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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이 기회다] '누에'로 하나된 상주…전통을 짓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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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 아워시선 대표, 명주정원 운영에 상주 홍보까지
문화공간·일자리 창출…명주정원, 지역 대표 공간 됐다
"상주는 누에의 고장"…전통 양잠에 어린이 생태교육도

◼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경북 상주①>

현재 대한민국에서 지방 소멸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지역 균형 발전, 지방 소멸 대응 기금, 지방 시대 등 소멸 위기 대응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왔지만, 지방 소멸은 오히려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뉴스핌은 지역의 특성에 가치를 더해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에 주목한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전국 곳곳에서 경제적 활성화와 새로운 생활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청년에게는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로컬 전문가'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가 함께하고 있는 뉴스핌의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시리즈는 한 사람에서 마을 공동체, 지역 공동체로 확산되면서 지역의 활력을 이끌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의 도전과 성장기를 담아낸다. 바로 지역의 가치와 사람, 혁신과 창조의 이야기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따져본다. 현장과 학계, 로컬 전문가 등의 제언을 들어 로컬 상생의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한다. 또한 미국 포틀랜드, 프랑스 리옹 등 해외 로컬크리에이터 선진지의 현실과 전략, 미래 비전을 조명해 지속 가능한 로컬 생태계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상주=뉴스핌] 양가희 기자 = <뉴스핌>은 지난달 23일 국산 명주(실크)를 만드는 경북 상주 함창읍을 찾았다. 누에와 명주를 통해 지역 부흥을 추진하는 이민주 청년 로컬크리에이터와 함께 양잠 사업의 전 과정을 둘러 보고, 상주 대표 공유공간으로 자리잡은 이 대표의 명주정원이 만들어진 과정도 되짚었다.

◆ '명주정원' 가꾼 청년 로컬크리에이터 이민주 아워시선 대표

이민주 아워시선 대표는 대표적인 청년 로컬크리에이터다. 로컬 전문가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는 "지리학과인 만큼 다양한 곳에 답사를 많이 다닌다"며 "상주 지역 자원을 조사할 일이 있었는데, 여기(상주)에서 가장 유명한 청년을 찾다 보니 이민주 대표를 찾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2018년 고향인 상주에서 복합문화공간 명주정원을 창업했다. 과거 시멘트 공장과 찜질방이었던 건물에 카페를 만들고, 넓은 정원은 공연과 소규모 웨딩 등이 가능하도록 단장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명주정원을 찾는 이들은 매년 약 15만명에 달한다. 

[상주=뉴스핌] 양가희 기자 = 지난달 23일 경북 상주 명주정원 앞뜰. 건물 뒤로도 넓은 야외 공간과 소품샵 등이 있다. 2025.06.02 sheep@newspim.com

이민주 대표는 "1970~80년대 시멘트 공장이었고, 이후 폐업한 공장에 숯가마 찜질방이 들어섰다. 찜질방 폐업 후 10여년간 버려진 공간에 셀프 리모델링을 통해 2년 동안 뜯어고쳤다"며 리모델링 과정을 되짚었다. 그는 "모든 공간은 건축의 기본이 되는 냉간 벽돌(시멘트 벽돌)을 사용했다. 찜질방의 황토굴은 그대로 남겼다. 마을 주민들이 오시면 황토굴을 보고 과거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기억을 공유한다"라고 설명했다.

로컬크리에이터(LocalCreator)는 '지역'과 '창작자'의 합성어로,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은 단순히 지역에 소재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 특색을 살린 창의적인 사업을 운영하면서 공동체의 협력과 상생을 주도한다.

[상주=뉴스핌] 양가희 기자 = 지난달 23일 경북 상주 명주정원 내부. 천장의 슬레이트, 정면에 보이는 황토굴 등은 과거 시멘트 공장과 찜질방의 흔적이다. 바닥의 마루와 시멘트 벽돌 등은 마을에서 공수한 자재다. 2025.06.02 sheep@newspim.com

건축학과도 아닌 이 대표가 '셀프'로 리모델링한 것도, 리모델링에 2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비용 때문이다. 비용 부족이라는 한계는 결점으로 남지 않았다. 이 대표의 창의성은 한계가 공간의 고유한 특징으로 거듭나도록 했다. 찜질방 황토굴을 남긴 것도 비용 절감의 일환이었지만, 방문객들에게는 추억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사용한 자재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모든 자재는 반경 3km 내에서 수급했다"며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벽돌 공장에서 벽돌을 가져왔고, 바닥 데크는 마을에 있는 폐교에서 마룻바닥을 그대로 뜯어왔다"고 말했다. 명주정원을 구성한 모든 요소가 명주마을인 셈이다.

이날 찾은 명주정원은 문화공간이면서 일자리를 창출한 사업장이기도 했다. 인근 지역인 문경 등에 거주한다는 30대 여성 세 명은 "부모님 세대는 찜질방에 자주 왔다고 들었다"며 "저희는 커피를 마시러 자주 온다"고 했다.

[상주=뉴스핌] 양가희 기자 = 경북 상주 명주정원 내부. 과거 찜질방 황토굴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2025.06.02 sheep@newspim.com

명주정원에서 짧게 근무한 20대 김형일 씨는 "고향은 다른 곳이다. 인근 대학교에 다녔다"며 "명주정원이 카페와 부가적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잠깐 일하고 있지만 조만간 이쪽에 다시 취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유일한 국산 명주가 나오는 함창을 알리고 명주 홍보를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6월 한남 라인원에서 스타일 상점 오픈에 맞춰 명주 전시를 여는데, 작가들과 콜라보(협업 결과물)가 있을 예정"이라며 "올해 4월 국립무용단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미인도를 재해석한 공연을 했는데, 이때 활용된 모든 의복이 함창 명주로 디자인됐다. 명주를 활용해 광주 비엔날레에서 전시한 작품도 있다"고 설명했다.

◆ 생태교육 프로그램부터 누에 키우고 실 자아 옷 짓기까지

명주정원을 일군 주역은 이민주 대표지만, 함께 한 청년들의 이야기도 빼 놓을 수 없다. 김미애 로컬문화제작소 대표는 명주정원에서 누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하고 박물관에서 근무하던 김 대표는 자연스럽게 지역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아이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이 충분하지 않다는 아쉬움을 느끼고 아워시선과 협업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상주=뉴스핌] 양가희 기자 = 김미애 로컬문화제작소 대표(왼쪽)가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오른쪽)에게 지난달 23일 경북 상주 명주정원에서 누에 키즈 클래스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06.02 sheep@newspim.com

김미애 대표는 "지난해 누에 키즈 클래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다른 곤충 교구는 굉장히 많다. 상주는 누에의 고장인데, 누에 교구는 없더라"라며 "누에 교구 2종을 제작했고, 누에 그림책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봄과 가을에 짧게 진행하는데, 벌써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성황리에 진행하고 있다"며 "일회성 단순 체험보다 아이들이 기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로컬문화제작소의 지향점이다. 아워시선과 지속 협업해 함창 명주 천연 염색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잠 사업은 누에를 기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명주정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누에농장 초록드림은 오정훈 대표가 아버지 오홍섭씨와 함께 누에를 키우고 있다. 2개 동에 사육 중인 누에는 46만 마리다. 오정훈 대표는 "누에를 생산하는 것 외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어 판매하게 된다면 부모님 일을 더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일하게 됐다"며 "어린아이들을 위한 (생태)교육부터 어르신들을 위한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주=뉴스핌] 양가희 기자 = 지난달 23일 오정훈 누에농장 초록드림 대표(오른쪽)가 경북 상주 초록드림 농장에서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왼쪽)에게 누에 섭 모형을 보여 주고 있다. 2025.06.02 sheep@newspim.com

오정훈 대표는 "초록드림은 6차 인증 융복합 사업인증을 받았다. 누에로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알리고 싶다"며 "국산 실크, 누에는 수요처가 분명히 있다. 사람들의 관심과 사업 지원에 부응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초록드림에 취재진과 동행한 이민주 대표는 "명주는 신라시대 시작돼 천년 동안 만들던 실이다.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로 품질이 높았다"며 "함창 명주는 유일한 국산 명주로 인지도가 높은데, 저희 마을이 유일하게 누예를 치는 것부터 직조가공까지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누에는 놓약에 닿는 순간 쪼그라들고 고치를 만들지 않는다. 실크 산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농약을 치지 않고 해충을 손으로 하나하나 골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주=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남현태 장수직물 대표(왼쪽)가 지난달 23일 경북 상주 장수직물에서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오른쪽)에게 직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06.02 sheep@newspim.com

이 대표는 "1960년대에는 두 집 중에 한 집이 명주산업에 종사했다 할 정도지만, 관리 제도가 미비하고 중국산이 들어오다 보니 현재 산업이 많이 축소됐다"며 "중국산 명주가 국산으로 둔갑해 판매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진다. (국내 양잠의)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고 털어놨다.

남현태 장수직물 대표는 직조 과정에서 활약한다. 아버지는 물론이고 4대째 하던 일이다. 남 대표는 "방학 때마다 돕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하고 있다"며 "잘 유지해 제품이 필요한 분들에게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제 바램이다"라고 말했다.

[상주=뉴스핌] 양가희 기자 = 경북 상주 한국한복진흥원 내 마련된 영광의류 지점 2025.06.02 sheep@newspim.com

김영미 영광의류 대표는 "생산된 명주로 옷을 만들고 염색하고 있다"며 "30년 정도 일했다. 딸에게 승계를 할까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민주 대표의 아워시선과 명주 스와치북을 공동 개발했다. 생산된 14가지명주를 모두 담아 책 한 권으로 볼 수 있다. 명주 스카프도 새로 제작했다.

◆ "여성 청년 창업자 육성 집중…워라밸 위해 오는 도시 됐으면"

로컬올래 투어는 연간 약 3000명이 찾는 상주청년센터 들락날락에서 마무리됐다. 연면적 639.04㎡ 규모의 청년센터는 다양한 책과 공부 공간을 마련한 공간으로, 오는 8월부터 공유오피스 3곳을 본격 운영한다. 비누바 및 향수 제작, 와인 클래스 등 다양한 문화 체험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남상미 상주시 인구정책실 일자리청년정책팀장은 "상주는 농촌인 만큼 이런 클래스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며 "시청에서 이 같은 경험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팀장은 "상주시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워라밸(일·생활균형)을 위해 찾아오는 도시로 각인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청년 정책의 지향점을 강조했다.

[상주=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남상미 상주시 인구정책실 일자리청년정책팀장(오른쪽)이 지난달 23일 상주청년센터 들락날락에서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왼쪽)에게 상주 청년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06.02 sheep@newspim.com

올해 상주시는 행정안전부 고향올래 공모사업에 선정, 창업자 30팀을 육성한다. 창업지원금을 일회성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닌, 창업에서 정착까지 통합 지원하는 방식이다.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주거와 창업을 동시 지원하는 생활인구형 창업 모델을 구축한다는 취지다.

주요 프로그램은 ▲여성청년 및 외국인 유학생 대상 로컬체험 프로그램 ▲로컬크리에이터 지원 창업홍보 프로그램 ▲대학 연계 로컬 브랜딩 프로그램 ▲지역자원 및 스마트농업 연계 상품개발 지원 프로그램 등이다.

남 팀장은 "청년층뿐 아니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유입되는 생활인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지역에 정착해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창업 환경을 만들어 주면 이에 따른 고용이 창출되고, 소비가 증가하고, 인구가 유입되고, 다시 추가 창업으로 이어지는 지역 내에서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상주=뉴스핌] 양가희 기자 = 지난달 23일 경북 상주 누에농장 초록드림 내부 모습 2025.06.02 sheep@newspim.com

시가 중점을 둔 것은 여성 청년 창업자 육성이다. 남 팀장은 "농촌 지역은 여성 친화적 일자리가 부족하기도 하고, 지난해 추진한 중기부 로컬브랜드 창출팀 사업 '함창명주 프로그램'을 성신여대와 협업하면서 실제로 이들이 창업을 통해 지역에 체류하고자 하는 수요를 확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함창명주와 같은 지역특화자원과 연계한 패션, 공예, 문화 콘텐츠 등을 활용한 창업에 여성청년들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로컬브랜드 창출팀 사업으로 로컬창업이 관련 생활인구 유입으로 확장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사업으로 예비창업가를 40명 발굴했고,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여러 기관들이 이와 관계된 행사를 시에서 개최했다"고 덧붙였다.

[상주=뉴스핌] 양가희 기자 = 지난달 23일 경북 상주 장수직물 공장 앞 명주실 건조 과정 2025.06.02 sheep@newspim.com

sheep@newspim.com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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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IMF는 2026년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세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어,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만 몰리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미국의 정치·재정 이슈, 부채한도·재정적자, 무역·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달러 방향성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달러에 일시적인 강세·약세 충격을 모두 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장기 구조 측면에서 보면, 달러는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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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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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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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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