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첨단기업 및 산업 인프라 활용 강조
부산 이전 추진에 따른 인력이탈 정상화 필요
구성원 신뢰 하락, 조속한 백지화 거듭 촉구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산업은행 노조가 50조원 규모 첨단전략산업기금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서울 본사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기업과의 네트워킹 및 인공지능(AI) 특구 등 인프라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일방적인 이전 추진에 따른 인력이탈과 구성원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부산 이전 철회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 분쟁에 이은 정책 혼선을 막기 위해서도 산은 본사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산업은행 본점이전 저지투쟁 2주년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6.13 pangbin@newspim.com |
산은 노조 관계자는 "첨단전략산업기금 마련 및 운영 자체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50조원 달하는 기금을 현실적으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부산 이전을 철회하고 현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고 6일 밝혔다.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첨단전략산업기금은 50조원 규모로 산은에 조성된다.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인공지능, 로봇, 인공지능(AI) 등을 비롯해 국가 미래전략・경제안보에 필요한 산업 등 첨단전략산업 전반을 폭넓게 지원한다.
대기업 뿐 아니라 첨단전략산업 생태계 전반을 구성하는 중견・중소기업까지 대상으로 한다. 재원은 정부보증 기금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고 기금 운영자금(경비, 이자비용 등) 등은 산은 자체재원으로 출연해 충당할 계획이다.
노조측은 50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부산 이전 백지화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원 대상 기업들의 대다수가 수도권에 몰려있어 서울 본사를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인 기금 운영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지역별 첨단기업 비중은 서울 25.2%, 경기 23.5%, 인천 22.6% 등 수도권이 전국 평균(17.5%)을 크게 상회했다. 지난해 경기연구원 조사에서는 타 지역 이전 의향이 있는 첨단기업 중 76%가 수도권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울시 양재동 일대에 최초로 'AI 특구'가 지정되는 등 신규 첨단산업 전략적 요충지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되는 추세다. 이처럼 기업 인프라 자체가 수도권에 몰려있는만큼 서울 본사 중심의 현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부산 이전 추진 이후 퇴사자 증가 등 인력적인 문제도 거론했다.
노조 관계자는 "기금을 제대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정부가 일방적인 부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신뢰를 잃어버린 직원들의 퇴사 규모가 연간 30명에서 100명 이상으로 폭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부산 지역 기능 강화를 이유로 서울 인력을 대거 이동시킨 사례도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부산 이전을 철회하며 분산된 인력을 원상태로 재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은 노조는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은 이후 지속적인 반대 투쟁을 해왔다. 부산 이전의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과 구성원들의 동의 절차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앞세워 비민주적인 조치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과의 연대를 통해 산은법 개정안을 막는 등 정치적 활동도 활발히 전개중이다. 부산 이전은 산은법에서 명시한 '본사를 서울에 둔다'는 조항을 바꾸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탄핵정국으로 본사 이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최근 여당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부산 이전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노조는 첨단기금 운영 등 정책적인 실효성을 앞세워 이전 백지화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산은 노조는 "부산 이전을 둘러싼 오랜 논란과 혼선으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조속한 백지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