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천하' 토허구역에 다시 묶인 강남·서초·송파구
매물 감소는 물론 집값 하락도… 송파구 하락 폭이 가장 커
'풍선효과' 우려에도 마포·강동 아파트 가격 변동은 아직 미미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올해 초 야심차게 시행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구역) 해제가 35일 만에 막을 내렸다. 그 여파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주택 시장이 유례 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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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정부와 서울시가 24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재지정한 가운데 송파구 모 공인중개소에 아파트 시세 및 건물 매매 광고지가 부착돼 있다. 2025.03.24 leemario@newspim.com |
3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넷째 주(24일 기준)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0.11%로 전주(0.25%) 대비 반토막 났다. 토허구역 해제 직후인 지난달 24일과 동일한 수치로, 규제지역 재지정 이후 한 주 만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대폭 꺾인 셈이다.
올 초부터 큰 변동을 겪었던 강남3구의 영향이 가장 컸다. 강남구(0.83%→0.36%)와 서초구(0.69%→0.28%)는 일주일 사이 상승 폭이 절반 이상 줄었다.
매수 열기가 뜨거웠던 잠실 아파트가 위치한 송파구는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 전환했다. 이달 초 0.79%를 찍으며 올해 전국에서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에 이름을 올렸으나, 잠실과 신천동 집값 하락 영향으로 -0.03%까지 내려왔다. 송파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마이너스까지 내려온 건 지난해 2월 둘째 주 이후 13개월 만이다.
앞서 오 시장은 이달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 동안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아파트 약 2200개 단지(40여만 가구)는 다시 토허구역으로 묶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 이후 5년 동안 이어오던 서울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 규제를 해제한 지 약 한 달 만에 다시 규제에 나선 셈이다.
매물도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집계 결과 이날(31일) 기준 송파구 매물은 5532건으로 토허구역 재지정 발표가 나기 직전인 18일(6640건) 대비 16.7% 줄었다. 같은 기간 서초구의 감소율은 14.9%(7392건→6296건), 강남구는 10.3%(8504건→7631건)였다. 타 자치구의 평균 매물 증감이 -1%에서 1% 사이에 머무른 것과 비교하면 강남3구의 매물 감소세가 가파른 모습이다.
토허구역 재지정 이후에는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막히다 보니 투자 '막차'를 타려는 이들이 몰리며 매물이 소진된 것으로 해석된다. 규제 완화 이후부터 한 달 넘게 북적였던 잠실 대장 아파트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도 지난주부터 한산함을 되찾았다.
잠실 A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19일 재지정 얘기가 나오자마자 호가를 내리기 시작한 집주인이 늘면서 지방에서도 좀 더 싼 가격에 집을 사려는 이들이 몰려 정신없었다"며 "24일 되자마자 딱 끊겼고 지금은 엘리트보단 재건축 호재 있는 잠실주공5단지 문의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달 1일 31억9000만원(28층)에 거래됐던 리센츠 84.99㎡(이하 전용면적)은 20일 3억원 넘게 떨어진 28억5000만원(18층)에 손바뀜했다. 옆 단지인 잠실엘스 동일 면적은 지난달 22일 30억5000만원(7층)에 팔리면서 신고가를 썼지만 현재 온라인 부동산 매물 사이트에는 26억5000만~29억원 선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최초 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가 재지정과 함께 규제지역으로 묶인 서초구 반포동에서도 눈치게임이 한창이다. 재건축 단지를 빼곤 처음으로 허가구역에 포함되면서 거래 방식에 대해 문의하는 집주인과 매수 희망자가 늘었다는 전언이다.
반포동에서 사무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B씨는 "재지정한 주 주말 이후론 매물을 거둔 집주인이 많아 애초에 물건이 별로 없다"며 "최근에 래미안원베일리 신고가가 나온 것처럼 호가 자체가 많이 오른 상황이라 살 사람은 사고 아닌 사람은 아예 생각도 안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마포나 강동으로의 매매가 상승세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주택 구매 수요가 막히면서 토허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영등포(여의도)·마포·광진·강동·동작·서대문구 일대 한강 변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마포구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0.21%로 전주(0.29%) 대비 상승 폭이 하향 조정됐으나 눈에 띄는 하락이 이뤄지진 않았다. 강동구(0.28%→0.14)도 비슷한 분위기다.
서울시는 토허구역 재지정을 강남3구를 중심으로 한 투기 세력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주택 시장의 불안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선택한 방안이었단 설명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이번 조치가 실제 강남 집값 상승세를 잡는 데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강남3구 아파트는 절대적인 금액 자체가 높아 갭투자라는 단어가 성립이 안 된다. 20억원 이상의 전세를 끼는 매매가 무슨 갭투자냐"며 "거래 당사자들을 불편하게 할 뿐 입지가 좋다는 인식만 심어준 토허구역 해제로 집값을 잡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단기적으로는 가격 조정과 거래 감소 현상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나 자재비 상승에 따른 공급 축소 등으로 인해 다시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며 "결국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과도한 거래 제한보다는 실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