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 오피스텔 위주로 비밀번호 알아낸 뒤 공인중개사·집주인 사칭
신분증 위조하고 대포폰·대포통장 사용
피해자 다수 발생에… 공인중개사협회 "주의 요망" 안내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의 허점을 이용해 계약금 등을 편취하는 사기 사건이 성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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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집주인 사기 사칭 피의자가 실제 임차 희망자와 나눈 대화 내용. [사진=한국공인중개사협회] |
24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최근 전국 오피스텔에서 공인중개사 사칭 사기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오피스텔 임대업을 하는 제보자 A씨는 최근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10만원의 신축 매물을 내놨다. 얼마 안 돼 임차를 원한다는 B씨로부터 "지금 집 앞에 있는데 불편하게 나올 필요 없다"며 "직접 보고 갈 테니 출입문 비밀번호만 알려달라"는 연락이 왔다.
해당 매물은 공실이었기에 A씨는 큰 고민 없이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이후 경찰로부터 A씨 소유 오피스텔을 둘러싸고 2~30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사실은 이랬다. 공실 비밀번호를 알게 된 B씨는 본인이 임대인인 양 가장해 당근마켓 등 직거래 사이트에 원래 보증금과 월세보다 절반 이상 50% 이상 저렴하다는 내용으로 재광고를 올렸다. 자연스럽게 임차 희망자가 몰리자 B씨는 이들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내가 집주인인데 멀리 있으니 오피스텔을 직접 살펴보라"고 제안했다.
집을 본 이들이 계약 의사를 밝히면 B씨는 본인 이름으로 위조된 등기사항증명서와 신분증 등을 보여줬다. 이후 대포통장 계좌번호를 불러주고 보증금의 10~20%에 해당하는 가계약금을 보내라고 한 다음 이 돈을 편취, 잠적했다. 일부 피해자는 당일 계약을 위해 보증금 1000만원을 보냈다가 모두 돌려받지 못했다.
문제는 조건 좋은 집에서 시세 대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접근한 대학생 등 청년 피해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B씨는 명의를 알 수 없는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해 일단 피해를 입으면 추적이 어렵다"며 "상대에 따라 개업 공인중개사로 사칭도 하고 있으니 직접 만나지 않고 방을 보여주거나 가계약금 계좌이체를 요구하는 경우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협회 회원들에게는 "공실이라도 절대 매물 출입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말고 유사한 사기 정황을 발견하면 가까운 경찰서로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직 B씨의 신원은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하고 추적에 나섰으나 당근마켓 접속 아이디를 수시로 변경하는 탓에 검거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