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도 참석 안해, 노조와 소통 차단돼
내부불만 커, 퇴임 앞둔 의도적 회피 지적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직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금융감독원 노사간의 합의가 6개월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오는 6월 이복현 금감원장이 퇴임을 앞두고 있어 양측 갈등이 길어질 경우 처우개선 논의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은 "이 원장은 직원들의 업무매진에 따른 정당한 보상과 근로조건 처우개선 등을 약속했지만 아직도 지난해 임금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았고 합의를 위한 노사 대표자 만남도 거부하고 있다"며 "원장 집무실을 찾아 면담을 요청해도 반응이 없다"고 1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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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4.09.10 choipix16@newspim.com |
1999년 설립된 금감원 노조는 전체 가입대상 직원 2400여명 중 1700여명이 가입한 교섭단체다. 감독 독립성을 위해 2002년 민주노총에서 탈퇴, 현재 개별노조로 운영중이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속적인 업무과중 해소 및 처우개선을 위한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 원장이 취임한 이후 업무강도가 높아져 시간외 근무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단체행동에 나선 가장 큰 이유다.
실제로 금감원이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원장 취임 첫 해인 2022년 21만3200시간이었던 직원들의 시간 외 근무는 지난해 28만8000시간으로 1년만에 35%나 급증했다.
반면 2021년 1억673만원이었던 평균 연봉은 2022년 1억1006만원, 2023년 1억1061만원 등 3년간 400만원 인상에도 미치지 못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이다. 지난해 평균 연봉도 1억원 초반대에 머물렀을 것으로 예상된다.
급증한 업무에도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퇴사자 규모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 원장 취임 후 총 137명이 금감원을 떠났는데 이는 예년 대비 2배가 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실장 등 팀장급 이상이 주로 퇴직했던 과거와 달리 저연차(4~5급) 퇴직자가 늘어나며 조직의 미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함에도 이 원장이 처우개선을 위한 기본적인 소통조차 반년 가까이 거부하면서 직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금감원의 경우 금융위로부터 예산을 배정받아 인건비 등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연봉 인상이나 성과급 확대를 결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금감원장이 직접 금융위와 담판에 나서야 하는 난이도 높은 현안으로 꼽힌다.
노조 역시 이런 복잡한 상황을 잘 알고 현실적인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반년 가까이 회신조차 받지 못하면서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조속한 대화를 요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선 노조 위원장에 대해 법적 조치까지 거론하며 강한 압박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단체협약을 무시하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유석 금융위 노조위원장은 "노조는 최선을 다해 교섭에 임해왔지만 이 원장의 불참으로 전체회의는 단 한차례만 진행됐다. 원장 집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하자 경영진의 업무수행에 지장이 있다며 법적조치를 운운하는 등 겁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원장이 협상에 나서지 않고 직을 그만들 것인지 묻고 싶다. 조속히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처우개선을 위해 출산지원금 등 적극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며 "금감원장 역시 금융위와 예산추가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