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내 최초의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이 도전과 혁신을 담은 무대 '데카당스'로 세종문화회관 2025년 시즌의 시작을 알린다.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은 오는 3월 14일부터 23일까지 오하드 나하린 '데카당스'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선보인다. 세계적인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대표작들을 서울시발레단 버전으로 엮어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기획 공연과 서울시예술단의 공연을 시즌 프로그램으로 선보이는 '2025 세종시즌'의 개막작이자, 서울시발레단의 올해 첫 작품이다. 창단 2년 차를 맞이한 서울시발레단은 세계적인 안무가들과 손을 잡고 올해 총 4개 공연, 7개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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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 포스터. [사진=세종문화회관] |
그 첫 무대를 장식할 '데카당스'는 서울시발레단의 과감한 도전과 혁신을 상징한다. '컨템퍼러리'의 이름 안에서 관객과 함께 뜨거운 에너지를 나누고'춤'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을 시즌 첫 작품으로 기획해 관객들에게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간다는 의도다. 공연 횟수도 예년 3~5회보다 대폭 늘려 총 8회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데카당스'는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여러 작품을 발췌해 하나의 공연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그의 독창적인 안무와 예술 세계를 집약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 독일 뒤셀도르프 발레단 등 세계 다양한 발레단에서도 꾸준히 공연되며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아 왔다. 무용단 마다 작품 구성이 달라질 수 있어, 같은 '데카당스'라는 제목 아래에서도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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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 연습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
2025년 서울시발레단 버전의 '데카당스'는 이전에 선보이지 않은 새로운 구성으로, 'Minus 16' 'Anaphaza' 'Venezuela' 등 1993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된 오하드 나하린의 대표작 7편을 유연하게 엮어낸다. 특히 그의 작품 중 가장 상징적인 장면으로, 검정색 정장을 입은 무용수들이 의자를 활용해 펼치는 군무부터, 유머와 즉흥성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장면까지 다채로운 매력들을 한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2025 세종시즌 라인업 발표와 함께 공연 구독권과 패키지가 매진되는 등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시발레단은 올해 시즌 개막작인 '데카당스'를 시작으로 세계적 안무가들과 협업하며 예술적 깊이와 폭을 확장, 세계의 무대를 향해 나아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움직임 언어 가가(Gaga) 창시자, 혁신적인 안무의 아이콘 오하드 나하린과 재회
동시대 가장 혁신적인 안무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오하드 나하린은 1980년부터 뉴욕을 비롯해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이스라엘 키부츠 현대 무용단 등 다양한 해외 무용단에서 작품을 선보여 왔다. 1990년부터는 모국인 이스라엘의 바체바 무용단 예술감독으로 활약하며, 바체바 무용단을 세계적인 무용단으로 성장시켰다. 공연명인 '데카당스(Decadance)'는 '10'을 뜻하는 그리스어 '데카(Deca)'와 '댄스(Dance)'가 결합해 만들어졌다. 오하드 나하린의 바체바 무용단 예술감독 취임 10주년을 기념, 그의 대표작들을 하나로 엮은 공연으로 2000년에 초연되었다. 이후 그는 정기적으로 '데카당스'를 새로 올리며 최신 작품에서 안무를 새로 뽑아 작업해왔다. 이를 통해 '데카당스'는 늘 변화하며 생동하는 작품으로 세계 무대에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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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 프로필. [사진=Ilya Melnikov] |
오하드 나하린의 안무는 그가 개발한 독창적인 움직임 언어 '가가(Gaga)'를 기반으로 한다. 가가는 신체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춤추는 사람의 감각을 극대화하는 훈련 방식으로, 본능적이고 유연한 움직임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그의 모든 작품의 핵심이며 '데카당스'에서도 유연하면서도 강렬한 움직임을 경험할 수 있다.
오하드 나하린은 2002년 LG아트센터 바체바 무용단 내한 공연 '데카당스'로 한국 관객을 처음 만났다. 이후 바체바 무용단 'Three'(2007년, LG아트센터), 유니버설 발레단의 'Minus 7'(2006년, 예술의전당)을 선보이며 국내에서도 인지도를 쌓았다. 그의 예술 세계는 넷플릭스 시리즈 '무브(MOVE)'와 다큐멘터리 영화'미스터 가가'를 통해 조명되기도 했다. 이번 서울시발레단과의 협업을 통해 오랜만에 한국을 찾는 그는 2023년작까지 포함된 새로운 '데카당스'를 준비한다. 가장 최신의 버전으로 한국 관객에게 선보이는 오하드 나하린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3월 14~2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 "모든 사람은 춤을 추어야 한다"는 메시지…에너지 넘치는 공연, 무용수의 개성 돋보여
서울시발레단이 선보이는 공연 '데카당스'에서는 이스라엘 전통 음악부터 차차, 맘보에 이르는 다채로운 음악, 감각적인 시각 연출, 자유롭고 에너지 넘치는 움직임이 어우러진다. 특히, 이 작품은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뿐만 아니라 무용수에게도 강렬한 경험을 선사한다. 무용수들은 작품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 개성을 표현한다. 작품 또한 무용수들의 해석을 중요하게 여긴다. 오하드 나하린은 "'데카당스'를 통해 무용수들이 각자의 해석을 접목시키는 방식을 사랑한다. 그 순간은 숭고함으로 충만하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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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당스' 공연사진 [사진=바체바 무용단 제공 ⓒAscaf] |
이번 '데카당스'는 새롭게 선발된 서울시발레단 24-26 시즌 무용수 18명 전원이 호흡을 맞추는 첫 무대로, 무용수들의 개성과 탄탄한 앙상블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요한 잉거, 한스 판 마넨 등 세계적 안무가의 대표작 아시아 초연
서울시발레단은 2025년, 오하드 나하린의 '데카당스'를 시작으로 5월에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안무가 중 한 명인 요한 잉거의 '워킹 매드 & 블리스'(5.9~18) 두 작품을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인다. 요한 잉거는 '무용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안무상을 수상한 화제의 안무가다.
하반기에는 '무용계의 몬드리안', 한스 판 마넨의 감각적인 작품들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8월에는 새로운 라이선스 작품 '5탱고스'와 안무가 유회웅의 '노 모어'(8.22.~8.27.)를, 10월에는 지난해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 '캄머발레'와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안무가 허용순의 '언더 더 트리스 보이스'(10.30.~11.2.)를 더블빌로 엮어 컨템퍼러리 발레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K-무용수 허브: 무대와 역할 등 활동 지평 확대, 새로운 성장과 기회의 문 제공
서울시발레단의 2025 시즌에는 영국 국립 발레단 리드수석 이상은과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 수석 최영규가 서울시발레단 객원 수석으로 합류한다. 이상은은 요한 잉거의 '워킹매드'에 출연하고, 최영규는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 상주 안무가 한스 판 마넨의 '5탱고스'에 출연해 한스 판 마넨 스페셜리스트로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두 무용수가 갈라가 아닌 오롯한 컨템퍼러리 작품으로 국내 무대에 오르는 것은 최초이다.
또한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캄머발레' 초연에 특별 출연한 무용수 김지영이 올해에는 작품 지도자(스테이저)이자 출연자로 참여한다. 서울시발레단이 라이선스 계약 시 함께 협상한 사항으로, 세계적 안무가의 대표작품을 우리나라 무용수가 공식적으로 지도하는 최초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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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머발레'에 참여하는 김지영 발레리나. [사진=세종문화회관] |
오하드 나하린 '데카당스'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바체바 무용단 정단원에 입단하여 2017년부터 7년간 활동한 무용수이자, 현재 국내에서 안무가로 활약하고 있는 김천웅이 리허설 디렉터로 참여한다. 서울시발레단의 작품을 계기로 해외 프로덕션과 공식 협의를 통해 무용수에서 '리허설 디렉터'로 역할을 확장하고,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김천웅 리허설 디렉터는 "과거 바체바 무용단에서 무용수로 참여했던 작품을 이번에는 서울시발레단의 리허설 디렉터로서 한국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어 매우 뜻깊다. 무용수들에게 안무가의 의도를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jyyang@newspim.com