글로벌 팝 시장 양대 차트를 모두 석권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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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 [사진=넷플릭스] |
빌보드는 "'골든'은 '핫 100' 차트를 정복한 K팝과 관련된(associated with Korean pop) 아홉 번째 노래로, 여성 보컬리스트들이 부른 첫 번째 (1위) 곡이기도 하다"고 이번 소식을 전했다.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 100'은 미국 스트리밍 데이터, 라디오 방송 점수(에어플레이), 판매량 데이터를 종합해 순위가 산출된다.
'골든'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가상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르는 대표곡이다.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작곡가 이재, 가수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가창에 참여했으며,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다.
빌보드는 '골든'의 1위 탈환 소식을 전하며 "헌트릭스의 실제 가수인 이재와 레이 아미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났고, 오드리 누나는 뉴저지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골든'이 지난달 초 81위로 '핫 100'에 데뷔한 이후 작품의 장기 흥행이 이어지며 역주행을 지속해온 점도 주목된다. 이 곡은 23위, 6위, 4위, 2위, 2위를 차례로 거쳐 발매 7주 차에 결국 정상에 올랐다.
'핫 100'은 빌보드의 메인 차트 격으로 분류되는 글로벌 팝 인기도의 바로미터다. 그간 K팝 가수 중 '핫 100' 정상에 오른 곡은 방탄소년단(BTS·6곡)과 팀 멤버 지민(1곡)·정국(1곡)뿐이다. 여성 가수, 혹은 걸그룹의 K팝이 '핫 100' 1위에 오른 건 최초의 사례를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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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의 가창과 작곡에 참여한 뮤지션 이재가 빌보드 '핫 100' 1위 소감을 남겼다. [사진=이재 SNS] |
'핫 100' 1위 이후 헌트릭스의 루미 역으로 가창과 작곡에 참여한 이재는 SNS를 통해 벅찬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눈물만 나온다"며 "보내 주신 사랑에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는 글을 적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에서 전 연령대에 걸쳐 사랑받으면서 '골든'의 역주행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케데헌' 공개 직후 SNS상에서는 작품 호평과 함께 2차 창작 활동이 활발히 일어났던 것은 물론 각종 밈과 한국 문화를 반영한 장면들이 다수 화제를 모았다.
'골든'은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귀를 트이게 하는 고음이 어우러진 '케데헌'의 대표곡으로 K팝 가수들은 물론, 전 세계의 뮤지션들이 커버곡을 불러 업로드하며 '챌린지 열풍'을 불러오기도 했다. 1세대 K팝 아이돌 S.E.S. 출신 바다, 다비치의 이해리, 마마무 솔라, 소향 등 가창력으로 이름난 국내 가수들부터 엔믹스 릴리, 아이브 유진, 권진아, 어반자카파 출신 권순일 등의 챌린지가 화제를 모았다.
영화 속 한국의 명소들과 한국 문화, 음식 등이 주목받기도 했다. 남산·북촌·한강 등 작품에 등장한 서울 시내 명소가 외국 팬들이 방문하는 관광 명소로 떠오르는가 하면 한국 전통 유산을 관람할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굿즈 매장에 외국인 방문객이 폭증한 바도 있다. 우리 전통민화인 '작호도'에서 모티브를 따온 한국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 더피와 수미도 다양한 팬아트가 등장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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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챌린지에 참여한 가수 바다와 아이브 유진. |
무엇보다 다양한 한국 문화의 면면들이 담긴 K콘텐츠, K팝을 외국에서 제작하고 선보였다는 점에서 K컬처 확산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감독 매기 강의 참신한 기획과 해외에서 통하는 한국 문화의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진 결과로 꼽는 이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케데헌'과 '골든'이 미국이나 영국 등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좋은 성과를 점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동안 한국산 K콘텐츠와 K팝이 K컬처의 흥행과 확산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글로벌 자본이 본격적으로 유입돼 K컬처 확산에 기여할 거란 기대감도 있다. 이미 BTS와 블랙핑크가 미국, 영국 차트에서 선전한 경험이 있는 만큼 새로운 K팝 뮤지션들이 주목받을 기회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케데헌'의 시즌2가 제작된다면 K팝 뮤지션들의 참여가 늘어날 수도 있고, 시즌1보다도 더 화려한 라인업이 구성될 수도 있다. 짧고 굵게 가창력과 아름다운 음색을 뽐낼 수 있는 '골든 챌린지'가 흥하고, 국적에 관계없이 다양한 가수들이 커버에 도전하는 이유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