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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베니스의 상인'을 다시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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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모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안토니오는 그의 친구인 바싸니오가 포오셔에게 구혼하는 것을 도우려고, 자금 융통을 위해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을 찾아가 3천 두카트를 차용한다. 샤일록은 자신의 사업을 훼방놓고 유대인이라며 자신을 경멸해 온 안토니오에게 복수하기 위해 변제일까지 3천 두카트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베어가기로 한 차용증서를 받는다. 바싸니오는 수수께끼를 풀고 포오셔를 아내로 맞이하지만, 그 사이 안토니오의 상선은 바다에서 침몰하고 샤일록에게 3천 두카트를 변제하지 못한 안토니오는 법정에 선다. 샤일록은 베니스의 법정에서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베어가는 것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하나, 법학박사로 분한 포오셔가 기지를 발휘해 샤일록은 재판에서 패소하고 자신의 재산을 잃는다. 마지막에 안토니오의 상선이 베니스에 도착하면서 안토니오는 자신의 부를 되찾고, 이야기는 끝난다.

[사진=홍정모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위의 내용은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베니스의 상인'(이하 '상인')의 줄거리를 거칠게 요약한 것이고 이 요약만 보자면 이야기는 평면적인 권선징악 이야기 같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필자가 '상인'을 처음 읽었던 것은 어렸을 때의 어린이용 이야기책을 통해서였고, 그때 필자도 이 이야기를 착한 사람들이 이기고 나쁜 샤일록이 망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법률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 '상인'을 다시 읽게 되었을 때, 필자는 샤일록을 약간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과연 샤일록은 어린 시절의 기억대로 단순히 돈만 밝히는 나쁜 사람일까? 샤일록은 베니스에서 경멸받는다. 심지어 안토니오는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러 간 자리에서도 샤일록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는다.

"나는 또다시 그대를 그렇게 부르고 싶소. 다시 침을 뱉고 다시 걷어차고 싶소. 만약 그대가 그 돈을 빌려주려거든 친구에게 빌려주듯 빌려주지는 마오. 우정이 있는사람이라면 그 누가 생식력이 없는 쇠붙이에 대한 이자를 친구에게 받겠소? 그러니 원수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야 내 파산하여 위약하게 될 경우 떳떳한 얼굴로 벌금을 받아낼 수 있을 거요."

샤일록이 경멸 받는 이유는 유대인이며, 고리대금업자이기 때문이다. 샤일록은 태생적으로 기독교 세계관과 조화될 수 없는 인물이다. 중세에 기독교는 노동의 대가가 아닌 금전에 대한 이자를 부정한 것으로 간주하였고, 그래서 유대인은 그 틈새를 파고들어 부를 축적했다. 샤일록은 이렇게 기독교 세계에서 경멸 받던 유대인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다. 

안토니오가 샤일록을 경멸하는 것은 당시의 가치관 아래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필자에게는 안토니오의 태도는 부당하게 느껴진다. 애초에 샤일록을 일방적으로 경멸한 것은 안토니오가 아닌가? 그는 샤일록의 대부업을 훼방 놓았고, 그를 몇 번이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비난했다. "당신은 저를 이교도, 사람의 목을 무는 살인견으로 부르고 내 유대인 망토에 침을 뱉었습죠." 샤일록의 음모는 안토니오에 대한 복수심의 발로인데, '상인'을 읽으면서 안토니오가 샤일록에게 보이는 태도를 보면 샤일록이 안토니오에 대해 복수심을 갖게 되는 것도 인지상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샤일록은 법정에서 울분을 담아 아래와 같이 자신의 코스모폴리타니즘을 피력하는데, 샤일록의 이러한 격정적 웅변을 읽을 때 더 이상 샤일록을 어릴 때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한 악당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는 나를 창피하게 만들었고, 50만 다가트의 이득을 취할 수 없게 했고, 내 손해에는 만족의 웃음을 지었고, 내 이득을 조롱했고, 내 민족을 경멸했고, 내 상거래를 방해했고, 내 친구들의 우정을 식게 했고, 내 원수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소. 그런데 그렇게 한 이유가 무엇이었소? 내가 유대인이기 때문이었소. 그래, 유대인은 눈도 없소? 유대인은 손도 없고, 오장육부도, 사지도, 감각도, 감정도, 격정도 없소? 기독교인과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무기에 다치고, 같은 병에 걸리고, 같은 방법으로 치료하고, 같은 여름과 겨울에 더워하고 추워하는 거란 말이오. 우리의 살은 찔러도 피가 나지 않소? 간질여도 우리는 웃지 않소? 독을 먹여도 우리는 죽지 않소?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우리는 복수하지 말란 말이오? 다른 모든 일에서도 당신들과 같은데 그 점에서도 같을 것은 뻔하지 않소. 만약 유대인이 기독교인에게 부당한 일을 한다면 기독교인의 겸양은 무엇이겠소? 복수요! 만약 기독교인이 유대인에게 부당한 짓을 행한다면 그의 관용은 기독교인의 본보기를 따라 무엇이겠소? 당연히, 복수요! 당신네들이 가르쳐준 악행을 나는 실천하겠소.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에 부닥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교훈 이상으로 실천하겠소."

샤일록은 베니스의 법에 기대어 자신의 복수를 달성하고자 한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이, 포오셔 때문에 그의 시도는 좌절되고 오히려 그 자신이 파멸한다. 그런데, 이 결과는 정의에 합당한 것일까? 샤일록은 단순히 계약의 이행을 소구(訴求)하였을 뿐인데 말이다.

'상인'에서 나오는 계약, 즉 돈을 기한 내에 갚지 못하면 살을 떼어갈 권리를 채권자에게 부여하는 계약은 당시의 시대적 배경 하에서는 유효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에야 이런 계약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겠지만, 샤일록과 안토니오 사이의 계약이 당시의 베니스의 법률에 의해 유효하다면 샤일록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결과 안토니오가 죽음에 이르게 될지라도 말이다. 기독교 공동체인 베니스의 호의를 얻지 못하는 샤일록에게는 오로지 법이 유일하게 기댈 곳이다. 앨런 블룸은 그의 저서인 '셰익스피어의 정치철학'에서 이러한 샤일록의 상태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이 희곡 전체를 통해서 법률은 그의 유일한 호소이며 그의 유일한 권리이다. 그러므로 합법성이 선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 정의는 곧 합법성이다."

그렇다면 포오셔의 판결-1파운드 이상도, 이하도 떼어가서는 아니 되고, 피를 흘려서도 안 된다는-은 적어도 당시의 관점에서는 정의로운 결론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청구는 당연히 처분권주의상 허용되니 1파운드 이하의 살점을 떼어갈 수 있어야 할 것이고, 피를 흘리는 건 살점을 떼낼 때 당연히 수반되는 결과이므로 이 논거를 들어 샤일록의 청구를 기각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샤일록의 청구는 베니스의 법률에 비추어 흠 잡을데 없음에도(포오셔마저도 이를 인정한다) 재판에서 샤일록은 패배한다. 왜 셰익스피어는 안토니오를 이기게 하고, 샤일록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을까? 앨런 블룸을 다시 인용하자면, 그들은 화합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들의 삶의 세계관, 즉 삶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에 관한 그들의 이해가 서로 대립되기 때문에 그들은 결코 서로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 그들은 공통의 토대를 갖고 있지 못하다." 기독교 세계의 인간과 유대교 세계의 인간, 우정을 추구하는 인간과 이윤을 추구하는 인간은 결코 타협할 수 없으며, 둘이 충돌하게 될 경우 어느 한 쪽이 파멸하여야 그 싸움은 끝난다. 그러니까 셰익스피어는 다양한 세계관이 공존하는 코스모폴리탄적 세계에 대해 회의적인 눈으로 바라볼 뿐이라는 것이다.

서로 다른 세계는 결국 조화될 수 없으며 한 쪽이 복속될 수 있을 뿐이라는 시각, 법률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공동체의 안쪽에 있는 사람뿐이라는 시각은 어쩔 수 없는 진리로서 수용해야 하는 것이며, 타협점은 전혀 없는 것일까? 이러한 결론은 너무 비관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을 취할 경우 '상인'에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포오셔가 최종 판결 이전에 샤일록을 설득하려 했다는 점이다. 포오셔는 이미 샤일록을 패배시킬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포오셔는 안토니오의 친우인 바싸니오와 결혼하게 되었으니, 샤일록을 편들 이유도 전혀 없다. 그런데도 포오셔는 최종 판결을 내리기 전에 샤일록을 거듭 설득한다.

"자비의 본질은 강압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마치 하늘에서 대지 위로 내리는 고마운 비와 같습니다. 이것은 이중의 축복으로 베푸는 자와 받는 자를 동시에 축복해줍니다. 이것은 가장 위력 있는 것 중에서도 가장 위력이 있습니다......따라서 자비심을 발휘하여 처벌을 완화시킬 때에 지상의 권세는 비로소 하느님의 권세에 가장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유대인이여, 비록 당신이 요구하는 심판이 정당한 것이기는 하나, 이 점을 고려해보시오. 즉, 심판하여 처벌하는 것만을 고집한다면 누구도 구원받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도 자비를 위해서 기도드리며, 이 기도는 또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포오셔의 설득은,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상인'에서 셰익스피어가 보여주는 마지막 희망인 것처럼 보인다. 포오셔는 샤일록을 파멸시킬 방법을 이미 가지고 있었음에도 스스로 물러서고, 샤일록에게 자비를 간청한다. 자비심은 하느님의 권세에 가장 가까워지는 방법이기에, 포오셔는 같은 하느님을 섬기는 안토니오와 샤일록에게 이를 '공통의 토대'로 제안한다. 결국 셰익스피어는, 자비심에 기초한 포용과 타협을 통해서 다양한 가치관이 통합될 수 있다는 생각을 포오셔를 통하여 제시한 것이 아닐까? 일방적으로 경멸당했던 샤일록에게 자비를 요구하는 것도 못할 짓이 아닌가라는 찜찜함이 마음 한켠에 남아 있기는 하지만, 필자는 대립과 파국 뿐인 결론보다는 포오셔의 간청에서 갸냘픈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홍정모 변호사

· 2023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
· 2016-현재 법무법인(유한) 화우
· 2016 제5회 변호사시험 합격
· 2016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2010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 2002 한영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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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킬로이 마스터스 2연패 위업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오거스타의 신은 로리 매킬로이의 역사적인 마스터스 2연패를 허락했다. 매킬로이는 수많은 골프 명인들조차 커리어 내내 한 번 입기도 벅찼던 그린 재킷을 2년 연속 차지했다. 역대 마스터스 2연패의 주인공은 단 세 명뿐. 잭 니클라우스(1965·1966), 닉 팔도(1989·1990), 타이거 우즈(2001·2002). 우즈 이후 20년 넘게 끊겼던 대기록을 달성하면서 마스터스 역사상 네 번째 레전드에 이름을 새겼다.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우승 트로피를 들고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매킬로이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제90회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로 1언더파 71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적어낸 그는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의 거센 추격을 1타 차로 따돌리고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우승 상금은 450만 달러(약 66억원)다.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2라운드까지 2위와 6타 차 앞서며 대회 2연패에 근접했던 매킬로이는 무빙데이에서 1오버파를 치며 공동 선두를 허용, 우승 향방은 짙은 안갯속에 빠졌다. 이날 최종일의 승부는 세계랭킹 1, 2, 3위가 다투는 명승부가 연출되며 패트론의 눈을 즐겁게 했다. 세계 2위 매킬로이는 지난해 연장패로 눈물을 삼켰던 세계 3위 저스틴 로즈와 2년 만의 왕좌 탈환을 노린 세계 1위 셰플러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쳤다.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고 환호하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고 환호하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11언더파 공동 선두로 나선 매킬로이는 3번홀 첫 버디로 흐름을 잡는 듯했지만 4번홀(파3)에서 2m 파 퍼트를 놓치며 곧바로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한 홀 만에 2타를 잃으며 선두 자리에서 내려왔고 혼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승부는 결국 '아멘 코너'에서 갈렸다. 11번홀(파4)에서 까다로운 파 퍼트를 집어넣으며 위기를 넘긴 매킬로이는 12번홀(파3)에서 홀 왼쪽 2m 남짓에 붙인 티샷으로 버디를 낚아 다시 선두를 탈환했다. 이어 13번홀(파5)에선 그린 뒤 러프에서 과감히 퍼터를 꺼내 세 번째 샷을 3m 안쪽에 세웠다. 이 버디 퍼트까지 떨어뜨리며 2타 차로 달아났다. 3라운드에서 아멘 코너에서만 3타를 잃어 공동 선두를 허용했던 악몽을 최종일 같은 구간에서 만회했다.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가장 위협적인 추격자였다. 6번부터 9번홀까지 4연속 버디를 몰아치며 한때 12언더파 단독 선두까지 치고 나갔다. 그러나 11·12번홀 연속 보기로 다시 2타를 잃으면서 아멘 코너에서 고개를 숙였다. 경기 막판 다시 버디 사냥에 나섰지만 벌어진 간격을 끝내 메우지 못했다. 셰플러도 마지막 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며 압박했지만 리더보드 맨 위 이름을 뒤집기에는 한 타가 모자랐다.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저스틴 로즈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18번 홀을 마치고 아쉬워하며 듯 모자를 벗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셰플러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18번 홀을 마치고 아쉬운 듯 모자를 벗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마지막까지 긴장은 이어졌다. 2타 차로 맞은 18번홀(파4)에서 매킬로이의 티샷은 오른쪽 나무 아래 거칠게 빨려 들어갔다. 숲을 통과해야 하는 난감한 라이였지만 그는 8번 아이언을 쥐고 과감하게 그린을 향했다. 두 번째 샷은 그린 왼쪽 벙커에 빠졌고 세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 위 4m 지점에 올린 뒤 침착하게 투 퍼트 파로 마무리했다. 우승 퍼트가 홀에 떨어지는 순간, 오거스타를 가득 메운 갤러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로리'를 연호했다.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고 환호하는 패트론을 향해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매킬로이는 지난해 17번째 도전 끝에 마스터스를 처음 제패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1년 전 18번 그린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던 그는 같은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그린재킷을 차지했다. "한 번 우승하면 두 번째는 조금 더 쉬워질 것"이라던 그의 말은 아멘 코너를 넘어 역사를 다시 쓰는 순간 현실이 됐다. 1라운드부터 선두를 지킨 그는 4라운드 내내 단 한 번도 리더보드 꼭대기 자리를 내주지 않아 2020년 더스틴 존슨 이후 6년 만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자신의 시대를 증명했다. psoq1337@newspim.com 2026-04-1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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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오르반 16년 집권 '마침표'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과 유럽연합(EU)의 각종 정책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며 '유럽의 이단아'로 불렸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결국 16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나게 됐다.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치러진 헝가리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페테르 머저르가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친EU 신생 정당인 티서(Tisza)당에 몰표를 던졌다. 투표 마감 30분 전 투표율은 77.8%로, 지난 2002년 기록을 약 7%포인트 웃도는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날 투표가 마감된 지 3시간도 채 되지 않아, 오르반 총리는 이번 선거 결과를 "고통스럽다"고 표현하며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그는 부다페스트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승리한 정당에 축하를 전했다"며 "우리는 야당으로서도 헝가리 국가와 조국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10년 총선 압승으로 재집권한 이후 헝가리를 철권통치하며 이른바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주창해 온 오르반의 장기 집권은 마침표를 찍게 됐다. 지지자들에게 패배를 인정한 오르반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16년 철권통치의 종말과 경제난의 역풍 냉전 시절 거침없는 반공(反共) 청년 지도자로 이름을 알렸던 오르반 총리는 1998년 35세의 젊은 나이에 처음 총리직에 올랐으며, 2010년 재집권 이후부터는 권위주의적 행보를 노골화해 왔다. 행정부로 권력을 집중시키고 시민단체(NGO) 활동과 언론 및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등 민주주의 기준을 둘러싸고 EU와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고, 급기야 EU로부터 헝가리에 배정된 수십억 유로 규모의 자금 지원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초래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오르반 총리는 선거 프레임을 "전쟁이냐 평화냐"로 규정하려 애썼다. 반대로 티서당은 헝가리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끌어들이려 한다고 비난하며, 집권당인 피데스(Fidesz)가 평화를 담보할 '안전한 선택'임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헝가리 유권자들의 시선은 철저히 보건의료와 국내 경제 등 민생 문제에 쏠려 있었다. 헝가리 경제는 지난 3년간 사실상 정체 늪에 빠져 있으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 내에서 가장 심각한 인플레이션 급등세를 겪었다. 식료품 가격은 EU 평균 수준으로 치솟은 반면, 헝가리의 임금 수준은 EU 27개 회원국 중 밑에서 세 번째에 머물면서 국민들의 실생활 고통이 극에 달했다. 저렴한 대출 등 관대한 친가족 정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우경화된 정부에 염증을 느낀 젊은 유권자층이 변화를 열망하며 대거 돌아서면서 오르반의 발목을 결정적으로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 트럼프·유럽 극우 진영 전폭 지지에도 씁쓸한 퇴장 오르반 총리는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과 성소수자(LGBTQ+) 권리 제한 등을 앞세워 서방 보수 우파 진영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르반을 "진정한 친구"라 부르며 강력히 지지했고,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정점"에 올랐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 프랑스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독일대안당(AfD)의 알리스 바이델 등 유럽 주요 보수·극우 정치인들이 일제히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이 같은 든든한 외부 지원 사격도 헝가리 내부의 싸늘한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EU "헝가리, 유럽의 길 되찾아" 환영 오르반 총리의 패배 소식에 유럽 주요 지도자들은 일제히 환영 메시지를 내놨다. 특히 브뤼셀에서는 오르반이 지난 16년간 이민정책과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등에서 EU와 잦은 충돌을 빚어온 만큼,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안도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헝가리는 유럽을 선택했다"며 "유럽은 언제나 헝가리를 선택해 왔다. 함께 우리는 더 강해진다"고 밝혔다.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도 페테르 머저르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헝가리의 자리는 유럽의 심장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헝가리 국민이 EU의 가치와 유럽에서 헝가리의 역할에 대한 애착을 보여준 승리"라며 결과를 환영했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강하고 안전하며 무엇보다 단결된 유럽을 위해 힘을 합치자"고 밝혔다. 크리스텐 미할 에스토니아 총리는 "헝가리 국민이 단결된 유럽 속에서 자유롭고 강한 헝가리를 위한 역사적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으며,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헝가리의 큰 승리이자 유럽의 큰 승리"라고 강조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역시 이번 선거가 "헝가리 역사에서 새로운 장을 여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kwonjiun@newspim.com 2026-04-13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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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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