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긍·부정 측면 공존...뜨거운 논쟁
금투업계 내부서도 이해 따라 상법 개정 찬반
증시 부양 아닌 제도개선 관점에서 바라봐야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금투협도 그렇고, 이번에 상법 개정에 대해 아무 말씀도 없으세요? 금투협도 이럴 때 한마디 하셔야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4월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을 향해 던진 말이다. 당시 이 후보는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협회에 상법 개정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서 회장은 끝내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채 배당소득세 인하 필요성만 강조했다.
서유석 회장은 지난 4일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대통령에게 증시 등 국내 자본시장이 부진을 딛고 도약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다해주길 당부하면서 "부동산에 편중됐던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돼 발전적 방향으로 쓰이려면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다만 상법 개정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찬성이나 반대 등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서 회장은 상법 개정의 기본 취지에 대해선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자본시장법 개정 필요성 등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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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부 김연순 차장 y2kid@newspim.com |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주주 보호를 강화하고 한국 증시의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려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본시장 신뢰 회복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통한 코스피 5000시대를 열기 위해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언뜻 보면 상법 개정은 금융투자업계에서 환영할 법한 논제지만 금융투자협회는 사실상 침묵에 가까운 태도로 일관해왔다. 금투협이 대변하는 금융투자업계 내부에서도 상법 개정 찬성과 반대를 놓고 양분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법 개정에 대해)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사 간 입장이 갈리고 있다"고 했다.
대형 증권사는 상법 개정안이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소송 남발 및 투기 자본의 경영권 공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재계와 마찬가지로 반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소액주주가 많은 중소형 증권사는 고객 신뢰 확보와 시장 경쟁력 제고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찬성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투협이 과거 금융투자소득세 관련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던 것과 비교해 상법 개정에 대해선 소극적인 이유다.
상법 개정 찬반 목소리는 재계와 투자자 측을 넘어 금융투자업계 내부에서조차 갈릴 정도로 상법 개정 이슈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시장 디스카운트 해소, 자본시장 선진화 등 긍정적 측면과 소송 남발 우려, 투기 자본의 경영권 공격 등 부정적 측면이 공존하고 있고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상법 개정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수렴하는 방향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가 개편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어야 한다. 상법 개정은 '코스피 5000'을 위한 증시 부양 대책이 아니라 낡은 시장 체질과 구조를 바꾸는 제도 개선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