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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책임준공 소송 패소에 부동산 신탁사 긴장감 '팽팽'...수익모델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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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신탁사, 책임준공 미이행 손해배상 책임 인정
소송 리스크 증가에 비어가는 곳간까지
'설상가상' 신탁사 내부 혼란만 확대돼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부동산 신탁사의 책임준공형(책준형) 토지신탁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첫 판결이 나오면서 업계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건설·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인허가 감소로 수주 자체가 줄어든 가운데 소송 리스크까지 확대되며 책준형 신탁 사업 참여를 처음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주요 부동산 신탁사 책임준공확약 관련 손해배상 소송 결과.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책임준공 손해배상 첫 인정… "준공 기한 미준수, 배상 책임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는 이달 초 21개 새마을금고로 구성된 PF 대주단이 무궁화신탁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주단의 손을 들어줬다. 무궁화신탁의 책임준공 약정을 근거로 들어 대주단에 대출원금 약 210억원과 지연 이자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당시 재판부는 "무궁화신탁이 대주단에 제출한 확약서에는 '어떤 사유로도 임의로 공사를 지연할 수 없으며, 책임준공 의무를 기한 내에 이행하지 못할 경우 미이행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대주단에 배상할 것을 확약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또 다른 새마을금고 PF 대주단이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제기한 책임준공 관련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신한자산신탁은 새마을금고가 청구한 대출 원리금 전액인 256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3월까지 안성 물류센터를 책임지고 준공하기로 확약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못했고, 대주단은 연체이자와 대출 원금까지 전액을 상환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신한자산신탁은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액만 배상하겠다고 대응하면서 소송전이 벌어졌지만 패소했다. 

신한자산신탁 측은 물류센터 매각 예상 금액이 약 403억원으로, 추후 이를 팔아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으니 대출 원금을 당장 갚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법원은 책임준공 확약상 약정이 우선된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탁사의 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최초 사례가 연달아 나오면서 대주단과 법정 다툼을 준비하고 있는 타 신탁사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정태근 법무법인 로엘 대표변호사는 "신탁사 책준 확약상 손해배상 조항의 의미, 법적 성격,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 손해배상 예정액으로 정한 대출원리금 상당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 신탁사 책임준공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전반에 관한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소송"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주단과 신탁사 사이 제기된 소송은 수십 건에 달한다. 지난해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한 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장 소송만 15건이 제기됐다. 이밖에 KB부동산신탁(10건)과 우리자산신탁(8곳) 등 순이다.

◆ '밑 빠진 독'된 책준형 토지신탁… 부동산 신탁사 '고심'

책준형 토지신탁은 신용도가 낮은 시공사 대신 신탁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부담하면서 이를 담보로 시행 주체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공급하는 형태다. 건설사가 약속한 기한 안에 공사를 끝내지 못하면 신탁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다수의 신탁사가 책준형 토지신탁을 주요 먹거리로 삼았다. 당시에는 신규 수주가 원활했고 자금 부족 등으로 공사가 멈출 일이 없어 작은 자본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둔화로 사업장 자체자 줄어들면서 수탁보수 비중이 감소한 데다 준공한 사업장의 분양 실적도 저조해지며 신탁사의 재무 구조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책준형 토지신탁 계약이 신탁사와 대주단의 동상이몽이었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탁사는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못했을 때의 대출 이자와 원리금 부담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기는 했으나, 책임준공을 이행하면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주단은 부동산 자체의 가치만으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는 사업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신탁사의 책임 부담을 요구하기 시작하며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준식 삼일회계법인 상무는 "시공사와 달리 신탁사의 책임준공 확약은 책임의 범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고 상호 간의 동의가 명징하지 않은 상태에서 활성화된 탓에 리스크 규모가 불확실하다"며 "이 때문에 향후 신탁사의 재무 건전성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14개 부동산 신탁사는 올 1분기 35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 분기(-58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적자를 낸 신탁사도 전 분기 10곳에서 5곳으로 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번 소송 결과가 나오며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선주 한국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대다수의 신탁사가 패소에 따른 대출원리금 전액 인수 시 재무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며 "소송 관련 사업장이 물류센터, 지방 소재 생활형숙박시설, 호텔, 오피스텔 등 매각이나 공매가 쉽지 않다면 회수금액이 예상보다 현저히 작을 수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부동산 신탁사의 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장은 233개로 전년 동기(620개) 대비 62.4% 줄었다. PF대출 잔액 또한 53.4%(23조8000억원→11조1000억원) 감소했다. 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장을 줄이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내부적으로 제시되면서 신규 수주도 줄어들고 있다. 

올 1분기 신탁사 영업수익은 3703억원으 2020년 4분기(3796억원)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책준형을 포함한 토지신탁(개발신탁) 보수는 2017년 2분기(1384억원)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1225억원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신탁사의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제한하는 등 실무적으로 보완하는 한편,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영경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탁사의 손배 책임 범위를 대출원리금 일체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책준 확약은 준공의 보장이지 대주의 대출원리금 회수 자체를 보장한다고 보기 어렵기에 계약 조항에서 신탁회사의 책임을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탁사가 해결하기 어려운 하도급업체의 유치권 분쟁이나 하자책임이 발생할 때도 손배 책임이 쉽게 인정되므로, 책준 의무의 범위와 내용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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