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T 도입 저조...서울 76% 포기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추진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AIDT)를 수업에 채택하겠다고 한 전국 초·중·고교가 전체 30%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밀집 지역인 서울에서도 76%가 올해 1학기 AIDT 도입을 포기했다. 교과서 가격마저 뒤늦게 결정되면서 신학기를 앞두고 교육 현장의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 서울 학교 도입률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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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초·중·고 1317개 학교 중 76%에 달하는 999곳이 AIDT를 채택을 포기했다.사진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프로토타입 시연수업에서 한 학생이 문제를 풀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핌DB] |
교육부가 20일 공개한 'AIDT 선정(예정 포함)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 지역 초·중·고 1317개 학교 중 76%에 달하는 999곳이 AIDT를 채택하지 않았다. AIDT는 AI 기술을 활용해 개별 학생 맞춤형 학습을 지원하는 디지털 교과서로, 학교 현장의 반발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올해 1학기 일부 학년에 자율 도입을 추진했다.
교육부는 AIDT 채택률을 전국적으로 최소 30%, 최대 50%까지 예상했으나, 서울에서는 26%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30%라는 목표는 명확한 근거 없이 이주호 부총리가 세운 임의의 기준으로 보인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AIDT에 대한 현장의 신뢰도 역시 낮은 수준이다. 교육부 검정 심사를 통과한 AIDT에 대해 제기된 수정·보완 권고는 총 1만 4225건에 달한다. 이는 교과서로서의 완성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와 준비가 있었는지에 대한 논란도 예고됐다. 교육부는 AIDT를 통해 맞춤형 학습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현장의 낮은 수용성과 품질 논란은 새학기 시작부터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시범 사업 없이 급하게 도입…문제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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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과서 선정과 관련된 제반 사항은 적어도 지난해 하반기에 마무리됐어야 했다"며 "다른 정책들이 시범 운영을 통해 점진적으로 확대한 것과 달리, AIDT는 준비 부족으로 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6월 대선을 앞두고 임기 내 성과를 내세우려는 '실적주의'가 엿보인다"며 "마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천 사업처럼 가시적인 결과물에 집착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시범 사업을 통한 점진적 확대와 예산·운영 방안의 구체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 학기를 불과 열흘 앞두고 AIDT 가격이 결정되면서 학교가 촉박하게 이를 선정해야 할 어려움에 처했기 때문이다.
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AIDT 유지·보수 비용도 확정되지 않아 예산 추계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교육 예산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AIDT 실물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부모들은 '왜 우리 아이가 실험 대상이 되어야 하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교사들 사이에서도 AIDT가 기존 교과서를 대체할 만큼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