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와 산업생산, 소매판매 등이 일제히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채금리가 15일(현지시간) 일제히 급락했다.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오는 9월부터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보다 7.9bp(1bp=0.01%포인트) 내린 4.449%를 기록했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는 지난 4월 24일 이후 가장 컸다.
연준의 통화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금리는 9.2bp 급락한 3.961%로 한 달만의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고, 30년물 금리 역시 5.2bp 떨어진 4.915%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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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10년물 금리 차트, 자료=야후 파이낸스, 2025.05.16 koinwon@newspim.com |
금리 하락의 단초가 된 것은 이날 잇따라 발표된 주요 경제지표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5% 하락했다. 월가 예상치(0.2% 상승)를 크게 하회한 수치다. 동시에 발표된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4% 감소하며 예상치(-0.2%)보다 큰 낙폭을 보였다.
소비도 둔화 조짐을 보였다. 4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치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핵심 소비를 반영하는 '핵심 소매판매'(자동차, 휘발유, 건축자재, 식음료 제외)는 0.2% 감소하며 경기 둔화 우려를 자극했다. 지난 3월에는 0.5% 증가한 것으로 수정됐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지표 흐름이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을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은 오는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75% 이상으로 반영하고 있다.
BMO캐피털마켓의 채권전략가 베일 하트먼은 "핵심 소매판매 부진은 의외이며 금리 하락을 견인했다"며 "2분기 소비 둔화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Walmart)는 "관세 비용 상승으로 이달 말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며 2분기 실적 전망 제시를 유보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소비 위축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같은 날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2만9000건으로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그러나 구직 시장에서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연준 관계자들도 경기 둔화 가능성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통화정책에 대한 직접 언급은 자제했지만, 최근 수년간의 인플레이션 경험을 반영해 고용과 물가 목표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 역시 "경기 기반은 튼튼하지만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경제전망을 흐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달러 약세 전환…유로·엔화 강세
미국 경기지표 부진이 이어지자 외환시장에서는 미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섰다. 이날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는 전일 대비 0.11% 하락한 100.89를 기록했으며, 장중 한때 0.43%까지 낙폭을 키우기도 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02% 오른 1.1176달러를 기록했고, 엔화는 달러 대비 0.73% 절상된 145.68엔에 거래됐다. 영국 파운드화는 예상보다 양호한 경제성장률 발표에 힘입어 0.23% 상승한 1.329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미·중 간 상호 관세 일부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한 결정이 발표되면서 일시적으로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기도 했지만, 이날 지표 부진이 다시금 '경기 둔화 우려'를 부각시키면서 달러의 강세를 꺾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 외환전략가는 "관세 여파뿐만 아니라 미국 소비자 전반의 체력 저하가 의심된다"며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둔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