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기 투입에 실속은 글쎄
'공급 의무 맞추기용' 해석
부산지역 여론도 의식한 듯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대한항공이 다음달부터 부산~다낭 노선 복항에 나선다. 다낭은 이미 국내 대부분 저비용항공사(LCC)가 진출해 있는 대표적인 인기 노선이지만, 전체 공급이 포화 상태에 다다른 노선이다.
특히 부산 출발 노선의 경우 뚜렷한 수요 증가도 예상되지 않아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행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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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CI를 적용한 대한항공 보잉 787-10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8월부터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베트남 다낭으로 향하는 노선 운항을 재개한다.
주목되는 점은 부정기편으로 운항하며 이 노선에 광동체 항공기(통로 2개) A330-300을 투입한다는 점이다.
광동체 항공기는 비즈니스석을 포함한 대형 항공기로, 일반적으로 중장거리나 인천발 고수요 노선에 투입된다. 하지만, 현재 부산~다낭 노선은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등 국내 LCC들이 운항하고 있는 대표적인 포화 노선이다. 수요도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부산에서 광동체 항공기를 투입하는 건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이번 복항 결정이 상업적 판단보다는 외부 요인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복항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를 의식한 불가피한 행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승인하면서 경쟁 제한 우려가 큰 노선에 대해 슬롯 일부 반납, 2019년 공급 수준 유지 등 구조적·행태적 조치를 부과한 바 있다. 부산~다낭 노선도 이에 해당한다.
2019년 당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각각 주 7회,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각각 주 7~14회 수준으로 해당 노선을 운항했다. 그러나 현재는 진에어와 에어부산만 주 7회씩 총 주 14회 운항하고 있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빠진 상태다. 행태적 조치에 따라 전체 공급이 2019년 대비 90% 이하로 줄어들 수 없기 때문에 대한항공은 대형 항공기를 투입해 공급석을 보완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해당 노선을 2020년 2월 22일까지 정기적으로 운항했으며 이후 중단됐다. 당시 아시아나항공도 2018년 3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이 노선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운항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부산~다낭 재운항을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자회사들이 부산~다낭 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거리 노선에 투입해야 할 광동체를 투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현실적으로 수요나 수익성은 떨어지는데도 복항하는 배경엔 공정위 조치가 깔려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공식 입장에서 복항 결정이 공정위 시정 조치 때문은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부산~다낭 노선 운항 재개는 휴가 시즌 수요 대응 및 노선 네트워크 강화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라며 "운항 노선 확대를 통해 고객 편의를 증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최근 부산~괌 노선 재운항도 발표한 바 있으며 부산 출발 국제선 네트워크 확대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새로운 CI 발표 행사에서도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향후 가덕도신공항 개항 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곳"이라며 "에어부산과 진에어가 합병하더라도 지역에서 하던 역할은 계속 유지할 것이며, 진에어가 에어부산이 해온 것보다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역 노선 강화를 예고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부산~다낭 노선 복귀에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복항하지 않는다면 공정위 조치를 충족시키기 위한 부담이 대한항공에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이번 복항을 통해 공급 의무를 선제적으로 이행하고, 이후 추가 조정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대한항공 입장에선 공급 의무를 맞춰야 한다는 부담과 동시에 지역 여론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비즈니스 클래스가 포함된 광동체 항공기를 투입한 건 단순히 공급량 확보뿐 아니라 프리미엄 서비스 확대를 통해 지역 민심을 달래려는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아시아나항공이 복항에 나서지 않는다면 대한항공이 이 노선을 계속 유지하거나 추가 증편할 가능성도 있다"며 "공정위 시정조치 이행의 일환으로 시작된 복항이더라도 실제 수요와 수익성이 뒷받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