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KEY '한국-유럽 기회와 리스크' 주제 라운드테이블 개최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유럽이 최적의 우군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현재 유럽은 미국의 통상 압력과 중국의 저가 공세에 동시에 직면해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한국과 한국 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경제연구원과 한-유럽 싱크탱크인 KEY(Korea-Europe & You)는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트럼프 2기, 한국-유럽 기회와 리스크 전망'이라는 주제의 글로벌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프랑스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인 No Com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인 플레시먼힐러드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국내 기업 관계자 약 1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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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산하 한국경제연구원과 한-유럽 싱크탱크인 KEY(Korea-Europe & You)는 20일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트럼프 2기, 한국-유럽 기회와 리스크 전망'이라는 주제의 글로벌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손진석 조선일보 기자, 피에르 지아코메티 NO COM 회장, 이준 KEY 이사장, 박영숙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대표,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사진=한국경제인협회] |
◆ "미·중 관세 전쟁 격화할수록 한국-EU 교역은 늘어날 것"
라운드테이블에서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에 따른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가 중국의 보복전으로 격화되면, 유럽연합(EU)은 미국 및 중국과의 교역을 줄이고 한국과의 교역을 상대적으로 증가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러-우 전쟁이 종전되고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진행되면, 트럼프 정부의 원조사업에 대한 재정지출 축소, 노골적인 자국 중심(희토류 문제 등) 정책에 따른 우크라이나와 주변국의 반발로 인해 (미국보다) 한국과 EU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전했다.
강유덕 한국외국어대 EU연구소장은 "미국이 관세를 올리면 EU는 맞대응할 가능성이 있으며, EU의 대중국 위험 완화(de-risking) 전략도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반면 EU는 한국에 대해서는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이 추구하는 산업 역량 확보, 방위력 증강 등의 목표를 고려할 때, 한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적절한 협력 대상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영숙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사장은 "글로벌 대격변의 시대를 맞아 기업들은 제조, 판매, 관리 등 기업 본연의 업무 못지않게 관세, 통상, 무역 정책이 기업의 사활을 가르는 중대 변수로 등장했다"며 "이제 기업인들은 경영자일 뿐 아니라 기업 외교관이 되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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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산하 한국경제연구원과 한-유럽 싱크탱크인 KEY(Korea-Europe & You)는 20일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트럼프 2기, 한국-유럽 기회와 리스크 전망'이라는 주제의 글로벌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사진=한국경제인협회] |
주제 발표에 나선 손진석 '부자 미국, 가난한 유럽'의 저자는 유럽 시장의 3대 기회 요인으로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 대처하기 위한 유럽의 수입선 다변화 전략에 따른 대체수입 국가로서 한국의 부상 가능성 ▲유럽의 중국 상품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대체 공급망으로서 한국의 부상 가능성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후 재건사업 협력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특히 지난주 파리 AI 정상회의에서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인공지능(AI)에 2000억 유로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것을 소개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적어도 10분의 1인 200억 유로는 한국 기업들의 몫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유럽에서 미국식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고, 극우 정당의 영향력이 커지며, 미·중과의 통상마찰로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것 등은 우리에게도 위기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발제자로 나선 피에르 지아코메티(Pierre Giacometti) No Com 회장 겸 KEY 이사는 "현재 유럽과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단절(Disconnection), 불신(Distrust), 절망(Despair)이라는 이른바 3D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이는 사회정치적 양극화를 심화하며 비즈니스 환경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는 방안으로는 ▲철저한 이해로부터의 '의견(Opinion)' 도출 ▲설득을 위한 '서사(Narrative)' 개발 ▲관계를 위한 '참여(Engagement)' 활성화라는 세 가지 커뮤니케이션 전략 핵심 요소를 제시했다.
◆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미국보다 한국-EU에 더 큰 기회 될 것"
이준 KEY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인사이트에 초점을 맞춘 조언과 의견 공유가 이뤄졌다.
강유덕 한국외국어대 EU연구소장은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해서는 EU가 맞대응할 가능성이 있으며, 대중국 정책에서는 일단 기존의 위험 완화 전략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 교수는 "유럽이 산업 역량 확보와 방위력 증강을 위해 가장 적절한 대상국인 한국과는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유럽 자체적으로 반도체, 배터리 생산 등을 획기적으로 늘리려는 목표를 갖고 있어서 한국의 입지는 유럽에서 단기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대유럽 수출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관세 인상과 이에 대한 유럽의 맞대응은 전 세계적으로 후생을 감소시키겠지만, 한국의 특정 산업 분야에서는 무역 전환 효과로 인해 수출 증가의 기회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한국 정부와 기업을 향한 유럽의 적극적인 협력 요청도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러-우 전쟁 종전이 되고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진행되면 한국과 EU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충격적이게도 매년 4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던 미 국제개발처(USAID)가 문을 닫았다. 국제개발 원조도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의 예외사항이 아니었다"며 "러-우 전쟁 종전을 앞두고 국제 협력의 최대 위기가 터진 것인데, 러-우 전쟁 종전과 함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추진되면 이 사건으로 한-EU의 경제 협력이 더욱 주목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사를 주최한 이준 KEY 이사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오늘 논의된 내용은 도전적 상황에 처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데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했다"며 "앞으로도 한-EU 동맹 강화의 기회를 탐색하고,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과 리더십 발휘를 위해 지속적인 정보 공유와 협력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