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인턴기자 = 가톨릭 역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이자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교황명 '레오 14세'를 택하고 첫 일성으로 "평화"를 강조했다.
그는 8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서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이라는 첫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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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인턴기자 = 새 교황 레오 14세.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5.09 moonddo00@newspim.com |
레오 14세 교황은 "이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첫 인사였다"며 이 인사가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인 출신 교황이지만 첫 공식 발언은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로만 이뤄졌으며 과거 사목 활동을 했던 페루 치클라요 교구에 스페인어로 따로 인사를 전했다. 그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해당 교구장을 지낸 바 있으며 페루 시민권자이기도 하다.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비슷한 목자의 길을 걸었고 기본적으로 개혁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빈민과 이주민, 소외계층에 대한 깊은 관심이 있는 그를 페루 교구장으로 간 것은 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뢰 속에서 비롯됐다. 그는 2022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표적인 교회 개혁 작업을 돕기도했다.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보다는 중도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레오 14세가 이끌었던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의 미셸 팔콘 신부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레오 14세는 품위 있는 중도파"라며 "무엇이든 과하지 않다"고 평가했고, 수도회를 이끄는 모랄 안톤 신부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각나는 것을 즉시 말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면, 레오 14세는 "좀 자제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갈등과 분열의 시대에서 화합을 강조했다. 레오 14세는 "대화와 만남을 통해 언제나 평화롭게 하나의 백성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다리를 건설하자"고 말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며 "다리를 만들지 않고 벽만 세우려 하는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말한 점을 떠올리게 한다.
그가 선택한 교황명 '레오 14세'는 레오 13세 교황에 대한 경의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레오 13세는 보수적이면서 개혁가라는 양면적 평가를 받는 인물로, 1891년 사회 교리인 회칙 발표 '레롬 노바룸(Rerum Novarum)'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와 자본주의에 대해 고찰하며 노동자, 실향민, 빈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옹호할 것을 촉구했다.
데니스 도일 데이턴대 종교학 명예교수는 CBS에 "새 교황의 특정 정신, 방향성, 비전을 나타낸다"며 "그 이름을 가진 앞선 교황이 누구였는지 봐야 한다. 교황이 추구하려는 방향에 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오(Leo)'가 라틴어로 사자를 의미하는 만큼 일부에서는 위기 속에서 강한 힘과 용기를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레오 14세가 전통 교황 복장을 입고 등장한 점에서 가톨릭교회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려는 의지로 이름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
레오 14세 교황의 첫 연설문 전문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것은 부활하신 그리스도, 하느님의 양떼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친 선한 목자의 첫 인사입니다. 저 역시 이 평화의 인사가 여러분의 마음에 들어가고, 여러분의 가정에 닿고, 모든 사람들, 그들이 어디에 있든, 모든 민족, 온 지구에 닿기를 바랍니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이것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평화, 무장하지 않고 무장을 해제시키는 평화, 겸손하고 인내하는 평화입니다. 그것은 하느님, 우리 모두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시는 하느님으로부터 옵니다. 우리는 여전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약하지만 항상 용기 있는 목소리를 귀에 담고 있습니다. 로마를 축복하신 교황의 목소리를!
moonddo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