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이어 일본까지 바짝 추격
K칩스법 등으로 정부 지원 강화해야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10년 전, 2015년의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여전히 강력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세계 1위를 공고히 하며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갤럭시 S 시리즈를 앞세워 애플과의 경쟁을 이어갔으며,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시너지를 활용해 시장을 선도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중국의 기술 추격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었다. 화웨이, SMIC 등의 기업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10년 내 삼성전자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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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난 2025년 현재, 우려는 점점 현실과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의 기술 격차는 완전히 좁혀지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단순한 후발 주자가 아니다. 중국 양쯔메모리(YMTC)는 낸드플래시에서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SMIC는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7nm 공정 반도체 생산을 강행하고 있다.
스마트폰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와 샤오미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각각 2억2290만대(점유율 18%), 1억6860만대(14%)였다. 2023년 각각 2억2550만대(20%), 1억4610만대(13%)였던 격차가 좁혀졌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급변하면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더욱 복잡해졌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려 하고, 중국은 자체 반도체 공급망을 완성하려 하고 있다. 이 사이에 놓인 한국 기업들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
나아가 이제는 일본마저 삼성전자의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에 밀려 고전하던 일본이 다시 부활의 조짐을 보이면서다. 최근 키옥시아는 332단 규모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본격 양산이 아닌 시제품을 만든 단계이지만, SK하이닉스(321단)·삼성전자(286단) 등 지금까지 공개된 낸드 제품 중 가장 높은 적층 규모다.
결국 10년 전에도 '중국이 따라오고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우려가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까지 한국 반도체 기업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의식만 있었고 실천이 없었던 지난 10년의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가 마주한 상황이다.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해왔을까? 지난 10년 동안 정부는 여러 차례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위기감을 표명했지만, 실제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하지 못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정부는 정책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고, 기업들은 오롯이 기술 혁신에만 의존하며 대응해왔다.
심지어 한국의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공회전하고 있다. 미국이 '칩스법'을 통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중국은 대규모 정부 차원의 투자로 반도체 자립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의 경제와 안보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이다. 이들 기업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 확대, 세제 혜택, 인재 양성 정책 등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않으면, 10년 뒤에는 그들이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니라 땅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