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태어나 말년에 경북 포항에서 작품활동 이어가
동해바다, 영일만 갈매기, 수평선, 구름 등 고독한 운둔의 사색
[대구=뉴스핌] 김용락 기자=유려한 문체와 올곧은 시대정신으로 한국 수필문학의 개척자 겸 선구자 역할을 했던 수필가 한흑구 선생(1909~1979)의 세 번째 수필집 '뻐저리 아저씨'(아시아)가 유고집으로 출간됐다.
한흑구 선생은 평양에서 태어나 말년에 경북 포항에서 작품활동을 이어갔는데 수필집 '동해산문'(1971) '인생산문'(1974)에 이어 반세기가 넘어서 오래된 잡지와 신문에 흩어져 있던 한흑구의 글을 문단의 후학들이 발품을 팔아서 찾아 만든 책이다.
이번 책에 수록된 작품은 '영국 문호 버나드 쇼의 풍자'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건 오직 사랑' '여름 아침의 동해' 등 50편이 실려있는데 한흑구 선생은 일제식민지라는 어려운 시대를 살면서도 단 한 편의 친일문장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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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김용락 기자] 한국 수필문학의 개척자 한흑구 수필집 '뻐저리 아저씨'가 유고집으로 출간됐다.[사진=아시아]2025.06.14 yrk525@newspim.com |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반부에는 평양이나 미국 유학과 관련된 작품을 배치하고, 후반부에는 포항에서의 삶과 풍물을 아름다운 서정적 정조로 그린 작품들을 싣고 있다.
특히 평양의 안내지도를 그렸다고 해도 좋을 '모란봉의 봄'이나 첫사랑의 스웨덴계 여대생 '루스 알바'를 추억하는 글에서 만나게 되듯이 전반부의 작품들에는 돌아갈 수 없는 평양과 청춘 시절이 내면의 호수에 잔잔히 물살을 일으키고, 후반부의 작품들에는 동해바다, 영일만 갈매기, 수평선, 하늘, 구름, 나무 같은 자연의 체온이 고독한 은둔의 사색을 감싸고 있다.
편집을 맡았던 포항 출신의 이대환 작가와 김도형 작가는 "국회 도서관, 서울대 규장각, 고서적 전문 서점, 고서적 수집가 등 뒤져볼 만한 곳은 다 뒤져서 흩어져 있는 한흑구 선생의 작품을 찾았다. 한흑구를 연구하는 후학이나 독자들이 한흑구 수필문학의 정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yrk5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