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공정거래법 적용 '사업자단체'면서 '노조'"
"정당행위로 봐야…공정거래법 위반죄 성립 안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윤석열 정부 당시 집단 운송 거부행위 관련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현장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박찬범 판사는 5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화물연대본부에 대한 1심 선고기일을 열고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 |
윤석열 정부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5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한 2022년 12월 9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주차된 화물차 모습. [사진=뉴스핌DB] |
박 판사는 우선 대법원 판례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법리에 비춰 화물연대가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되는 사업자단체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구성원인 화물운송사업자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해 화물연대가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의 지위도 동시에 가진다고 했다.
이어 당시 공정위 첫 현장조사가 사전 통보나 현장 협조 요청 없이 이뤄졌고 조사대상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화물연대에 교부한 조사서에 구체적으로 어떤 법을 위반해 조사하는지 기재하지 않았고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판사는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의 과속과 과적을 방지해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운임으로, 단순히 운임을 높여 달라는 취지로 단정할 수 없고 그 자체로 근로조건 등과 직결된 것"이라며 "화물연대 구성원들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집단으로 운송을 거부하고 파업한 것은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행동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성원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거나 구체적 폭력행위를 지시한 근거가 없다"며 "노동조합법 제116조의 '사업자단체가 다른 법령에 따라 하는 정당한 행위'로 봐야 하므로 공정위 공무원의 현장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해도 공정거래법 위반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 판사는 "공정위가 노조의 절차 방해, 폭력 행위 등 객관적 근거를 확보하지 않고 추측에 의해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행동 조사를 개시할 수 있고 응하지 않으면 법 위반이 성립한다고 한다면 헌법과 노동법이 정하는 단체행동권을 필요 이상으로 침탈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부연했다.
앞서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2022년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확대 적용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소속 사업자에게 운송거부를 강요하고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했다며 공정거래법 제40조 1항 위반(부당한 공동행위), 제51조 제1항 제1호 위반(사업자단체 금지행위) 등을 이유로 같은 해 12월 2~6일 3일에 걸쳐 현장조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화물연대 측이 조사공무원들의 사무실 진입을 저지하는 등 조사를 방해하자 공정위는 화물연대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화물연대가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인 사업자단체에 해당한다고 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공정거래법 제124조는 공정위 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화물연대 측은 헌법상 노동3권이 보장되는 노조에 해당하고 공정위 조사를 거부한 것은 정당행위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