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 교수(단국대 대학원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디지털 혁신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식탁 또한 예외가 아니다. 미국 보스턴의 로봇식당 '스파이스'에서는 7대의 로봇이 요리를 제조하며, 단 1시간 만에 200인분의 음식을 완성한다.
또한, 식품의 성분을 분석하는 스캐너 '텔스펙'과 건강한 식습관을 유도하는 스마트포크 '하피포크' 같은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은 우리의 식사 방식을 바꾸어놓고 있다.
이미 IT에 익숙한 청년들은 자신들의 식품에 대해 칼로리와 영양소 확인을 식사전 필수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데이터화 하는 일도 익숙하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정보보안 측면에서 새로운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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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인 교수. |
스마트 식품 기술은 편리함과 건강을 동시에 제공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와 식습관 데이터를 수집한다. 예를 들어, 텔스펙은 사용자의 식단 정보를 분석하여 건강 상태를 추적할 수 있으며, 하피포크는 개인의 식사 속도와 식습관을 기록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개인의 건강 상태를 비롯한 민감한 정보를 포함할 수 있어 해킹의 주요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러한 정보가 유출된다면, 건강보험사, 제약회사 또는 광고업체가 이를 악용할 위험은 분명 존재하며,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보안 체계가 필수적이다.
로봇이 운영하는 식당도 보안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스파이스처럼 자동화된 식당에서는 로봇이 음식 주문을 받아 요리를 완성하는 과정이 모두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에 취약할 경우, 해커는 시스템을 얼마든지 조작하여 음식의 조리 과정을 방해하거나, 재료 정보를 변경하여 소비자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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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또한, 고객의 결제 정보가 유출될 경우, 금전적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암호화된 데이터 전송, 다중 인증 시스템, 그리고 취약성 분석을 자주 하는 보안 점검은 필수적이다.
음식 낭비를 줄이기 위한 공유서비스 역시 정보보안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이러한 플랫폼은 사용자 간 음식 공유를 촉진하지만, 사용자 인증 절차가 미흡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 및 악성 사용자에 의한 사기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특히, 사용자가 제공하는 음식의 안전성과 위생을 보장하는 과정에서 가짜 리뷰, 허위 정보 입력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사용자는 검증되지 못한 정보를 그대로 믿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인증 시스템과 데이터 무결성을 보장하는 기술이 점점 더 필요하다.
식탁혁명은 단순히 맛과 편의성을 넘어 건강과 환경, 그리고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이 안전하게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보보안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데이터 암호화, 안전한 네트워크 구축, 그리고 인공지능 기반의 보안 시스템 도입을 통해 스마트 푸드 산업이 신뢰할 수 있는 환경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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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모델이 GS25가 물가안정 PB '리얼프라이스' 신상품으로 출시한 '소고기라면 번들', '재래식탁김12봉'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GS25] |
결국, IT혁명은 음식점, 식탁에서부터 시작되었고, 많은 인간들의 일자리를 대체하여 키오스크와 로봇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그에 따라 밀려난 인력을 보안인력으로 양성하여 이제는 이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되었다.
우리나라 개인정보 보호법은 유럽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과 비교해도 강력한 규정을 갖추고 있지만, 스마트 푸드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세부 규정과 보안 대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AI 기반 맞춤형 식단 추천 서비스 및 스마트 레스토랑에서는 소비자의 건강 정보, 식습관, 결제 정보가 저장될 수 있고 스마트 공급망 시스템에서 블록체인 및 IoT 기기를 사용하지만, 해킹을 통해 데이터가 변조될 경우, 식품 원산지 조작, 유통 기한 위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스마트 푸드 시스템은 대부분 클라우드 환경에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므로 점차 클라우드 보안은 산업보안에서 가장 중요한 보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IT 환경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에게 식탁과 같은 생명과 관련된 분야의 민감정보를 사용자의 동의를 명확히 받지 않고, 다크패턴화하게 된다면 소비자는 이를 알길이 없으므로 데이터 활용의 투명성을 기업들이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대책이 절실하다.
이른 시일 내에 식품 데이터 보호 기준을 마련하고, 식탁 스마트 기술에 있어 IoT 및 AI 보안 정책을 강화하며, 소비자가 데이터 활용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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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모습. [사진=화성시] |
※ 박정인 교수는 법학박사학위 취득후 공공기관에 근무하였으며, 이후 해인예술법연구소 소장, 숙명여대 문화행정학과 초빙교수, 단국대 IT 법학협동과정 연구교수에 이어 단국대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연구교수로 있다.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교육부 저작권검수위원, 경찰청 사이버범죄 강사 등 여러 국가위원을 역임하였으며, 특허법, 저작권법, 산업보안법, 과학기술법 등 지식재산과 산업 보안, 방위기술 전략 등의 이슈를 다뤄왔다. 그 밖에도 여러 시민연대, 장애인연대, 청소년복지, 주거복지를 하는 사회복지사로, 시민대상 역사문화해설과 문화재지킴이등을 하는 시민운동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스포츠법 책들을 차례로 저술하였고 발달장애인소프트볼협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장애인체육종목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