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서지 마라'는 손짓으로 팀동료 흥분 가라앉혀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오타니 쇼헤이는 야구 실력뿐 아니라 인성 또한 특급 슈퍼스타임을 보여줬다. 샌디에이고 마무리 로베르토 수아레즈가 던진 시속 99.8마일(약 160.6km)의 빠른 공이 오타니의 오른쪽 어깨을 직격했다. 그 순간 다저스 더그아웃은 폭발 직전이었다. 클레이튼 커쇼를 비롯한 투수진은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듯 들썩였다.
오타니는 벤치를 향해 조용히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말렸다. '나서지 마라'는 제스처였다. 통증을 참은 채 묵묵히 1루를 향해 걸어나갔다. 고의성 사구(死球·몸에 맞는 볼)로 퇴장당하는 수아레즈와 가볍게 말을 나누며 감정을 달랬다. 일촉즉발의 2차 벤치클리어링을 막았다. 앞서 양 팀은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충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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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오타니가 20일 MLB 샌디에이고전 9회말 공에 맞고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2025.6.20 psoq1337@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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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가 20일 MLB 샌디에이고전 9회말 공에 맞고 출루하면서 다저스 더그아웃을 향해 괜찬다는 손짓을 하고 있다. [사진=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처] |
20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4연전 중 마지막 날 경기 후반 벤치클리어링을 치렀다. 샌디에이고가 5-0으로 앞선 9회초 샌디에이고의 간판 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다저스 루키 투수 잭 리틀의 93마일(약 150km) 포심 패스트볼에 맞고 쓰러졌다.
흥분한 마이크 쉴트 감독이 벤치를 박차고 나왔는데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참지 않고 벤치에서 나와 맞섰다. 이미 전날부터 빈볼 시비로 티격태격했었다. 두 감독은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양 팀 선수들 모두 쏟아져 나왔다. 다저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적극 나서 쉴트 감독의 화를 누그러뜨렸다. 양 팀 감독은 모두 퇴장 조치를 받고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더 큰 문제는 9회말에 터졌다. 샌디에이고 마무리 로베르토 수아레즈가 2사 3루에서 다저스의 간판 타자 오타니 쇼헤이를 맞혔다. 누가봐도 고의성 짙은 사구. 다저스타디움 관중까지 동요했다.
하지만 상황은 뜻밖에도 조용히 정리됐다. 심한 통증에 얼굴울 찡그렸던 오타니는 이내 밝은 미소로 취한 괜찮다는 신호를 다저스 더그아웃에 보냈다. 수아레즈가 퇴장 당하는 사이 오타니는 샌디에이고 더그아웃 쪽으로 향해 LA 에인절스에서 함께 뛰었던 레이셀 이글레시아스와 미소 띤 얼굴로 대화를 나누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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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오타니가 18일 MLB 샌디에이고전 3회말 공에 맞고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2025.6.20 psoq1337@newspim.com |
양 팀은 이번 4연전 내내 사구를 주고받았다. 17일 첫 경기에서 다저스 앤디 파헤스가 샌디에이고 선발 딜런 시즈에게 사구를 맞은 게 시작이었다. 파헤스는 시즈의 사구에 고의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18일 경기에서는 양 팀의 간판 타자 타티스와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연달아 사구를 맞았다. 심판진은 양 팀 벤치에 모두 경고를 주었다. 로버츠 감독은 경고가 부당하다며 항의하다 퇴장당했고 다저스는 윌 스미스의 끝내기 홈런으로 재역전승했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